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여성장애인 차별금지 연대회의가 28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성장애인 차별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가졌다. ⓒ에이블뉴스

지체장애인 박모씨는 12월 중순께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으러 인천시 모병원을 방문했다가 병원측으로부터 “집에서 소변을 받아오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척수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도뇨기구인 넬라톤(Nelaton)을 제공할 수 없으니 집에서 소변을 받아오라는 것이었다.

박씨는 “내가 평소 이용하는 병원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넬라톤을 제공받았다. 병원에 한 번 방문하기가 무척 번거로운 장애인에게 단돈 400원인 넬라톤을 제공하지 않고 집에 갔다오라고 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한 장차법을 위반하는 차별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씨는 병원으로부터 “직장은 다니세요”라는 질문도 받았다. 박씨는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직장에 다니냐고 묻는 것은 장애여성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편견에서 나온 언어폭력”이라고 분개했다.

뇌병변장애인 배모씨는 올해 초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 뱃속의 태아를 위한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A보험회사와 B보험회사에 문의했다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험 청약을 거부당했다.

배씨와 상담한 A회사 보험상담원은 “엄마가 장애인이라 가입할 수 없다”고 거절했고, B회사 보험상담원은 태아보험이 아니라 출산 후 가입하도록 돼 있는 일반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이 사례들은 28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된 장애인 차별사례들이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애여성네트워크,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여성장애인 차별금지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8일 오후 총 24건의 여성장애인차별 사례를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연대회의가 지난 11월 24일부터 한 달 동안 여성장애인 차별사례를 수집한 결과, 정당한 편의제공과 관련한 차별 7건, 장애인화장실과 관련한 차별 6건, 성추행 및 성폭력 사건 5건, 언어차별 4건, 보험가입 차별 2건 등 총 24건의 차별사례를 모을 수 있었다.

연대회의는 이날 진정서 제출에 앞서 증언대회를 열고 “이번 집단진정을 통해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장애차별과 성차별이 맞물린 형태로 고착되고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성장애인은 이동, 교육, 노동, 결혼, 건강, 성 등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여성네트워크의 김효진 대표는 “엄마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아직 세상 밖에 나오지도 않은 태아에게까지 사회적 차별이 가해지고 있다. 여성장애인에게는 사실상 모든 보험이 접근 불가능하다. 엄마가 장애인일 경우 태아나 아이에 대한 보험가입이 안 돼 심지어 할머니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여성장애인에게 맞게 정비하고 관련된 법도 정비해야 한다”고 여성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해서 법제도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여성장애인 차별금지 연대회의가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여성장애인차별사례에 대한 총 24건의 집단진정서를 제출했다. ⓒ에이블뉴스

"엄마의 장애가 자녀 교육보험과 뭔 상관?" 여성장애인 차별 집단진정 증언대회에서 사용된 피켓.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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