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한 경제활동 시기인 30~50대에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들. 이들의 재활이 사회복귀가 아닌 의료재활 중심에만 머물러 있어 직업이 없고, 경제적 어려움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사렛대학교 김종인 부총장은 2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재활병원형 중도장애인 사회복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 지난해 11월 한 달간 1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도장애인 재활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이 주최했다.

나사렛대학교 김종인 부총장.ⓒ에이블뉴스

■사회복귀 원하지만…현실은?=먼저 173명의 분석대상 중 응답자의 성별은 남자가 140명으로 80.9%를 차지, 여자(33명, 19.1%)보다 훨씬 많았다.

장애유형은 지체장애가 147명으로 85%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그중에서도 척수장애가 89.9%로 107명을 차지했다. 장애등급도 1급이 120명, 69.4%로 가장 높았다.

장애가 발생한 나이에 대해서는 154명이 응답했으며, 평균 35.24세에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입원치료기간은 1년 미만과 1년~2년 미만이 46명(26.6%)으로 가장 많았으며, 2년~3년 미만 36명(20.8%), 4년 이상 24명(13.9%) 순이었다.

이들은 중도장애에 대한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고 있었다. 신체적 후유증 정도가 평균 4.43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경제적 후유증 4.24점, 심리적 후유증 4.06점이었다.

신체적 후유증의 경우 의료적인 재활치료로 적극적으로 이뤄지지만 경제적 후유증은 자신과 가족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경제적 후유증은 직업과도 연결됐다. ‘손상 후 직업이 없다’고 응답한 응답자가 133명으로 76.9%나 차지한 것. 손상 전후의 직업에 대해 교차 분석한 결과, 손상 전에는 직업이 있지만 손상 후에는 직업이 없다고 한 응답자가 93명이나 차지했다.

응답자의 현재 경제적 수준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2.12점으로 매우 낮았으며, 보험혜택에 대해서도 ‘해당없음’이 62명으로 35.8%를 차지했다.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을 수령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61.3%나 됐다.

응답자들은 사회복귀와 재활을 위해 재활병원에서 ‘재활상담’서비스를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5점 만점 중 평균 3.85점을 차지한 것. 이어 자립생활훈련 3.82점, 취업알선 3.73점, 일상생활훈련 3.72점, 직업교육과 개인심리 상담이 각각 3.71점이었다.

재활병원에서 희망하는 직업교육의 종류에는 컴퓨터 교육이 21.59%로 가장 높았으며, 재활상담사 교육 19.35%, 창업 교육 18.86% 등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사회복귀를 원함에도 응답자 중 1년간 받은 직업재활서비스에 대해 받은 적 없는 사람이 86명, 37.2%나 됐다. 현재 직업을 갖길 원하는 사람이 69.9%, 121명이나 차지한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이유가 47명, 27.2%를 차지했으며, 이어 자아실현 및 삶의 질 향상 18명(10.4%),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를 위해 4명(2.3%) 등이었다. 이들이 원하는 직종으로는 전문직이 49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고 등으로 급성기 재활의료서비스를 통해 의료적 치료를 받게되며 재활병동으로 옮겨진 회복기에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 재활치료를 받게된다. 사회복귀가 아닌 신체적 손상의 감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며 “신속한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의료평가, 물리평가와 함께 인지 의사소통 평가, 여가활동평가 등 다양한 평가가 이뤄지고, 프로그램이 실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도장애인 원스톱 재활시스템 모형(예시).ⓒ에이블뉴스

■“병원에서 일터로” 원스톱 재활시스템=이에 김 교수가 제언한 시스템은 현재 의료에만 머물러있는 재활병원의 기능에 신속한 사회복귀와 직업재활을 목표로 변화한 ‘중도장애인 원스톱 재활시스템’ 모형이다.

먼저 급성기의 재활은 의료진을 중심으로 의학상태의 안정화 등 신체기능의 최대한 회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어 아급성기부터는 의료진과 재활상담사가 중심으로, 신체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의료적 재활과 함께 신속한 사회복귀를 위한 평가와 다각도로 접근된 재활계획을 수립하며 실시한다.

만성기로 접어들면 재활상담가가 중심이 된다. 이들은 지속적인 재활의료로 자립생활 훈련과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해 사회복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된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살아오던 조건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으로 사회에서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다양한 정보의 제공, 자아존중감과 장애정체감, 가족내의 역할과 가족 응집력 강화 등을 위한 재활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의 재활병원의 기능이 의료적 기능에 머물러있지만 중도장애인의 신속한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재활병원에서 일터로 원스톱 재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 나사렛대학교 박종균 외래강사,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김웅년 사무관.ⓒ에이블뉴스

■“의료적에 머무른 병원…사회복귀 초점되야”토론자들도 의료적 재활시스템을 지적하며, 사회복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도 “각종 통계를 보면 과거보다 중도장애인의 출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중도장애인에 대한 재활시스템은 여전히 의료재활중심”이라며 “치료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살거냐가 중요하다. 중도재활의 완성은 의료적 재활이 마무리가 아니라 사회복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무총장은 “병원에서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들었고 무슨 경험을 했는지 중요하다. 병원에서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장애정체성에 대한 확립이 필요하다. 준비없이 사회에 나가면 불균형적인 생활로 복귀가 늦어진다”며 “직업정보제공과 생활체력 강화, 위기 관리 등 많은 것을 병원 내에서 경험을 해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사렛대학교 박종균 외래교수도 “우리나라 중도장애인 재활체계는 사람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이었다. 의료서비스의 대상, 보상 관련 법조서비스 등이다. 기존 재활체계에서의 반성이 필요하다”며 “현재 당사자와 가족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재활체계에서 벗어나 당사자가 주체가 돼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또한 박 외래교수는 중도장애인의 재활이 장애이전의 삶의 질 확보가 목표, 즉 원직장 원직무 복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중도장애인들은 선천장애인들과는 달리 사회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회성교육이 특별히 더 필요하지 않고 원직복귀를 할 경우 직업교육이 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중도장애인의 직업재활은 원직장 원직무가 최우선이 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장애로 인해 원직장 원직무가 어려우면 2순위는 원직장 타직무, 3산위는 타직장 원직무가 되야 한다”며 “원직장 원직무 복귀를 위해서 장애발생초기부터 원직장 기업주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고, 장애인식 및 장애교육과 당사자의 원직복귀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김웅년 사무관은 “현재 재활치료에 있어 시스템 자체가 부족하고, 삶의 질, 사람 중심의 사회복귀 재활치료시스템으로 가야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현재 국립재활원 등 6개 권역 병원들과 사회복귀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모든 병원이 갖춰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과에서 최선을 다해서 예산 반영은 물론, 정책을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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