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가 '장애등급제 폐지'를 깨부수고 있다.ⓒ에이블뉴스DB

보건복지부가 오는 2017년 하반기부터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에 앞서 중·경증으로 단순화해 적용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최근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오는 2016년 말까지 장애등급제를 개편하고 새로운 판정체계 마련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에 따른 결과로, 당초 약속했던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가 아닌 완화를 선택한 것.

의학적 기준, 중‧경증 2단계로

개편의 기본방향은 서비스 총량이 축소되지 않으며, 기존 수급자의 수급권이 최대한 보호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장애판정의 경우 중경증으로 구분, 유지하는 것.

종합적인 개편은 장애등급의 경우 1‧2단계로 나눠 점진적 개편을 추진한다. 1단계로는 활동지원 등 현물지원 서비스에 대해 우선적으로 장애등급 단계적 적용을 배제하고 나아가 2단계로 감면‧할인제도 등에 장애등급 적용을 배제할 계획이다.

의학적 장애기준은 감면할인제도 유지 등 현실을 감안해 중증 및 경증 2단계로 개편한다. 현행 1~3급을 중증으로, 4~6급으로 경증으로 하고, 중복장애 합산규정은 현재의 기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단, 장애등급제 전면 폐지 여부는 전체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장애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동의 후 정할 계획이다.

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안.ⓒ보건복지부

서비스 전달체계, 지자체 일괄 처리

서비스 전달체계 개편도 개별적으로 신청하던 부분이 지자체에서 일괄 처리된다.

지자체에 장애인서비스심의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고 서비스 유형, 급여량, 개인별 서비스 지원계획 등을 심의‧의결한 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특수교육지원센터 등으로 연계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읍면동 주민센터에 장애인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장애인지원센터에서 신청자를 방문 혹은 내방토록 해 복지욕구, 서비스 필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개인별지원 계획을 작성한다. 이후 시군구에서 장애인서비스심의위원회를 월 1~2회 열어 평가하는 형식이다.

서비스 제공기준은 현행 장애등급 기준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서비스별로 제공기준을 재설정한다.

먼저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일상생활지원 서비스로 개편, 현재 2급까지인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자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일상생활, 수행능력 평가 등을 반영한 인정조사 방식으로 단일화한다.

서비스 총량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며, 필요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범사업 등을 통해 신규 급여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발달재활서비스와 특수교육 치료지원의 경우 기존 장애유형, 소득기준, 연령 등을 그대로 적용하되, 서비스 이용 대상 아동에 대한 서비스 유형 결정 등에 대한 별도의 판정기준을 추가로 검토한다.

직업재활 지원 서비스는 의학적 장애판정에 따른 중‧경증 구분과 직업능력 평가 도구를 활용해 서비스를 연계한다. 감면할인 서비스의 경우 올해말까지 공공기관 감면 할인을 중심으로 감면 할인체계 개편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반면, 현행 중복3급까지 지급하고 있는 장애인연금의 경우는 현행 수급자격 기준을 유지한다.

복지부는 오는 6월 이 같은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을 진행할 6개 지자체를 공모해 선정한 후 9월 중간 점검 보고회를 거쳐 연말 시범사업 장애인 모니터링단 평가 결과 등의 최종 결과 보고를 할 예정이다.

이후 2016년 2차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말 최종 실행 방안을 확정한후 법령개정, 행정 인프라 정비 등 준비 기간을 거쳐 2017년 하반기 시행할 방침이다.

“당초 약속 어디로…이름만 바꿨다”

하지만 이 같은 복지부의 장애등급제 개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가했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일단 기본적으로 기존 예산을 고정시켜놓고 만들어놨다. 큰 서비스를 개편할 땐 예산이 조정되야 하는 것이 맞는데 아무런 변경 없다. 이름만 바꾼 제도가 아니겠냐"고 반발했다.

이어 그는 “예산 변경이 없다보니 장애인 복지예산의 핵심인 장애인연금이 현행 유지가 된 것 아니겠냐. 2단계로 단순화했으면 중증 모두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그건 예산이 많이 드니까 변경이 없는 것 같다"며 "설명회에서 예산 부분을 많은 분들이 피력했지만 예산 부분에 대해서는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당초 국정과제는 등급제 전면 폐지를 말했는데 완전 폐지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물론 바로 폐지가 되버리면 혼란이 생기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꾸고 나서 단순화 없이 완전 폐지로 나가야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도 "계획안을 보면 장애인연금이 현행 유지다. 예산의 변화가 없는 개편은 기존이름만 바꾼 수준"이라며 "복지부의 계획을 봤을때 박근혜정부는 등급제를 완전 폐지하지 않고 단순화로 가는 것이 최종 방향이 아니냐란 판단이다. 고로 폐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단순화 과정에 대해서 반대다, 찬성이다 할 가치가 없다. 개편을 통해서 서비스 양도 늘어나고 예산도 확보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조정 문제라면 가치가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런 언급을 할 가치가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확정이 되지 않은 1차 계획안 수준이다. 앞으로 계속적으로 장애인단체 의견을 맞춰서 추진할 예정"이라며 "단순화로 끝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곧 시범사업 실시후 계속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다양한 장애계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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