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 유형을 15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상실하면 시각장애인이 된다.

시각장애의 원인에 대해서는 당뇨, 망막색소변성증, 황반변성 등 각종 질병과 사고로 눈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데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안마바우처(시각장애인 안마). ⓒ보건복지부

어떤 이유로 시각장애인이 되었든 간에 어렸을 때 시각장애인이 되면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니게 된다. 시각장애인 학교는 맹학교라고 했는데 몇 년 전부터 맹(盲)이라는 글자가 장애인 비하용어라고 해서 학교 명칭을 바꾸었는데 서울맹학교 대전맹학교 부산맹학교 등은 동창회에서 반대해서 예전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고등부에서는 일반적인 정규과목 외에 이료과목이 있다. 오래전 필자가 어느 신문에 시각장애인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이료과목이라고 했더니 이료과목을 잘 몰랐던 어느 기자가 친절하게도 의료과목이라고 고쳐 써준 일도 있었다.

이료과목(理療科目)에서는 3년 동안 침술과 안마를 배운다. 그런데 특수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중도에 실명한 사람도 많다. 중도실명자 중에서 중학교 이상 졸업한 사람은 안마수련원에서 2년 동안 안마를 배운다. 중도실명자 중에는 중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들도 있어서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기도 한다.

특수학교 고등부 3년이나 수련원 2년을 졸업하면 「의료법」 제82조에 의거한 안마사 자격을 얻는다. 예전에는 안마사가 면허였는데 현재는 시·도지사 자격증이다.

안마사는 안마시술소나 안마원을 개설할 수가 있다. 안마시술소나 안마원이나 대부분이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안마시술소는 퇴폐업소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고, 안마원은 태국마사지 중국마사지 등이 난립하였으나 정부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바람에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설 곳이 없었다.

그래서 어떤 안마사들은 안마원을 포기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전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자 보건복지부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의료소외계층의 건강유지를 위한 일석이조 프로그램을 내놓았으니 이른바 안마바우처다.

2009년 안마바우처의 시작. ⓒ천안시청

안마바우처는 2009년 4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안마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지체 및 뇌병변장애인과 65세 이상의 노인 중 근골격계통이나 신경계통 질환자를 대상으로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 120% 이하인 가구가 신청 대상이었다.

안마바우처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70%의 국비를 투입하고 각 지자체에서 30%를 예산으로 한다고 했다. 안마 서비스는 월 2회인데 한 번에 한 시간씩 받을 수 있고, 지원액은 월 6만 원인데 본인 부담금은 8천 원(수급자는 4천 원) 정도였다.

그러나 안마바우처가 일석이조를 노리는 야심찬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별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왜냐하면 신청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신청자가 별로 없었고, 안마사들에게도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사업은 아니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에서도 신청 조건을 조금씩 완화했고 가격도 인상되었다. 2019년 올해 지원대상은 전국 가구 중위소득 140% 이하 또는 기초노령연금수급자고, 근골격계, 신경계, 순환기계 질환이 있는 만 60세 이상인 자이다. 지체 및 뇌병변 등록 장애인은 연령과 무관하고,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상이등급 판정을 받은 자도 근골격계, 신경계, 순환계 질환이 있는 자는 가능하다.

올해부터는 기존 시각장애인 안마서비스 이용대상자라 하더라도 1회에 한해 재신청이 가능하고 서비스는 주 1회(월 4회) 1년간 이용할 수가 있다. 서비스 가격은 월 160,000원인데 바우처 지원액이 144,000원이고 본인부담금은 16,000원이다.

대상자는 읍 · 면 · 동 주민센터에 비치된 신청서를 작성하고 진단서, 소견서, 처방전(질병분류코드 G.M.I 및 R81, E10~15) 중 하나를 제출해야 한다.

질병분류코드에서 G는 신경계통의 질환이고, M은 근골격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이며, I는 순환계통의 질환이다. R81은 당뇨, E10~14까지는 당뇨 관련인데 E15는 비당뇨병성 저혈당성 혼수다. 질병분류코드는 'KOICD 질병분류정보센터'에서 찾을 수 있다.

