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최 광)이 장애인서비스연계사업 필요성 전파를 목적으로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공단 18개 지사 41명의 복지플래너가 총 47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모두 장애인이 장애인서비스 연계를 통해 경제 문제, 건강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이룬 내용이 담겼다.

공단은 1·2차 심사결과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장려상 7편 등 총 11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첫 번째는 최우수상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만남’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만 만남

신동매 복지플래너(경인지역본부)

최우수상을 수상한 신동매 복지플래너. ⓒ국민연금공단

대상자(정신장애3급, 여, 만27세)와의 방문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연락처로

전화를 하여,

“안녕하세요! 국민연금 장애인지원센터 복지플래너입니다.

○○○님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

“선생님! 저는 ○○엄마입니다. ○○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어 연락처를 저로 했어요. 저하고 통화하시면 됩니다.”

“그러시군요. 신청하신 장애등록이 며칠 전 국민연금 장애심사센터에서 등급이 결정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얼마 전 댁으로 보내드린 장애인복지서비스 이용 안내문과 같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지원해 드리기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공단에서는 출장상담을 통해 신규 등록 장애인이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확인하여 보다 편리하게 복지서비스를 이용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방문해서 자세한 안내를 드리고자 합니다. 7월 00일 오전 시간 어떠신가요?”

“선생님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뵐 수 있나요? 우리 ○○가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해서요. ○○가 집에 있어요.~~” 라며 말끝을 흐리십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동주민센터에서 7월 00일 11시 뵐까요?”

“네~~좋아요, 선생님 꼭 뵙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조심하세요.”

통화 후 ○○동주민센터 장애인업무 담당 주무관에게 상담실 사용을 요청했습니다.

폭염으로 열기가 치솟는 7월 00일 11시 첫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조용한 목소리로 “선생님! 예전에 어디서 뵌 것 같아요. 낯설지가 않아요. 선생님과 통화하면서 희망이 느껴져 꼭 뵙자고 했어요.” 라며 말문을 열기 시작하셨고 대상자와 관련된 사항을 자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상자는 작년 온가족이 있는 상태에서 언니에게 가해행위(과도로 등을 찌름)를 하여 현재까지 병원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매사를 언니와 비교하면서 대화도 잘 나누지 않았고, 언니는 대학까지 나왔는데 집에서 빈둥거린다며 미워한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남편과 싸움이 잦아 좋은 분위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본인 책임이라고 하셨습니다.

대상자의 가족은 4인 가족으로 적은 수입이긴 하지만 부모님 모두 경제활동에 참여중이고 언니는 공무원시험을 여러 번 응시했으나 낙방하여 실의에 차 있는 상태이며 대상자는 시간제로 근로활동에 참여한 경험은 있으나 사람 만나는 것을 꺼려해 현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거의 집에서 생활한다고 하며 외부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으로 전셋집(단독주택2층)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말씀을 듣고 동주민센터에 신청할 내용, 이용 가능한 기관 등을 차례로 안내해 드리자 “이렇게 혜택이 많을 줄 몰랐어요. 선생님 뵙자고 하길 정말 잘했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프로그램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우리 ○○가 병적인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요. 우리 좀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라며 거듭 감사의 인사와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저는 연계할 기관 등 추가정보를 향후 유선으로 안내해 드리겠다는 말씀과 협조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 후 상담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돌아서 오는 길에 어머니의 간절함(선생님!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이

맴돌았습니다.

세 모녀 모두 마음의 상처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최우선으로 심리적 갈등과 현실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며칠 후, 사례회의를 통해 ‘심리 상담을 통한 치유’를 목표로 세우고,

1) 세 모녀 심리상담 및 정서함양 방안

2) 대상자 전문기관 연계

3) 취업관련 정보제공으로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 무덥고 습한 여름밤에 느껴보는 상쾌함 ◎

보다 효과적인 시행을 하려면 대상자를 비롯한 자녀들도 만났어야 하는데 만나지 못한 점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어 돌파구를 찾고자 수원시 산하기관의 프로그램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공공기관의 특화사업인 “해설이 있는 한여름 밤의 영화감상” 을 안내하자 흔쾌히 참여하시어 자연스럽게 세 모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화 “하모니”를 보면서 대상자의 모와 저는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하지만 대상자 언니는 간간히 흐느끼는 정도였고 대상자는 어쩌다 한 마디씩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였습니다.

영화 감상 후 말없이 뒷정리를 하는 대상자 언니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동, 태도 등을 관찰 할 수 있었고 실천계획대로 서비스를 제공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마음에서인지 무덥고 습한 여름밤이 상쾌하게 느껴졌고 행복감마저 들기도 했습니다.

