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돌봄지부,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가 20일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에이블뉴스

한 달 전인 지난 8월23일, 기획재정부의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수가 동결 소식에 장애계는 또 다시 국회 앞으로, 청와대 앞으로 나와 머리를 깎고 울부짖었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제도인 활동지원서비스의 수가 동결 소식은 그만큼 큰 충격이었다.

그간 당사자는 물론이고, 제공기관, 활동보조인까지 모두가 수가 현실화를 기대했지만, ‘동결’은 그 이상의 예산 삭감과도 같은 청천벽력이었다. 2016년 현재 수가는 9000원. 75%에 해당하는 활동보조인의 시급과 퇴직금, 연차수당, 주휴수당 등의 임금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6470원으로 확정됐지만, 활동지원 수가는 9000원으로 동결됐다. 활동보조인의 처우도, 장애인 당사자의 서비스 질도, 제공기관의 운영도 담보할 수 없는 현실에 몰린 것.

‘장애인, 활동보조인, 중개기관의 주검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살인예고다’, ‘수가 동결 방침은 중증장애인의 삶을 동결시키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최소한 삶을 박살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 살벌한 문장들이 주를 이룬 각 장애인단체의 성명서도 잇따라 발표되며, 투쟁의 서막을 올렸다.

국회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청와대 앞 기자회견, 종로장애인복지관 점거 농성, 당사자들의 삭발까지 이어지며 원망스러운 정부를 향해 온 몸으로 울부짖었다.

그 후 국회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과 장애인활동지원제도제공기관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TF가 구성됐지만 회의가 단 한번 진행된 현재로서는 어떤 내용이 오고갔는지 장애계 안에서 알려진 바 없다.

‘수가 현실화’만을 바라보는 약자들은 답답했다. 수가와 처우가 직결되는 활동보조인들이 모인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 기획재정부 앞에서 지난 8일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큰 반향을 이끌지 못했다. 결국 약자들의 마지막 카드는 ‘고발장’이었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하 활보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일 광화문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위반 교사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을 고발했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일 광화문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위반 교사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을 고발했다.ⓒ에이블뉴스

법에 근거해 활동지원수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 복지부 장관, 그리고 예산을 정해 국회에 상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기재부 장관. 이들이 민간위탁 기관으로 하여금 법을 위반하는 것을 일상화하도록 만들었다는 취지로 고용노동부 세종지청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강을영 변호사는 “제공기관은 활동보조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관계에 있으며, 노동관계법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다. 정부부처도 스스로 법률을 지킬 뿐 아니라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지휘 감독해야 한다”면서 “9000원의 수가는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교사의 범죄라는 것은 타인으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것이다. 활동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가 법을 지키기 힘든 부분을 정부가 위반했기 때문에 이번 고발장을 제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소속 윤희왕 활동보조인은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노동환경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묵묵히 현장에서 일을 해왔는데 이번 동결 소식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임금이 동결됐다는 것은 내년, 내후년의 인상도 기대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선한 마음을 갖고 일을 택한 사람을 투쟁하게 하는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고용노동부 세종지청에 팩스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이번 고발을 통해 두 부처 장관이 처벌받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해 활보노조가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지자체들을 상대로 릴레이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무혐의로 종결됐다.

활보노조 고미숙 사무국장은 “정부가 정부를 처벌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팔이 안으로 굽지 않냐”며 “이번 고발장도 사실 처벌보다는 수가 현실화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수가 동결에 저항하며 칼날을 빼든 약자들,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강을영 변호사가 고발장 접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일 광화문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위반 교사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을 고발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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