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데서 하지 못하는 일들, 활동들 센터에서는 해요…솔직히 자기 일도 아닌데 센터에서는 나서서 여러 가지 힘든 일을 하잖아요.”

“장애인들을 자립시키고자 하는 일들을 지원해주고 마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의 아픔들을 대신 껴안고 평생을 살아간다는 생각….그것 때문에 이 센터에 있어요.”

지역 장애인들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센터)를 접하며 느낀 점이다. 당사자들의 아픔까지 껴안고 있다는 다소 감동적인 반응까지 끌어내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에게는 15년째 천덕꾸러기 신세다. 내년도 센터 지원 예산이 올해보다 1억8300만원 삭감되는 등 예산 확보를 위한 지원 근거 마련이 절실한 것.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 주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체계 강화방안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지원은 물론, 자립생활진영에서의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한목소리로 제기됐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실 서해정 부연구위원.ⓒ에이블뉴스

■“지원 근거 부재” 예산도 싹둑=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부연구위원은 현재 진행 중인 ‘중증장애인자립생활 지원체계 강화방안 연구’와 ‘자립생활센터 평가 체계 구축 방안 연구’ 중간보고를 통해 중앙정부와 자립생활 진영이 해나가야 할 역할을 발표했다.

서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센터는 중앙정부차원의 시행규칙에서 운영기준만 명시됐으며, 자립생활지원 중장기 로드맵 또한 부재하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속 “지자체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센터를 정기적으로 평가해야하고, 평가시 제1항의 운영기준에 대한 성과를 중시해야 한다” 외 보조금 지원 규정, 운영기준이 존재하지 않은 현실.

이렇다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운영 기준 역시 편차가 심각하다는 것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2016년 성과계획서를 보면,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은 ‘장애인 생활안정지원’이라는 성과목표 아래 단위사업으로 ‘장애인 권리증진 및 자립생활지원’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목적이나 주요 내용으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및 중증장애인 재활훈련 지원‘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성과지표에는 빠져있다.

서 부연구위원은 “성과지표에는 센터 지원에 대한 성과지표가 없이 척수장애인 재활교육 프로그램과 중도시각장애인 재활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장애인 수만이 성과지표로 설정되있다”라며 “센터 지원과 육성에 대한 재정 운영 방향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서 부연구위원은 중앙정부의 자립생활지원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탈시설 이후 장애인의 자립생활지원’에서 벗어나 IL이념과 목적이 정립된 중장기적 로드맵을 미룰 수 없다는 것.

서 부연구위원이 소개한 로드맵안은 한국적 IL이념 구축, 자립생활서비스 질적 및 양적 확대, 협력체계 구축, 인력강화, 전달체계 효율화 강화, 탈시설지원 사업 등 총 6가지 과제, 19개 추진정책으로 구성됐다.

서 부연구위원은 “지금의 장애인복지법에서 자립생활센터 규정이 매우 모호하게 제시되고 있기에 조속히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을 개정해야 할 것 이라며 ”현재 내년도 예산이 1억8300만원이 삭감돼 현재로서 내년 국비지원센터 3개소의 지원이 어렵게 됐다. 안정적이며 합리적인 예산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법률적 지원근거까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립생활 진영에서도 “전국의 센터관계자의 참여와 의견 수렴을 통해 센터만의 고유한 역할과 기능 정립을 목적으로 센터 운영기준 마련과 운영 매뉴얼을 개발해야 한다”며 “협의회 차원에서 광역단위 센터 지원단을 운영해 모니터링하며 평가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금호 소장, 굿잡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소장.ⓒ에이블뉴스

■“혼란스러운 IL…우리의 노력 필요”=이날 자리한 토론자들도 현재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모습을 진단하고, 정부의 지원은 물론, 자립생활 진영에서의 역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금호 소장은 “자립생활센터가 생겨나고 활동한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정부와 지자체의 로드맵이 부족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지경”이라며 “거주시설에서의 체험홈 운영, 복지관에서 비장애인 복지사가 동료상담을 하는 것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있었지만 조직화되지 못했으며 정부는 손 놓고 있다”고 현 실태를 진단했다.

이어 노 소장은 “당사자 중심의 자조집단이자, 권익옹호 기관이자, 탈시설 지원, 당사자 지랍지원의 전문화된 공간으로서의 재조명이 필요하다. 법 개정 논의와 함께 복지부와의 담판이 필요한 문제”라며 “기존의 복지관과 거주시설 등과 차별화된 센터의 기능과 사업을 구분한 고유한 기능이자 사업으로서의 권한을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제4차 종합계획에서 센터가 사실상 현재 한국에서 유일한 탈시설 지원 기관임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양적 확대와 질적 지원방안이 부재하다는 설명이다.

시설 거주 장애인, 시설화 예방을 위한 권익옹호를 실현하는 공식적인 채널로서 센터가 권한을 부여받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

노 소장은 “탈시설, 탈재가의 과정에서 이후의 정착지원 과정에 이르기까지 센터를 통한 촘촘한 자립생활 지원서비스 질적,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며 “비교적 약소 센터에 대한 지원과 육성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굿잡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소장도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자립생활 진영에 일침을 놨다.

김 소장은 “2000년 이후 자립생활 이념이 한국에 도입되면서 엘리베이터도 만들고 전동휠체어 등을 만들었다. 중증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나오게 하고 중증장애인고용체로서의 기능을 하지 않았냐”며 “근데 왜 탈시설 후 지원만 하는 역할로만 전락됐냐. 우리의 문제”라고 성토했다.

이어 김 소장은 “복지부는 인건비도 안주면서 바라는 것이 많다. 자립생활도 인정해주지 않고 고용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앞으로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눈앞이 깜깜할 때도 있다”며 “몇몇 센터만 잘해서는 절대 정부에 인정받을 수 없다. 센터 운영매뉴얼을 보급해서 질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 주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체계 강화방안 토론회’.ⓒ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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