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탈시설화’.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이자, 올 초 업무보고를 통해 탈시설화 본격 추진을 선언했습니다.

척수장애인들은 이에 더해 ‘탈원화’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을 병원에서 전전하는 것, 이 것 또한 시설 거주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탈원화’는 장애계에서도 소외된 ‘그들만의 이야기’입니다.

척수장애인 소개.ⓒ한국척수장애인협회 홈페이지

척수장애인은 중추신경인 척수가 손상돼 그 조직이 회복 또는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손상되면 완치가 어렵습니다.

운동기능, 감각기능, 상실 및 이상, 배뇨 및 배변기능 장애, 성기능 장애 등 온갖 합병증이 동반되죠. 흔히 ‘중증’, ‘중복’, ‘중도’ 3중고 장애인이라고 불립니다.

현재 법정 장애유형에서 지체장애로 분류돼 있어 정확한 통계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선 약 8만5000명 정도입니다.

단순히 신체적인 것 뿐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직업적 재활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재활시스템이 부족합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입원치료기간이 평균 30개월 정도로, 미국 평균 2개월, 유럽 평균 7개월과 매우 대조적입니다.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고문’과 평균 3.16곳의 병원을 전전하는 ‘재활난민’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이를 위해 척수장애인협회는 지난 2010년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이하 센터) 중앙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14개 시도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척수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초기 및 칩거 척수장애인을 발굴하고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죠.

대표적인 것이 입원해 있는 척수손상 환자들을 찾아가 장애 수용과 일상 복귀를 돕는 ‘찾아가는 정보메신저’, 자가운동법 등을 교육하는 ‘찾아가는 헬스케어’, ‘지역사회복귀훈련’ 등입니다.

2013년 수도권 지역 재활병원을 시작으로 진행된 정보메신저 파견사업은 지난해 기준 전국 40여개 병원으로 확대된 상탭니다. 또 2016년 기준 59명의 초기 칩거 척수장애인을 발굴하고 73명에게 개별지원도 이뤘습니다.

찾아가는 정보 메신저 모습.ⓒ에이블뉴스DB

95.74% “센터 이용 후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센터 이용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입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총 253명의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서비스 이용 후 일상생활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무려 95.74%입니다. 센터 서비스 만족도도 대부분 ‘만족’이었고요.

불만족 사유는 서비스 횟수가 적거나 연중 지속적으로 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또 97.3%가 향후 센터를 이용하고 싶다고 응답했고요.

최근 이승일 중앙센터장이 출장 중 만난 척수장애인은 “5년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아무도 사회복귀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너무 필요했던 것인데 감사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초기손상 척수장애인들을 직접 찾아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사회복귀 정보를 제공하는 것, 센터가 꼭 존재해야 하는 이유죠.

하. 지. 만. 센터는 지역 척수장애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큼의 형편이 되지 못 합니다.

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현황.ⓒ한국장애인개발원

센터 보조금이 단 년도 사업으로 수행하고 있어 예산이 부족하고 전문인력 확보도 어렵답니다. 현재 척수협회 산하 센터는 총 14개인데, 이중 복지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센터는 7개입니다.

서울, 대구, 대전, 광주, 강원, 경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부산 총 14개 센터 중 부산, 대전, 경기, 충남, 전북, 경북, 경남 만이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이죠.

1개 센터당 올해 보조금은 6650만원인데요. 이는 2014년 기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고보조금 1억5000만원과 비교해도 매우 부족합니다.

센터당 센터장 1명, 실무를 맡은 척수장애인 1명, 비장애인 1명 총 3명씩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보조금이 부족하다 보니, 센터장은 척수협회 시도협회장이 겸직으로 맡고, 4000만원으로 2명 직원의 인건비를 감당합니다. 나머지 2650만원으로 사업비를 책정하고 있고요.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 이직도 잦아 골치라고 이승일 센터장은 토로합니다, “보조금이 인건비 수준이고 사업이 지속적이지도 못해 수박 겉핥기 수준이다. 이직이 잦다보니 척수장애인을 채용하는 것도 힘듭니다.”

더군다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센터는 지자체로부터 인건비 없는 사업비 정도의 적은 금액의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해당 지역의 척수장애인들의 욕구 충족은 부족할 따름이죠.

이에 이 센터장은 보건복지부 측에 센터의 지속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현실성 있는 예산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커뮤니티 케어’, 즉 시설거주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모델. 하지만 이 안에는 척수장애인이 병원에서 나오는 ‘탈원화’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에 ‘커뮤니티 케어’ 속 탈원화의 개념을 넣어주고, 그 일환으로 센터 예산을 늘려달라는 겁니다. 지난달 복지부에 이 같은 정책제안서를 전달한 상태입니다.

“척수장애인에게는 병원이 곧 시설입니다. 초기손상 척수장애인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시행착오를 덜 겪고 사회를 복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척수장애인들이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는 기관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도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센터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제언했는데요.

보고서는 “센터의 낮은 예산 구조로 인해 현재 지역센터 2명의 직원으로는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2명이상의 전문성 있는 재활서비스 제공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인건비 지원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센터의 역할은 간단한 정보제공 정도로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의 대답은? “지원을 늘려주고 싶죠. 하지만 예산을 늘려달라는 곳이 많다보니…”

복지부 관계자는 “보조금이 적은 부분은 알고 있고, 늘려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5월 달에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는데 반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제안해 주신 부분은 잘 검토해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척수장애인은 대표적인 중도 장애인으로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과 함께 사회참여 등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장기간의 병원생활로 병원비 부담으로 가족 간의 갈등도 발생합니다. 척수장애인들은 더 이상 병원에 매이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지역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현실적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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