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복지관은 장애아 부모들의 기초재활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부모들의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에이블뉴스 자료사진>

장애인종합복지관의 현재와 미래 조망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방학기간이라 복지관 1층 로비가 대체적으로 한산했다. 그런데 유독 한곳에서 장애아이의 어머니들이 탁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복지관부설 서울리포츠센터에서 진행되는 수중재활운동을 받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아들의 부모들이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언어치료교육 등을 받으려면 최소한 2∼3년은 기다려야해요. 복지관이 장애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요."

'장애인복지관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3살 난 정신지체 아이를 두고 있는 박문희(47·서울 강동구 암사동)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복지관 치료반에 들지 못하는 아이들은 사설 기관으로 가야하는데 40분에 2만5천원에서 3만원은 줘야해요. 결코 무시하지 못할 금액이죠. 돈이 들더라도 좋아지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렇게 된다는 보장도 받을 수 없어요."

10살 난 정신지체 아이를 두고 있다는 이순화(40·서울 강동구 고덕동)씨가 기다렸다는 듯 불만을 터뜨렸다. 그 옆에 있던 정교영(39·서울 강동구 고덕동)씨는 "복지관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들은 행운아중의 행운아"라며 "2∼3년을 기다려도 언어치료반에 들어가지 못하는 얘들도 있다"고 거들었다. 9살난 정신지체 아이들 두고 있다는 정씨는 "2∼3년이 넘게 기다렸지만 아직 아이가 언어치료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겨울 장애인복지관의 씁쓸한 풍경이다.

지난해는 국내 최초 장애인종합복지관인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지난 20년간 서울장애인복지관은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서비스 전달체계의 하나의 모델로 발전해 왔다.

지난해 말 서울장애인복지관은 '21세기 장애인복지를 향한 장애인복지관의 기능 및 역할 재점검'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전국적인 장애인복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 내에서 장애인복지관의 기능 및 역할에 대한 열띤 논의가 벌어졌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지난해 12월 9일과 10일 이틀동안 열린 21c 장애인복지를 향한 장애인복지관의 기능 및 역할 점검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장애인복지관의 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장애인복지관이 현재 전문적 재활서비스 사업에 치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지역사회중심의 복지센터로서의 기능은 크게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이 전문적 재활서비스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재활서비스의 수요는 크게 증가하며 장애인복지관이 이를 다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생기고 있다."

한림대 차흥봉(사회복지학) 교수의 현재의 장애인복지관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차 교수는 복지부 사무관 출신으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 개관할 때 당시 보건사회부에서 복지관 개관의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차 교수에 따르면 최초 서울장애인복지관을 설립할 때 그 기능과 역할을 장애인 상담지도 및 평가, 전문적 재활서비스, 조사연구, 정보수집 및 보급 등 장애인의 재활과 복지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담당하도록 계획됐다고 한다. 직접적 재활서비스의 기능과 지역사회복지센터로서의 기능이 동시에 고려된 것이었다.

하지만 차 교수의 지적대로 현재의 장애인복지관은 전문적 재활서비스 사업만이 발달돼온 반면 지역사회중심 복지센터로서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전문적 재활서비스 또한 장애인들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장애아들의 부모들의 지적과 일맥상통하고 있었다.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범주의 확대 및 장애 특성 등의 변화 등은 장애인복지관의 기능 및 역할 정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장애의 범주가 확대될 때마다 서비스 기관으로 장애인복지관이 거론되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앞으로 확대되는 모든 장애인을 다 대상으로 해야할 것인가? 또 모두 다할 수 있는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개관 때부터 서울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다 최근 하상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으로 취임한 정진모씨는 장애범주 확대에 따른 장애인복지관의 기능과 역할에 고민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장애범주 확대 뿐만 아니라 정 관장은 △장애인인구의 증가 △장애 정도의 중증화 △장애인 스스로의 권리의식 향상 △장애연령 장애종류에 따른 복지욕구의 차별화 등 장애인 복지서비스 대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와 정 관장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참석한 여러 학자들에 의해 장애인복지관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이제 성년을 맞은 장애인복지관은 변화와 개혁의 심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러한 장애인복지관의 정체성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공립민영(公立民營). 현재 장애인복지관은 정부가 설립해 민간 전문기관에 운영을 위탁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20%의 자부담 방식마저 지난 2000년부터 폐지돼 정부가 100%의 운영비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복지관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매우 중요하다.

