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동료상담’이 절실한 이유. ⓒ주은미

나의 20대 삶에 주어진 첫 숙제는 “장애”였습니다.

대학 합격후 20살에 교통사고로 양하지절단과 척수손상으로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 후의 내 인생에 “장애”라는 객체의 경험이 “장애인인 나”라는 주체적 경험으로 엄청난 변화을 일으키며 다가왔고, 고통과 절망 가운데 “난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그 고민은 나로 하여금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했고, 그렇게 사회복지에 입문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지금 장애인 현장에서 많은 장애인들을 만나 동료상담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장애”라는 현실의 무게감과 더불어 “가족이나 동료의 지지”라는 심리적 갈급함이었습니다.

생애주기적으로 볼때 성인이 된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취업 그리고 결혼에 있어서 간절한 욕구를 어떤 방법으로든지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혼자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장애인들이 부모와의 관계속에서, 배우자와의 관계속에서, 동료들과의 관계속에서, 자녀와의 관계속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고 의사소통 하는데에는 큰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현재의 사회복지정책은 철저하게 기능적인 면에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적 갈등과 어려움은 잘 드러나거나 측정되지 않아서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지 장애인 본인도 모르고, 동료상담가들이나 사회복지사들도 전문 심리적 치료와 관계적 치료에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심리적 빨간약”만 바르며 응급처치만을 한채 덧나지 않기만을 큰 상처가 아니기를 지켜볼 뿐입니다.

그동안 동료상담을 진행하며, 상담하고, 교육하면서 “장애인이 장애인의 전문가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동료상담은 무언가 앞선 경험과 지식 즉 인간이해와 가족이해 그리고 무엇보다 장애 자체에 대한 바른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넓게 볼 줄 알고 깊게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첫째,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 사이에 깊이 박힌 “장애에 대한 잘못한 믿음의 틀을 재구조화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고, 장애는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사실을 수용해야만 건강한 가족관계와 자존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둘째, 장애인들은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를 경험하면서 부모와 너무 밀착되거나 갈등을 경험하거나 아예 격리가 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장애인들은 신체적, 심리적 아픔으로 더욱 대상을 찾고 관계를 맺으려는 강한 본능을 갖게 됩니다.

인간발달단계를 거치면서 어느시기에 경험했던 장애의 경험은 사실 심리적 유아상태에 머물게 합니다.

내 경우도 20세에 장애의 경험을 했지만 , 그 때 완전한 유아상태에서 엄마를 바라보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장애라는 경험을 통해서 장애를 어느정도 받아들이기까지 내면화가 진행되는데, 이때 적절한 돌봄을 제공받지 못하면 다양한 삶의 방어기제들이 생겨납니다. 이런 상황은 장애인 혼자서 해결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가족들의 참여와 도움과 지지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확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장애의 여정에서 가족들의 지지와 동료들의 지지 그리고 결혼과 출산경험 후 만들어진 나의 새로운 가족의 지지가 무엇보다 살아가는 큰 힘이었고 자립의 큰 밑바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때 동료상담의 영역에서도 가족과 함께 자립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변화되도록 돕고, 가족구성원들 서로가 서로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치료자의 역할을 감당케 하는 “가족 동료상담” 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 주은미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자립생활지원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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