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장애 학생들이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과 교감이 특히 중요한 우리 학생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와의 단절은 여러 행동적·정서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모른다는 데 있다. 확진자 추이가 잠잠해지다가도 연휴 기간이나 휴가 기간이 지나면 다시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8월 초순만 해도 상황이 좋아져 2학기에는 등교일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여름휴가 기간 동안 확진자 수가 폭증하여 수도권의 경우 다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상태이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하루종일 자녀를 돌봐야 해서 부모 역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온라인 원격 수업은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산만하여 착석이 힘든 많은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부모가 옆에서 일일이 봐줘야 하는 온라인 수업은 오히려 부모들의 과제와 부담이 되고 말았다.

주의집중력이 짧고 행동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학습이나 지식 전달이 아닌 교사와 상호작용을 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야 많은 문제행동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행복은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한 필수 선행조건이다.

코로나로 인해 하루 종일 집에 있게 되면 답답하고 우울해지기 쉽다. 특히 중증 장애학생들의 경우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가 줄어들어 집에서 더 많은 행동적 문제를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관찰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행동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 자체가 줄어들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처럼 우울감, 답답함을 느끼고 이를 행동적 문제로 표출하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정서적・심리적 지원 방안은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요즘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라든지 우울감을 극복하는 방법 등 많은 방법들이 언론에 소개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비장애인을 위한 방법들이거나 인지수준이 높은 경증 장애 학생들을 위한 방법들이다.

여기서는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정서적 지원 방안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 잘 안 되거나 중증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잠재의식에 우회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화법을 구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정신 구조는 크게 의식과 잠재의식으로 나눌 수 있다. 정신 구조를 이해할 때 흔히 빙산의 그림을 많이 이용하는데 빙산은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아래에 가려져 있는 빙산이 훨씬 더 크다. 마찬가지로 정신 세계도 의식이 차지하는 부분보다 그 밑에 잠재의식이 차지하는 부분이 훨씬 크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의식하는 것보다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우울증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때 의식적으로 자꾸 바람직하게 고치려고 해도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잠재의식이 거부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잠재의식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음을 긍정적인 정서로 재프로그래밍하지 않으면 아무리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효과가 없다.

발달장애 학생들이 보이는 특이한 행동이나 문제들은 겉으로 볼 때는 행동적인 문제들로 보여도 사실은 잠재의식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이다. 따라서 행동에 문제가 있다라고 하여 행동을 고치려고만 하면 안 되고, 그 근원에 숨어있는 마음의 작용을 바꾸어주어야 한다. 즉, 마음을 긍정적 정서로 재프로그래밍 해주어야 여러 행동적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의 잠재의식을 효과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기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아동이 어떤 활동에 몰입해 있을 때 옆에서 툭툭 원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이다.상동행동을 하거나 특정 활동에 심취해 있을 때는 주변 일들에 무감각해 지므로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트랜스 상태는 일종의 몽롱한 상태로 잠재의식이 활성화되는 상태이다. 바로 이때 원하는 치료적 제안, 예를 들어 주의집중력이 짧은 아동에게는 “~잘 하고 있어”, “~잘 할 수 있어.”“OO가 많이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식으로 은연 중에 툭툭 던지듯이 말하면 아동의 내면 속에서는 겉으로 의식하지(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메시지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아이의 인지수준이 떨어져서 이러한 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이지만 잠재의식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이러한 말의 뜻을 다 이해하고 조금씩 변화하려고 한다. 따라서 어떤 활동에 심취해 있을 때 이를 놓치지 말고 이러한 메시지들을 넌지시 강조하며 던져보자.

둘째는 잠들기 직전이나 잠에서 깨기 직전의 자연스러운 트랜스 상태를 이용해 원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방법이다.

앞서 트랜스는 의식이 약간 변형된 상태로 한마디로 잠재의식이 활성화된 상태라고 하였다. 잠에 들기 직전이나 잠에서 깨기 직전의 약간 몽롱한 상태가 바로 이러한 자연스러운 트랜스 상태이다.

