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어린이집을 24시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강남구를 비롯한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어린이집을 24시간 운영한다고 한다.

과연 바람직한 정책인가?

이는 0~2세 영유아를 무상보육(無償保育)실시를 통해서 부모로부터 영유아를 분리(分離)시키고자 하는 어리석은 정책과 다를 바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선거와 투표만 의식한 영아 무상보육제도로 인하여 홍역을 치루고, 결국 양육수당 지원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현장도, 전문가의 고언도 듣지 않은 채, 내뱉어진 의미없는 무상보육이었다. 이로 인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재정 지원에 대한 갈등은 끝이 없다.

이젠 서울시도 악수를 두고 있다. 보육시설을 24시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취업 여성 중에 2교대로 인하여 야간보육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있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그 대안이 과연 보육시설의 24시간 운영일까? 우리나라는 너무 쉽게 사회 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것 밖에 없는가?

먼저 보육시설 24시간 운영의 위험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보육시설 종사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다른 여성의 야간 근무를 위하여 24시간 운영한다고 하지만, 이를 대체할 인력 또한 여성이다.

왜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여성의 문제만 고려하고, 이 아이를 맡아야 할 여성의 인권은 고려하지 않는가? 결국 같은 근로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차별받는 구조를 보육시설 24시간 운영이 조장하고 있다.

보육시설 종사자인 여성도 자녀를 둔 가정주부가 많다.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처우가 보장될지 모르지만, 과연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처우가 지원되는지도 문제이다. 동시에 보육시설에서 밤에 근무하는 여성근로자인 보육시설 종사자의 안전은 누가 보장하는가?

종종 시간연장보육을 감당하는 여성 근로자들에게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역사회 내 성폭행범, 혹은 취중에 자녀를 찾으러 오는 남자(아이의 아빠, 삼촌 혹은 할아버지 등), 그리고 그 외의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모두를 가해자로 몰 수 없지만, 여전히 위험은 존재한다. 종종 어린이집 내에서 영유아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에 분개하는 사회와 언론이지만, 실제로 어린이집 교사의 인권과 안전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는 사회와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대하여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낮에 쉬고 야간에 근무하는 여교사의 '라이프 사이클'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 여교사의 자신의 가정생활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중대한 과제이다. 종종 어린이집 교사들이 남의 집 아이들을 돌보면서 자신의 아이에 대하여 관심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지적이 밤에 엄마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어린이집 교사의 자녀의 한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하여 대안이 있는가?

둘째 영유아는 대체로 밤에 아프다.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영유아가 아플 때,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때 119를 불러서 대처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부모가 와야 하는가? 선진국에서는 반드시 부모가 와야 한다.

병원에 가더라도 병원에 가야 한다. 그런데 병원에 간다고 할 때 야간에 종사하는 보육교사가 함께 가야 한다. 이 때 누가 나머지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가?

혹 어린이집에 24시간 이용하는 영유아가 2명이 있다 하여도 야간 보육교사 2인에 대한 인건비를 100% 지원할 수 있는가? 만일 2인이 아니라 1인을 지원하게 되면 이와같은 상황에서 대처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장애영유아가 야간에 어린이집을 이용할 경우 또 다른 위험이 전제된다. 종종 장애가 중증인 영유아들이 밤에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한다.

만일 이와 같은 일이 밤에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던 장애영유아 혹은 일반 영아에게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어린이집 교사들이 감당해야 하는가? 그렇게 되면 이에 대한 뉴스는 또 하나의 포퓰리즘이 되어서 어린이집 시설장과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트릴 뿐 아니라 죄인으로 몰아가는 구조가 될 것이다.

셋째 야간에 출근하는 어머니에게 있어서 어린이집이 과연 안전지대일까?

과거에는 야간에 출근하는 어머니는 영유아를 친척 특히 조부모 혹은 이모, 고모에게 일시적인 양육을 부탁하였다. 이는 영유아의 애착(Attachment)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영유아 어린이집은 영유아에게 있어서 보조적인 수단이지 최적의 수단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영유아에게 있어서 부모(가정) → 조부모 → 어린이집의 순서가 도움이 되는 존재이다.

즉 사회복지의 체계로 말하면 영유아에게 1차적인 지원체계가 보다 우선되는 체계이고, 시설인 어린이집은 형식적으로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만일 24시간 어린이집이 되면 영유아에게 어린이집은 대리적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야간에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영유아는 낮에는 가정에서 엄마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가? 만일 야간에 어린이집 교사들의 안전과 영유아의 안전이 완전히 보장된다고 하여도, 24시간 어린이집에서 영유아가 생활하는 것은 ‘부모 있는 고아원’과 같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도 낮에는 가정에서 생활하고, 밤에 출근하는 엄마와 함께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유아는 어머니가 낮에 가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에서 생화하고, 출근하는 밤에서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이는 아동의 양육권, 발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넷째 어린이집에서 24시간 생활하는 것이 영유아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어린이 헌장에서는 “①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UN 어린이 권리 조약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제7조 “우리는 이름을 가질 권리가 있다. 우리가 태어날 때 우리의 이름, 부모님의 이름, 태어난 날이 기록되어야 한다. 우리는 국민이 될 권리가 있다. 우리는 낳아 준 부모님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권리와 부모님에게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다. ”

제9조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부모님과 함께 살 권리가 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란 이를테면 부모님이 우리를 해치거나 보살펴 주지 않을 때이다. 부모님이 따로 산다면 우리는 어느 한 분과 함께 살아야 하지만 두 분 모두를 만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제18조 “부모님은 우리를 기르는 일에 함께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제19조 “아무도, 어떤 식으로도 우리를 해쳐서는 안된다. 어른들은 우리가 매맞거나 무관심 속에 내버려지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 부모님에게도 우리를 해칠 권리가 없다. ”

과연 어린이집에서 24시간 생활하는 것이 어린아이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영유아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영유아의 권리와 부모의 권리 중 어느 것이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하는가? 마땅히 영유아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보육정책은 철저하게 부모중심이다. 영유아의 권리를 국가가 침해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어떠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어린이집은 고아원이라 불리우는 보육원(保育院)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말이 있다 ‘어린 아이에게 아무리 부실한 가정이라도 이를 대체할 것이 없다.’

정부는 가정을 공고히 하고, 영유아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단지 어른의 입장에서 가볍게 정책을 세우고 영유아를 단순 보호하는 차원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를 야기시킨다. 여기에 풍선효과를 기억해야 한다.

그러면 누구를 먼저 보호해야 하는가? 누구의 권리를 우선 보장해야 하는가? 마땅히 영유아의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는 진리이다. 이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전국장애아동보육시설협의회 이계윤 고문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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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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