안마바우처 안내.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원

처음 안마바우처를 시작할 때 필자도 문의했는데 신청조건에 부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9년 1월 안마바우처 조건이 완화되었다고 해서 동 주민센터에 전화로 문의하였다. 가능성은 있으니 제출 서류를 준비해 오라고 했다.

“무슨 서류를 어떻게 준비하죠?”

“다니는 병원에 가서 안마바우처에 사용할 거라고 하면 해줄 겁니다.”

필자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종합병원이 있지만, 종합병원에서는 진단서를 끊기가 쉽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을 해서 가끔 가는 근처 동네의원을 찾았다.

안마바우처에 사용할 거라고 했더니, 접수 직원은 서류를 한참이나 훑어보더니 ‘처방전이면 되겠네요.’ 필자의 처방전을 복사해 주면서 돈도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종합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이 있으니까 그 처방전을 내면 될 것 같았다. 개인병원에서는 처방전을 한 장만 주므로 약국에 제출하면 그만인데 종합병원에서는 처방전을 두 장씩 주니까 한 장이 남아 있었다.

처방전을 가지고 동 주민센터에 가서 신청서를 쓰는데 신청서가 몇 장이나 되었다. 신청서 쓰는 것을 행정도우미가 보더니 이것저것 신청서 쓰는 것을 도와주었다. 신청서와 함께 처방전을 제출했다. 담당자는 서류를 한번 훑어보더니 됐다고 했다.

“연락은 해 주나요?”

“연락 안 가면 탈락한 거예요.”

그리고 한 달쯤 지나도 연락이 안 오기에 아무래도 탈락한 모양이라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2월 말쯤 등기우편이 왔다. 안마바우처가 되었다는 「사회보장급여 결정 통지서」였다. 안마바우처를 이용하려면 국민행복카드가 필요했다.

국민행복카드. ⓒ이복남

은행에 가서 국민행복카드를 신청했다. 카드 발급에는 일주일 쯤 걸린다고 했다. 어느 안마원을 갈 것인가, 동 주민센터에서 온 통지서에 근처 안마원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들어 있었다. 몇 사람에게 문의도 해보고 고심하다가 **안마원으로 정했다.

**안마원에서 계약서를 섰다. 본인부담금은 1회에 4,000원인데 한 달 4주분 16,000원을 일시불로 결재하라고 했다. 1주일에 한 번 가는데 카드는 올 때마다 가져 오고.

필자는 근골격계와 순환계 처방전을 제출했지만, 사실은 허리가 약간 아팠다. **안마원 원장은 안마를 받기 전에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지 여러 가지 문진을 했고 서너 달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안마를 받을 때는 처음이라서 그런지 등과 팔다리를 주무르고 누를 때는 약간 아팠다. 무릎 아랫부분을 만질 때는 너무 아파서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원장은 그 부분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몸을 만져 준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 호사하는 것 같다. 안마를 받을 때는 약간 아프기도 했지만 다 받고 나니까 시원하고 개운했다.

대부분의 읍 · 면 · 동에서는 안마바우처 1년분을 연초에 마감하는 것 같아서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다. 그러나 간혹 수시로 한다는 곳도 있는 것 같으니 읍 · 면 · 동에 문의해 보시고 올해 안 되면 내년 1월을 기약해 보시기 바란다.

안마바우처 계약서. ⓒ이복남

대부분의 사업은 예산이 따라야 하므로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하기가 어렵겠지만 장애인은 물론이고 비장애인의 건강증진이나 유지를 위한다면 안마바우처 제도를 좀 더 보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첫째는 1주에 한 번 하는 안마를 2년간 할 수 있다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2년만 살 것이 아니므로 2년이 지나면 본인부담률 10%가 아니라 20~30% 정도 단계적으로 인상하더라도 기간을 좀 더 늘렸으면 좋겠다.

둘째 현재는 1~3급 지체나 뇌병변장애인 그리고 60세 이하인데 장애등급이 폐지되면 1~3급 장애인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체장애나 뇌병변장애뿐 아니라 발달장애인도 포함했으면 좋겠다.

셋째 비장애인의 경우 60세 이상인 자 중에서 근골격계, 신경계, 순환계 질환이 있는 자는 가능한데 본인 부담률은 10%다. 본인부담률을 20~30% 하더라도 60세 이하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필자의 지인인 한 안마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바우처 대상자의 60%는 본인부담금 30% 정도면 충분히 받을 수 있다’라는 조사 결과를 전했다.