따라서 이때를 이용해 예를 들어 주의집중력이 짧은 학생에게는 “넌 잘 하고 있어.”, “~잘 할 수 있어.”, “주의집중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어.”, “오늘 하루 차분하게 잘 지낼 수 있어.” 식으로 귓속말을 살짝 속삭여주면 아동의 잠재의식에는 이러한 메시지가 언젠가는 각인된다. 그리고 잠재의식에 한번 각인된 이미지나 생각은 어떻게든 아동의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셋째는 원하는 메시지들을 큰 글씨로 써서 눈에 잘 띄는 여러 곳에 붙여놓는 방법이다. 프랑스의 약사이자 심리치료사였던 에밀 쿠에(1857~1926)는 어느날 우연히 위약효과(placebo effect)를 발견하고 자기암시를 치료에 이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자기암시의 놀라운 힘을 알게 된 쿠에는 사람들의 심리치료에도 자기암시를 적극 활용하였고 뛰어난 효과를 거두었다. 그가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에게 주문한 대표적인 암시문은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였다.

쿠에는 모든 시술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 위의 자기암시문을 환자들에게 반복하고 각인시켰다. 그리고 집에 가면 벽에다 붙여놓고 자주 들여다보게 하였고, 아침, 저녁으로 20~30회 반복하게 함으로써 실제로 기적적인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넷째는 심장호흡법이 있다. 오랫동안 심장은 피를 돌게 하는 펌프라고만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30년간의 연구에 의하면 심장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독립적인 기관이며 또 하나의 두뇌임이 밝혀졌다.

심장호흡법은 미국 하트매스 연구소의 롤린 맥크러티(Rolline McCraty) 박사가 개발한 검증된 호흡법으로, 심장호흡을 하면 우리가 자연 속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한 파동을 느껴서 가장 창의력 있는 상태(정합 상태)가 된다고 한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눈을 감고 두 손을 심장에 대고 심장 주변으로 마음을 집중한다.

2. (심장 주변으로 숨을 들이마신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약 5초 동안 천천히 들이마신다.

3. (심장 주변으로 호흡을 내보낸다고 생각하며) 약 5초 동안 천천히 숨을 내쉰다.

평소보다 약간 깊고 약간 고르게 호흡하는 것이 요령이며, 이런 밸런스를 유지하며 3~4회 실시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하면 우리 심장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정합 상태)가 되어 순간적인 화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이러한 심장호흡법을 이용하여 아동의 심리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아동에게 보내줄 수 있다. ‘마음 햇살 보내기’는 심장호흡을 한 후 상대방에게 의식의 에너지를 전달하여 상대방의 정서를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우리가 타인을 위해 좋은 에너지를 보내면, 에너지가 두 배 이상 강력해진다는 것이 롤린 맥크러티의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아동에게 마음 햇살을 보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심장호흡을 3~4회하여 몸을 정합 상태로 만든다.

2. 호흡하면서 변화를 바라는 아동을 향해 긍정적인 에너지(사랑, 감사, 배려 등)를 보낸다.

심장호흡과 마음 햇살 보내기는 반복하면 할수록, 또 여러 사람이 같이 할수록 그 효과는 강력해진다. 따라서 정해진 시간에 교사의 도움을 받아 부모가 같이 마음 햇살 보내기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면 학생의 긍정적인 감정 변화가 반드시 일어난다.

소개한 방법들은 모두 잠재의식에 메시지를 각인시켜 원하는 효과를 얻고자 하는 방법들이다. 원하는 메시지나 치료적 제안이 되는 말들을 살짝 강조하며 말하면 더 좋다. 중요한 것은 여러 번 반복해서 해야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위의 기법들을 일상 생활에서 꾸준히 실천한다면 중증 발달장애 아동이나 중도중복장애 아동에게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특수교사(교육학박사, 교육심리・상담 전공) 이진식(https://blog.naver.com/harammail75)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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