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탈시설 과정 가족우려와 지지체계 어떻게?' 세미나 전경. ⓒ에이블뉴스

한국에 자립생활의 이념이 들어온 지 10여년. 자립의지가 있는 장애인 당사자가 탈시설과 자립생활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히는 것 중의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의 반대다.

장애인당사자는 탈시설 이후 지역사회의 삶 속에서 가족관계가 매우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족들은 장애인 당사자들과 관계를 단절하거나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에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은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탈시설 과정에서의 가족 우려와 지지체계 어떻게'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탈시설 자립생활을 준비하는 당사자, 장애인거주시설 관계자, 장애인 활동가 등이 참석해 가족의 우려로 탈시설이 좌절되거나 지연되는 사례와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발제를 하고 있는 향유의 집 거주인 조국현씨. ⓒ에이블뉴스

■"자립은 무슨 자립이냐!"=시설에 들어온 지 17년.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 집에 거주하는 조국현(뇌병변1급)씨는 탈시설과 함께 자립생활을 희망했지만 아버지가 반대했다.

10년 전 탈시설 자립생활을 결심하고 아버지에게 처음 이야기를 했는데, "자립은 무슨 자립이냐"라는 말을 들은 것. 더군다나 자립생활을 하겠다는 조 씨의 말은 가족의 불화로 이어졌다.

가족들이 조 씨를 면회하기 위해 시설을 방문하는 횟수는 많이 줄어들었고, 전화를 해도 잘 받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조 씨가 자립을 결심한 이후 부모님은 이와 관련해 다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혼을 했다.

조씨는 "안전한 보호 속에서 살아야 하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의 걱정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시설에서 보내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후 "그렇게 하기 싫다. 그리고 나의 자립에 힘을 실어주거나 응원해주지 않는 가족들이 밉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토론자로 나선 향유의 집 종사자 강민정씨. ⓒ에이블뉴스

■자립생활 원하는 당사자와 생각이 다른 보호자=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 집 종사자 강민정씨는 고민이 깊다. 보호자가 없지만 자립생활을 희망하는 이용인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주거를 선택하고 이후 여러 가지 지원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되는데, 보호자가 있는 이용인의 경우 다르기 때문이다.

이용인은 자립생활을 희망하지만 보호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가 어떻게 밖에 나가서 산다는 것이냐, 잘 설득해서 시설에서 잘 지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고.

"(이용인이)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을 해도 보호자는 "아 글쎄 그냥 (시설에서) 거기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한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강 씨는 "보호자들은 돌봄의 문제부터 안전의 문제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갖가지 고민들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설에 들어와서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은 이용인의 의견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탈시설 자립생활 가족 우려, 해소 방안은?=그렇다면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희망하는 장애인당사자와 가족이 갖고 있는 갈등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공적시스템의 강화를 꼽았다. 현재는 서비스제공기관과 서비스 이용자 사이의 관계만 있을 뿐, 정부의 역할은 빠져있는 상황. 즉 서비스제공기관과 서비스 이용자, 정부의 삼각관계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 이용자가 정부를 통해서 제공자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취합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에도 이용자와 제공자 간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시스템을 통해서 제어되고 평가되고 유지돼야 한다는 게 김 활동가의 설명이다.

김 활동가는 또한 가족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장애인거주시설 퇴소 보장, 부양의무제 폐지, 체계화된 탈시설 전환환경의 구축, 입소보증금에 대한 해결 등 제도적 보완과 가족들의 문화·인식·태도 변화 유도, 장애당사자 교육, 인식변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강 활동가는 "장애인의 보호와 안전도 중요하지만 이 이데올로기에 갇혀 장애인의 삶까지 가둬버리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면서 "그 누구보다도 가족의 지지를 받는 속에서 자립하고 싶은 당사자의 마음이 가족에게 전달되기 위해서 당사자도, 가족도, 서비스 기관도 정부와 사회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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