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2층 다목적프로그램실에서 발달장애인 성상담가 양성사업 보고대회를 열었다. ⓒ에이블뉴스

그동안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은 성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거나 성폭력 방지 대책을 알리는 활동 위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성교육은 이미 성폭력 또는 음란물에 노출됐거나 성문제 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을 돕기엔 역부족이었다.

발달장애인 성교육 현장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다 심도 있는 ‘성상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고,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가 지난 2008년 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발달장애인 성상담가 양성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까지 2년 동안 진행됐다.

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2층 다목적프로그램실에서 이 사업에 대한 보고대회를 열고 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업의 결과물을 책자로 엮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상담 매뉴얼>을 공개했다.

발달장애인 성상담가 양성 사업, 결실은?

발달장애인 성상담가 양성 사업은 가족 또는 자녀가 발달장애인인 사람,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성교육 또는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장애인 단체 활동가 등 총 29명을 대상으로 발달장애인 성상담 이론 및 실습교육을 병행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교육 참가자들은 뭐야성교육체험관, 내일여성센터 등을 방문해 성상담 현장을 견학했고, 성폭력가해자 재판과정을 참관하기도 했다. 성상담 이론을 공부한 후에는 직접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성상담 실습을 진행하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교정 및 조언을 받았다.

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의 김명실 센터장은 “이번 사업은 발달장애인 성상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기틀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이 상담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경험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 상담의 가능성을 봤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교육에 참여한 제나가족지원센터의 성교육 활동가들은 앞으로 발달장애인 성교육을 할 때 일방적인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 등을 경험한 발달장애인들을 상대로 보다 깊이 있는 상담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성상담, 어떻게 해야 하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상담 매뉴얼>은 내담자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갖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장애·비장애를 떠나 내담자를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담자의 장애에 따른 특성을 파악한 후 상담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자는 발달장애인의 일반적 특성과 발달 단계 및 장애 정도에 따른 개별적 특성을 숙지해야 하고, 발달장애인의 성적 특성과 성행동을 이해해야 한다. 고급상담기술은 물론, 성 관련 지식도 갖춰야 한다. 이번 사업에 교육자로 참여한 성지작업활동시설의 정진옥 시설장은 “‘발달장애’, ‘성’, ‘상담’, 이 세가지 주제는 어느 것 하나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며 상담자에게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상담은 다양한 접근방법을 필요로 한다. 정진옥 시설장은 “일반적인 대화로만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개인 특성에 따라 다양한 활동과 도구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상담 매뉴얼>은 상담가가 활용할 수 있는 미술심리치료 및 인지·행동치료 방법과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공감의 자세다. 정진옥 시설장은 발달장애인 성상담에 대해 “상담기법 및 이론도 중요하지만 발달장애인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공감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실한 관심과 공감만 있어도 발달장애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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