▲제2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장애인복지관은 앞으로 지역사회재활중심센터로 집중 육성될 것으로 전망된다.<에이블뉴스 자료사진>
'장애인복지관을 지역사회 재활중심센터로 집중 육성.'

이 달 말 확정될 예정인 제2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안에는 장애인복지관의 향후 방향성과 관련해 이러한 문구가 삽입돼 있다. 이 계획을 좀더 살펴보면 '지역사회중심재활협의체 구성'이라는 문구 또한 눈길을 끌게 한다.

이 말은 즉 지역내 보건소와 복지관, 장애인단체 등 재활관련기관간의 정보교류, 사업의뢰 등 협의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며 그중 장애인복지관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행 장애인복지관 재가복지봉사센터의 기능을 확대 개편해 CBR전담반 편성·운영한다는 방침을 덧붙이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사회중심재활협의체'와 관련해 차흥봉 교수는 지난해 말 '21c 장애인복지를 향한 장애인복지관의 기능 및 역할 재점검' 세미나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장애인복지 서비스의 영역이 다양하고 이를 담당하는 기간과 다기화돼 있기 때문에 이들 서비스의 상호조정과 통합기능을 담당하는 협의기구가 지방 및 지역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시·도의 차원에는 '장애인복지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시·군·구 단위의 지역사회단위에서는 '장애인복지 담당기관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들 협의기구는 행정기관 대표, 민간기관 대표,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해당 지역내의 장애인복지 서비스의 개발과 상호조정, 그리고 기관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기능을 담당하도록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복지관이 장애인복지의 중심에 선다"

김종민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사무국장 인터뷰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김종민 사무국장.
"앞으로 학교, 병원, 사회단체 등 지역사회의 모든 장애인관련 기관들이 모두 연계가 돼서 하나의 완전한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역할의 중심에 장애인복지관이 우뚝 설 것입니다."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김종민 사무국장은 제2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된 장애인복지관의 기능강화와 관련된 부분을 설명하며 장애인복지관의 역할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달 말 확정될 예정인 제2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안에는 보건소, 장애인단체, 장애인복지관 등 지역사회내의 장애인관련 기관간의 정보교류와 사업의뢰 등의 협의를 위해 '지역사회재활협의체'를 구성하기로 명시됐다. 특히 이 계획에 장애인복지관은 지역사회재활중심센터로 집중 육성할 것이란 내용이 포함됐다.

계획대로라면 향후 장애인복지관은 접근성확보, 인권확보 등 장애인운동에서 실태조사, 욕구조사, 환경조사 등 조사연구사업까지 지역사회 재가장애인들에게 장애로 인해 요구되는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 장애아의 부모들은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기회재활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강합니다. 그러나 복지관의 교육실, 치료실은 한계가 있죠. 장애인복지발전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복지관이 치료실, 교육실에서 기초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유사기관에서 이러한 동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김 국장은 기초재활서비스에 대한 장애부모들의 욕구도 재활중심센터의 기능을 강화된다면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국장은 "현재 복지관의 재활서비스 제공기능과 지역사회재활센터로서의 기능에 대한 적절한 역할 분담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기초재활서비스 기능에 중첩돼 있는 지역사회재활센터가 수행해야할 역할을 분리해내 그 특성을 강화시켜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국장은 장애인복지관이 지역사회재활중심센터로서의 제 기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장애인복지관협회에서 다양한 계획을 펼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협회의 기능은 장애인복지관의 방향제시입니다. 장애인복지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새로운 틀을 갖추기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착수합니다. 또한 공청회를 개최해 각종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지역사회재활중심센터로서의 복지관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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