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이 주최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 및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방향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장애계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도를 꼽자면 바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일겁니다. 2010년 장애인활동지원법이 제정된 지 벌써 7년이지만, 아직도 때늦은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유난히 각 단체에서는 활동지원제도와 관련해 기자회견, 아고라, 토론회 등을 개최해오고 있는데요. 그만큼 활동지원제도에 문제점이 많다는 점이겠죠.

17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이 개최한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방향 토론회’에서도 그간 제도의 문제점과 현재 활동지원법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이날 핵심 개정 내용은 총 4개입니다.

■이중의 벽, 등급제한 ‘끙끙’=먼저 ‘등급제한 폐지’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1~3급 장애인에게만 신청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처음에는 1급 장애인에만 한정됐었지만, 지난 2012년 고 김주영 활동가, 파주장애남매, 2014년 고 송국현씨의 사망사건을 통해 이뤄낸 것이지요. 장애계의 강력한 투쟁으로 복지부는 3급까지 대상을 확대했지만 글쎄요, 큰 성과는 못 느낀다는 것이 장애인들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지금도 별도의 인정조사표 판정체계가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장애등급제한까지 둔다니. 이중의 장벽 속에서 오늘도 장애인들은 활동지원 등급 하락으로 덜덜 떨고 있죠. ‘별도의 인정조사표 판정체계로 만족해라! 굳이 또 하나의 벽을 만들 필요가 있겠니?’

물론 인정조사표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신체장애인 위주로 맞춰진 인정조사표를 시각, 청각,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인정조사표까지 요구하고 있는데요. 등급제한 폐지부터 특성에 맞는 인정조사표까지, 복지부의 임무가 막중해지네요.

■연령제한의 벽, 언제쯤 무너질까요?=이거 아세요?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만64세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에이블뉴스에서도 몇 차례 지적해왔던 내용이고, 벌써 많은 노인장애인들이 에이블뉴스 신문고를 두드려왔던 부분입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연령제한 폐지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만 65세가 되면 자동으로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전환되고, 만약 노인장기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활동지원제도를 인정하고 있죠. 그런데요, 과연 이 예외 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의문이죠. 그냥 65세가 되면 당연히 노인장기로 넘어간다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겁니다.

물론 노인장기로 넘어가는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제도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니 급여량이 확 줄어드는 것이 문젭니다. 무려 500여 시간에서 100여 시간으로까지. 여가생활을 마음껏 즐기던 장애인이 65세가 넘었다고 요양서비스에 만족하라고 하면 누가 굴복하겠습니까?

하루아침에 서비스가 강제로 전환되어 열악한 현실로 넘겨진다는 것, 연령제한의 폐지가 절실하다는 부분입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아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임형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보조위원장.ⓒ에이블뉴스

■가족들에게 ‘내 짐’ 덜어주세요=이쯤 되면 ‘돈’ 문제도 안 나올 수 없습니다.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하고는 무상이 아닌 본인부담금을 내고 있습니다.

법에서는 급여액의 최대 15%를 규정하면서 상한액을 국민연금가입자 평균 소득액의 5%로 정하고 있지만, 이는 기본급여에만 해당됩니다.

최중증인 1등급을 예를 들어보면요, 차상위는 2만원, 전국가구 평균 50% 이하(258만원 이하) 6만3700원, 100% 이하(516만원 이하)9만5600원, 150% 초과(774만원 초과) 10만2200원입니다.

추가급여는 그마저도 실질적인 상한액이 없죠.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면제가 된다지만, 150% 초과일 경우 최대 12만3200원, 기본급여까지 합하면 22만5400원정도네요.

가장 큰 문제는 부양의무제를 적용해서 가구소득기준을 적용하는 건데요, ‘자립생활 지원’을 운운하면서도 왜 부양의무제를 적용해 가족들에게 가뜩이나 무거운 짐을 또 하나 얹는 건가요? 가족들의 짐을 보며 장애당사자들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따라서 법 개정 방향에서 장애계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개인소득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상한액도 추가급여까지 포함해 과도한 자부담을 덜어달라는 것이고요.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본급여와 추가급여는 물론 방문간호와 관련한 비용을 합한 급여액 총액에 대한 본인부담금 총액이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액(A값)의 5%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액을 규정해달라는 겁니다.

■‘수가 귀신’ 붙은 활동지원제도=지난해에 이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수가 귀신’이 따라 붙습니다. 몇 번의 기자회견, 집회, 토론회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기사도 수없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요.

최저임금은 큰 폭으로 오르지만 활동보조수가는 불과 300원 수준도 오르지 않습니다. 올해 총 단가는 9000원에 그쳤습니다. 바우처로 임금을 지급하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 가산간병방문지원사업 9800원에 비해 턱없이 낮습니다.

이마저도 이를 쪼개 75% 활동보조인 임금, 25% 기관 운영비로 쓰입니다. 수가가 워낙 낮다보니 기관에서도 활동보조인의 각종 수당을 챙겨주지 못합니다.

폭염의 날씨 속, 40도가 넘는 반지하에서 낡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장애인과 그를 돕는 활동보조인들의 처우, 낮은 수가로 인해 법정수당 지급이 어려워 각종 형사‧민사소송에 압박받는 기관의 고뇌, 그리고 활동보조인을 찾지 못 하고 질 낮은 서비스를 받는 중증장애인까지. 고용부는 각종 수당을 제공하라지만, 복지부는 낮은 수가를 내놓습니다.

낮은 수가에 대해 이미 장애계에서는 여러 번 기자회견을 했고, 최근에도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또 다시 수가 현실화를 부르짖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윤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수가 인상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고요.

이쯤 되면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제정 이유를 다시금 읽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 등으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다음 어려운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또는 주간보호 등의 활동지원급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장애인 활동지원법을 만들었죠.

등급제한, 연령제한, 본인부담금, 단가 문제까지. ‘산 넘어 산’ 장애인활동지원법에 대한 개정, 20대 국회에서는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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