넷째 안마원에서 1회 안마 비용이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하는데 안마바우처가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라면 한 달에 1백60만 원이 아니라 2백만 원 정도는 증액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사람의 안마사가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해도 남의 몸을 만지고 주무르는 안마는 중도동이므로 교대 시간 및 쉬는 시간을 빼면 하루에 5명 정도 안마를 할 수 있다.

1회 4만 원씩 하루에 5명을 안마하면 20만 원 정도인데 안마원 임대료 시설유지비 감가상각비 등을 50% 정도라고 하면 10만 원 곱하기 20일이 되어야 월 2백만 원이 된다.

월 2백만 원이면 대부분의 노동자가 받는 최저임금 수준인데 거기다 하루에 5~6명을 기약할 수도 없고, 4대 보험료를 제하고 나면 2백만 원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섯째 안마사는 의료법에 의거한 자격이고 안마원은 안마사만이 개설할 수가 있다. 따라서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은 안마원이라면 안마를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시행하는 형태의 건강보험에 적용했으면 좋겠다.

의료법에서 안마사. ⓒ법제처.

현재도 정형외과에 가면 여러 가지 물리치료를 받을 수가 있지만, 건강보험이므로 정형외과 비용이 4~5천 원 정도로 그리 높지는 않다. 처음 건강보험(예전에는 의료보험)이 시작되었을 때 한의원은 해당이 되지 않았으므로 그때는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안마원이나 침술원을 찾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대한민국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화원 회장은 자신이 서울맹학교 고등부를 졸업할 무렵에도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생계 수단은 안마피리였다고 한다. 자기는 죽어도 안마피리는 불기 싫어서 침술원을 차렸는데 침을 잘 놓는다고 소문이 나서 손님이 많았다. 그러자 인근 한의원 등에서 고소하는 바람에 걸핏하면 경찰서에 불려 다녔다고 했다. 1983년에 와서야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3호침 이하는 사용할 수가 있다는 유권해석이 있었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도 시각장애인은 나라에서 직업을 알선하였다. 당시 시각장애인의 직업은 독경이나 관현악 그리고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침술(침구)이나 안마였다. 현재는 소경이나 봉사가 시각장애인 비하용어로 낙인이 찍혔지만, 고려시대의 소경(少卿)이나 조선시대의 봉사(奉事)는 관직명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허준의 첫 관직도 봉사였다. 허 봉사.

1914년 10월 조선총독부는 안마술과 함께 침술사의 자격에 대한 규정을 제도화해서 시각장애인에게 침술사 면허를 주었다고 한다. 서울맹학교의 전신은 1913년에 설립된 제생원 맹아부인데, 서울맹학교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와 침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필자가 안마 받는 모습. ⓒ이복남

해방 이후 미군정시절 침구사 제도가 없어지기도 했다가 1973년 「보건사회부령」에서 “안마사는 안마·마사지 또는 지압에 의하거나 전기기구의 사용 기타의 자극방법에 의하여 인체에 대한 물리적 시술행위를 하는 것을 업무로 한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안마사의 자격은 “교육법에 의한 특수학교에서 물리적 시술에 관한 고등학교과정을 이수한 맹인 또는 중학교과정 이상의 교육을 받은 실명자로서 보건사회부 장관이 지정하는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의 안마수련과정을 이수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안마업종은 시각장애인들의 독점 업종으로 정착되었다. 시각장애인은 법의 보호를 받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여러 차례 시각장애인들의 목숨을 건 투쟁과 법리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한의원에서 추나요법도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있으므로 안마원에서도 근골격계나 순환계 등의 안마바우처에 준하는 신청서류를 제출하면 건강보험에 적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60세 이하는 본인부담률을 20~30%쯤 높이더라도 이용 기간이나 나이 제한 등을 없애고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안마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아울러 시각장애인에게는 고용창출과 더불어 직업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이는 비장애인의 건강증진과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직업 창출로 이어져 안마바우처가 아니더라도 국민 건강증진, 장애인의 안정적 생활(일자리) 터전 마련 등 생산적 복지 등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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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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