◎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다 ◎

현재는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로 심리상담(정신질환자 제외)을 실시하는 공공기관을 연계하여 어머니와 언니가 요일을 달리하여 주1회(50분) 심리 상담을 받고 계십니다.

상담 중 어머니와 언니 모두 자신도 모르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놓기도 하고 시원함을 맛보기도 한다며 심리 상담을 받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12회 차로 운영되는 심리 상담을 마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하실까? 은근 기대해 봅니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달리 제약이 있어 이러한 프로그램도 쉽게 참여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대상자는 다른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몸과 마음을 깨우는 평화 감수성 프로젝트(2일 과정, 참가비 있음)” 를 안내하였고, 이 교육을 통해 감수성, 몸과 마음 열기, 소통의 원리 등을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감을 들으면서 저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통화를 하게 되었고 세 모녀가 변화되는 과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상자가 마음의 문이 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이 기회에 대상자를 전문기관에 연계해야겠다는 마음에서 어머니가 대상자를 설득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드리는 등 매일 통화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선생님! 저 ○○엄마예요. 선생님이 알려 주신대로 설득했더니 ○○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네요. 저도 기뻐서 전화 드리는 거예요. 선생님 만난 후 여러 가지로 희망이 보이네요. 아이들이 변하고 있어요. 선생님! 관심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희망이 보여서 삶이 즐거워요” 들려오는 어머니의 음성은 떨리는 듯했습니다.

“젊은 여성이 선뜻 전문기관에 발을 들여놓고 도움을 받는 결정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머니께서 수고 많으셨네요. 다 잘 될 거예요. 우리 함께 노력해요. 저도 수시로 전화 드리겠습니다. 좋은 소식을 주셔서 감사 합니다.”

정신 장애인을 전문기관에 연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새삼 느끼면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고자 서비스 위원회에 상정하였고, 서비스위원으로부터 대상자가 취업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답을 들었을 때 기쁨은 정말이지 배가 되는 듯 했습니다.

◎ 드디어 취직에 성공 했어요 ◎

다음 과정은 대상자 언니와 관련된 사항으로 취업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었습니다.

대상자의 언니는 오랫동안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느라 이렇다 할 자격증도 없었기에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한 자격교육을 시작으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요령 등 초보적인 정보부터 제공한 후 취업성공패키지, 워크넷, 취업관련 ○○시 산하 기관 등을 안내했습니다.

대상자의 언니는 현재 ○○고용센터 취업성공패키지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대상자 언니에게 혹시 제공할 정보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저는 요즘 일찍 출근해서 취업정보검색을 하고 있답니다.

대상자의 언니는 며칠 전 제가 안내한 공공기관에 응시서류를 제출 했습니다. 낙방했음에도 서류 작성 해 본 것만으로도 얻은 것이 많다고 합니다.

저는 사회경험이 전혀 없는 대상자를 집중관리 할 수 있도록 취업설계사(작년 대상자의 딸로 장애인서비스연계지원제도를 통해 직업상담사 자격 취득 후 현재 ○○기관에 재직)에게 멘토 역할을 부탁했습니다.

취업설계사는 “○○씨도 저처럼 선생님으로 인해 일어섰으면 좋겠어요.” 라며 흔쾌히 청을 수용했고 ○○씨를 만나본 후 지난날의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제공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그 결과 취업설계사의 도움으로 취직(○○대학교 행정사무원)을 하게 되었고 9월 11일부터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기쁨에 들떠 출근 전날 “선생님 저 드디어 취직에 성공했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께 제일 먼저 전화 드리는 거예요.” 라는 인사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대상자의 언니는 “그동안 많은 만남이 있었지만 선생님과의 만남이 가장 행복한 만남 인 것 같다.”며 이러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실의에 빠져 있던 모습에서 벗어나 생기 있는 목소리로 수없이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건네는 대상자 언니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하며 힘이 실려 있었습니다. 취업설계사는 믿고 따라온 ○○씨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장애인서비스연계지원으로 인해 만남과 만남이 이어지고 서로 보듬어 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저도 보람을 느낍니다.

◎ 복지플래너로서의 다짐 ◎

장애등급을 받은 후 첫 번째 만나는 사람이 국민연금공단의 복지플래너라 여겨집니다.

만나는 한분 한분을 소중히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종합상담을 하려면 상담기법을 비롯해 전문상담사로서 자질이 필요합니다.

마음은 관련서적을 가까이 하고 접목해야지 했지만 정작 몇 권의 책을 읽은 자신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향후 대상자분들이 “행복한 어울림의 시작, 장애인서비스는 국민연금과 함께”였다고 평가하기를 소망하며, 쉽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질 높은 상담이 될 수 있도록 복지플래너로서 자질 함양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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