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자조단체로 구성된 아태장애인10년평가단은 지난 아태장애인10년에 대해 정부가 거시적 계획을 세워 지속적인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유엔에스캅에 형식적인 보고서를 제출하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창간특집]아·태장애인10년 평가와 전망-DPI

정부는 지난 92년 12월 북경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회의에서 아·태 장애인 10년 실천을 뒷받침하기 위한 행동과제를 채택했다. 지난해로 아·태장애인10년은 끝이 나고 새로운 아·태장애인10년이 시작된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들은 정부가 장애인을 여전히 시혜의 대상으로 규정, 국가 차원에서 거시적 계획을 세워 지속적인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형식적으로 UN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기에 급급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아·태 장애인 10년 한국평가단의 평가를 토대로 아·태 장애인 10년 행동계획에서 기초 정책의 범주로 설정된 12개 영역의 현황과 문제점을 되짚어 봤다.<편집자 주>

[관련기사]아태장애인10년 김효진 기획위원장 인터뷰

국가조정-실효성 없는 장애인복지조정위

ESCAP는 "장애문제에 관한 국가조정위원회를 수립하거나 이미 존재할 경우 이를 강화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96년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고 관계부처 장관과 장애인 민간단체장들이 위원으로 선임해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를 구성, 제1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을 심의·확정했다. 또한 올해 위원회를 한차례 개최한데 이어 각 부처별 실무담당자(과장급)로 구성된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 기획단 실무위원회를 소집 제2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 수립에 관련한 사항을 논의했다.

그러나 국가조정위원회 구성이라는 형식적 측면에서 아·태 10년 행동계획을 이행하고 있지만 "하부조직 지원을 받는 영구적 기구로서의 위상을 지녀야 한다"라는 실효성과 집행력 부분의 권고사항은 이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 개최한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에서 정부는 사무국이 아닌 각 부처별 담당자(과장급)의 파견으로 실무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 그쳤고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 수립에 관련한 사항만을 논의했을 뿐 국가적 조정업무를 맡아 책임 있게 진행할 담당자가 없다.

따라서 권한과 효율성을 갖춘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의 운영을 위해 실무를 집행하고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무국 및 운영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입법-장애인 삶의 질 못 따라가는 법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법 특수교육진흥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정해져 있지만 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과는 동떨어져 있어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아·태 장애인 10년 계획에서 언급된 "장애인 학대·방치 및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장애인 당사자 및 장애인단체의 입법과정 참여 보장하고 장애인 기회균등 보장을 위해 국가·정부의 문제해결을 염두 한 중장기전략 수립과 함께 과도기적 유인책을 적절히 구분, 집행해야한다.

ESCAP이 행동계획의 중요영역으로 입법분야를 설정한 것은 시민적 평등권이 장애인에게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99년 ESCAP에 제출한 정부보고서에 "장애인의 동등한 기회와 권리 실현을 위해 장애관련 법안의 제·개정이 이뤄져 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정보-장애인실태조사 신빙성 의문

ESCAP는 기초적이고 종합적인 장애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에 장애인도 접근 가능하게 국가역량을 개발할 것을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장애인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근거로 정책·입법된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으로 장애상태 및 기타 인적사항 등을 등록하고 등록증을 교부받아 각종 복지시책의 대상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문제는 장애인실태조사가 믿을 만한 수준이 못된다는 것이다. 당사자의 만족도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장애인복지카드 시행에서도 나타났듯이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장애인 사생활 보호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신뢰성 있는 실태조사의 시행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통합정보망의 지속적 운영·관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장애인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존중이 절실하다.


이해증진-국가차원 지속적 캠페인 시급

아·태 10년 기간 동안 장애인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한 노력은 다른 영역보다 활발했다. 지난 91년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명시했고 96년 대통령 명의의 메달과 상금을 시상하는 '장애인극복상'을 제정했다.

또한 장애인먼저 실천중앙협의회가 꾸준한 범국민적 장애인먼저운동을 전개했고 정부의 인식개선사업 예산지원으로 장애관련단체 복지관 등이 다양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기획·시행했다.

그러나 장애인은 아직도 동등한 사회구성원보다는 보호의 대상,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이해증진의 노력이 시혜와 동정의 관점에서 이뤄졌고 프로그램에 정부예산을 지원, 정부가 해야할 책무를 민간에게 떠넘기고 있어 중복프로그램이 난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장애인을 주체화해야 함은 물론 장애인 이해증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 캠페인을 개발해 추진해야 한다.

접근성 및 의사소통-당사자 의견 경험으로 이동권 풀어야

지하철 리프트 이용에 따른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장애인 이동권연대가 강도 높은 투쟁을 벌였다. 또한 장애인 이동권연대는 건축환경 대중교통 뿐만 아니라 정보 접근과 의사소통을 위해 공공기관·다중이용시설에 수화통역센터 및 점자안내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제도화를 외면하거나 예산을 이유로 집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는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접근성·의사소통에 대한 국가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ESCAP의 판단에 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을 경제활동 인구로 전환하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훈련의 시스템화가 필요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과 경험을 받아 들여 리프트 등 이동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교육-무학 및 국졸이 51.6%…"아직 멀었다"

현재 교육기본법 제8조에서 모든 국민의 초·중등 의무교육을 규정하고 있지만 장애아동의 경우 취학의무를 면제 유예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실태조사 결과 미취학을 제외한 무학 및 국졸이 전체의 51.6%다.

