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불광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 공청회’. ⓒ에이블뉴스

보건복지가족부가 약 1년간의 연구를 통해 장애인장기요양제도의 모델을 만들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불광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 공청회’는 장애인장기요양보장추진단이 개발한 모델에 대한 각계의 입장을 살펴보는 시간이 됐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이 새로운 모델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았는지 살펴본다.

이날 토론에는 서울시청 장애인직업재활팀 유시영 팀장, 전라북도 익산시청 가정복지과 김주일 과장, 가톨릭대 오혜경 교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현정 이용자, 대한 정신보건가족협회 박종성 회장, 한국장애인부모회 권유상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활동보조와 장기요양 통합, 최선인가?=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장애인장기요양제도에 자립생활이념이 적용되는 것에 동의한다는 전제로 토론을 진행했으나, 활동보조서비스와 장기요양제도가 통합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시영 팀장은 “장기요양제도가 장애인복지서비스 제공 체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에는 동의하나, 기존의 활동보조서비스의 방향을 개선·조정한다는 차원에서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 장기요양제도는 별도로 도입하고, 활동보조서비스는 개선할 수 있는 체제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권유상 사무처장도 “이 제도는 현재 시행중인 활동보조 서비스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분리해 별도의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요양' 삭제에 의견 일치=제도 도입 방식에 대한 이견은 있었으나, 현재 안에 대한 명칭을 정함에 있어 '요양'이라는 명칭을 빼는 것에 대해 모두 동의했다. 본 서비스가 자립과 사회참여를 위한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모두 이견이 없었다.

유시영 팀장은 “장애인에게 있어 ‘요양’이라는 개념은 현재의 장애인복지패러다임에 적합하지 않음으로 자립과 사회참여를 위한 보조서비스라는 개념 하에 ‘장애인자립생활보조’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김주일 과장도 “노인 장기요양보장제도와 달리 장애인 장기요양보장제도는 장애인의 신변처리 등 일상생활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주된 목적이 장애인의 재활에서 사회참여와 자립생활로 변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자립생활보조서비스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인 이현정씨는 “시간만 충분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상관이 없지만, 환자보다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회인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나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활동보조라는 명칭이 너무 좋다. 이 명칭이 꼭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비스대상자 확대에 대한 요구=서비스대상자를 1급 장애인으로 한정한 것에 대해서는 시급한 장애인에게 우선 지급돼야 하는 것은 옳으나, 절대적인 급수로 제한하기 보다는 필요도를 평가하여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유시영 팀장은 “1급 장애인에만 자격을 둔 것은 활동보조서비스의 범위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다 발전된 방안으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면 1급으로 제한하지 말고, 인정조사표 상에서의 최중증에 해당하는 일정 점수 이상의 ‘기능장애’ 대상에게 신청자격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김주일 과장은 “장기요양보장제도가 현 활동보조사업의 확대된 성격을 띠고 있는데 대상자가 1급 장애인으로 한정되어 있다. 장애인복지법상 중증장애인은 1·2급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 2급까지는 확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유상 사무처장은 “지적·자페성 장애인들의 경우 활동보조의 지원이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하여 1~3급 장애인 모두를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장애인 포함 여부에 대한 의견=시설장애인도 서비스대상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주일 과장은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의 재활 및 사회참여 욕구는 재가 장애인과 마찬가지라고 생각되어진다. 때문에 재가·시설 장애인 구분 없이 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현정씨는 “시설에서 힘들게 외출했던 기억이 난다. 외출을 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경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며 외출했다. 시설장애인들에게도 외출 지원을 위한 활동보조서비스는 지원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자부담 추후 검토? “명확하게 짚어야”=유시영 팀장은 “자부담 부분은 추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제도가 신설되고 개선되는 시점에서 검토가 되지 않는다면 추후에 검토할 기회는 그 폭이 제도가 정착되어져가는 만큼 협소해 지기 때문에 초기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씨는 “수급자일 때는 몰랐는데, 이번 여름에 수급자에서 탈락하면서 가끔 자부담을 못 내서 못 쓸 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실제로 4만원이라는 돈이 매우 부담스럽다. 자부담을 내면 장애인들이 당당해 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권리로 받는 지원이기에 자부담은 합당치 않다. 요양서비스를 도입함에 있어 신중히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용 지급 방식에 대한 고민=비용지급 방식에 대한 의견들도 제기됐다. 현행 활동보조서비스에 도입된 바우처 제도가 비효율적이라며 운영비 지급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반면, 이용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용기 소장은 “활동보조 서비스가 바우처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동시간은 비용이 지불되지 않아 제공기관에서 원거리에 있는 장애인은 종사노동자가 기피하게 되고, 이로서 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장벽이 있었다. 장애인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인식케하고, 서비스 질보다는 얼마나 더 많은 장애인을 유치하느냐만 고민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바우처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지원하면 제공기관의 운영이 장애인 중심이 아니라 이윤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바우처 방식 지원에서 제공기관 운영비 지원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혜경 교수는 이용자에 대한 직접지급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장애인을 서비스 대상자로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위치를 고려해 장애인에게 직접급여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직접급여 대상 장애인은 활동보조인을 고용하는 고용주가 되고, 활동보조비용은 운영자금이 되어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