이처럼 교육실의 열악성은 의무교육에서 장애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 교육관련 법으로 거론되는 특수교육진흥법은 특수교육을 별도로 하는 사람에게 한정된 법률이다.

이에 따라 교육기관·시설, 장애학생의 학습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별도 법률과 정부의 적극적인 시설마련 및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각급 학교 시설정비 및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기 전까지 교육매체·시설, 교육과정 상의 문제로 특수학교 특수학급이 운영돼도 통합교육과 개별화해야 한다. 한편 ESCAP는 국가의 공식·비공식 프로그램에 장애아동과 장애성인을 명확히 포함시킬 것을 최우선으로 규정, 중요성을 강조했다.

훈련 및 고용-고용부담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실시하는 직업재활기관을 포함,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기존 예산에서 나눠지고 있다. 이와 함께 노동부가 장애인 고용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업종에 대해 적용제외율을 정할 수 있고 국가·지방자치단체에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아 사실상 고용의무에서 제외되고 있는 상태다.

이는 고용에 있어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가장 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해 직업훈련은 재활과 엄연히 다른 영역임에도 재활과 구분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특히 기업이 장애인 고용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부과하는 부담금은 장애인의 고용 촉진 방안을 위해 사용돼야한다. 재활서비스를 지원하는 복지예산으로 쓰여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편의시설과 교육매체가 갖춰져야 한다는 전제 하에 장애인직업훈련원이 꼭 필요한지의 문제검토가 필요하다. 직업적 의미에서 중증장애인의 개념규정이 필요하고 장애인이 무능력한 존재가 아니라 존엄과 가치를 갖고 있다는 생각과 잠재력은 환경·조건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애발생 원인 예방-장애인정책 아닌 국가·사회적 과제

2002 정부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사고·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제1차 산업재해 예방 5개년 계획'과 '제5차 교통안전기본계획을 수립, 사고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모자보건법 의료급여법 등에 근거, 임산부 영유아·저소득층에 대한 정기 및 무료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예방은 국가적 사회적 과제다. 그러나 장애예방이 장애인 정책으로 오해받는 것은 부당하다.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차별 받는 사회적 현실이지 손상된 신체를 복구해 달라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활서비스-당사자 만족·요구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ESCAP는 장애인과 그 옹호자들이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서비스를 개발하고 '주도'하도록 지원할 것과 장애인자조운동에서 얻어진 경험을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국립재활원이 장애인의 재활 훈련 및 재활전문요원의 양성·재훈련 등의 기능을 담당해 왔다. 또한 전국 80여 개의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운영돼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모든 복지관이 ESCAP의 권고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2002 ESCAP정부보고서에 장애기관 운영위원회 구성에 있어 장애인 및 이용자대표를 의무적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사회복지사업법에는 임의로 규정돼 있을 뿐이다. 이에 재활서비스는 판단력과 지적기능의 문제가 없는 한 장애인당사자의 만족·요구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사회통합을 전제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보장구-산·학·소비자 협동 시스템 마련 시급

국민건강보험법 장애인복지법 조세특례제한법 등에 근거해 장애인용 보장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텔레비전 자막수신기를 추가한 것 외에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지 않아 과학·사회변화에 뒤 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시장경제 논리에 맡겨져 소수 업체가 보장구, 장애인용품을 생산·보급하고 있어 장애인들이 소비자로서의 선택권이 없다. 이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장구 시장형성을 지원하지 않으면 계속 외국 제품을 사용해야 하고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시장경제에서 실패한 경쟁력 없는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연구기관 생산업체 이용자를 연계한 산·학·소비자 협동 시스템의 마련이 시급하다.

자조단체-풀뿌리 자조단체 지원육성 방안 있나?

아·태 10년 행동계획을 비롯한 국제문서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 각 연도 세입세출예산서를 보면 지난 92년 장애인복지예산 대비 장애인단체지원이 2.5%로 나타났고 2000년에는 3.8%에 이르러 5배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 중 85% 정도가 장애인지원단체에 지원됐다.

이는 아·태 10년의 권고사항과는 정반대의 실천으로 장애인지원단체만 강화시켜 장애인자조단체들은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한 전체 장애인복지예산 중 절반 이상이 생활시설에 쓰여지고 있지만 시설장애인의 생활수준·시설, 직원근무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따라서 장애인자조단체와 장애인지원단체의 구분해야 한다. 특히 장애인단체와 전문가가 함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구성하고 풀뿌리 자조단체 지원·육성 방안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지역협력-국가별 보고서가 각국에 긴장을 주려면?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우리나라의 대회개발협력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기관으로 개발도상국의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ESCAP은 아·태 10년 행동계획의 국가적 수행을 지원하고 감시·검토하기 위해 지역협력 구축을 강조했다. 그리고 네트워크 전체의 효율적인 기능을 증대하기 위해 지도적 국가들이 자원동원 가능성을 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일본의 JICA만큼 적극적인 장애인국제행사를 지원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력에 걸맞게 동남아 각 국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태부족이다. 재정적 지원만이 국가 협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경험의 교류가 서로를 발전시킬 수 있지만 정부는 노력이 부족하고 최소한 국제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민간단체를 통해 협력의 방안을 모색해보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한편 격년마다 제출하는 국가별 보고서가 각 국의 정부에 긴장을 가져올 수 있으려면 민간단체들이 정부 정책을 모니터하고 결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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