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조은정 기자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맞춤형 복지를 위한 사회보장위원회를 열어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현재 140만명의 기초생활보장 수급 혜택을 220만명 수준으로 늘리고 차상위계층 지원을 확대하는 대신 생계, 의료, 주거, 교육별로 급여기준을 달리해 대상자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사각지대를 해소함과 동시에 빈곤층의 근로와 자립을 유인한다는 계획이지만 섣부른 급여체계 개편이 가지고 올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 기초생활수급자 80만명 느는 대신, 혜택은 쪼개져

정부는 14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사회보장위원회를 열어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방안을 심의, 확정하고 내년 10월부터 단계적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기로 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140만명 수준의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를 220만명으로 확대하고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잠재적 빈곤층 대상도 340만명에서 중위소득 50% 이하인 430만명 수준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대상이 늘어나는 대신 혜택은 잘게 나뉜다. 바로 통합급여체계에서 개별급여체계로의 전환이 추진되는 것.

현재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급여 등 7가지 급여 지원 혜택을 동시에 받지만 개별급여 체계로 전환되면 항목별로 나눠 지급하게 된다.

예를 들어 주거급여는 국토교통부가 맡아 지역별, 소득별로 임대료를 보조하거나 집수리를 지원하고, 교육급여는 보건복지부가 지급하던 것을 교육부가 총괄 지원하게 된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항목도 소득별로 나뉜다.

피복·교통·식료품비 등을 지원하는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 이하, 의료급여는 중위소득 40% 이하, 주거급여는 중위소득 40~50% 이하,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50%이하 등을 새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논란이 많았던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도 다소 완화된다.

지금은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부양의무자 가구와 빈곤 대상자의 최저생계비 185%선이었지만, 앞으로는 부양의무자가 빈곤 가족에게 최저생계비를 지원하고도 중위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때에만 부양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잠재적 빈곤층'에 대해서는 주(主)소득자 사망·질병·화재 등 가정이 위기에 닥쳤을 때 정부가 도움을 주는 '긴급 지원제도'와 취약계층에 대한 '법정 지원사업'의 선정기준 완화 등을 통해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의 임기가 완료되는 2017년까지 6조9천억원 소요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정부는 동 주민센터를 '지역 복지 허브'로 개편해 복지·고용·보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사회복지인력 7천명을 내년 3월까지 조기 확충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 윗돌 빼 아랫돌 괴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

이번 정부안은 복지 분야의 오랜 숙원이었던 급여 체계 개선과 사각지대 해소라는 큰 방향을 담고 있지만 이같은 개편이 가지고 있는 함정도 있다.

당장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취약계층의 혜택을 줄이고 수급자 수만 늘리는 꼼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안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예산에서 절약되는 부분으로 교육급여, 주거급여 수급자를 늘리는 것이다"며 "빈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기초생활보장법 취지에 어긋나고 수급권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열악한 상황에 있는 취약계층의 혜택을 줄이고 수급자의 수만 늘리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 대해서도 현재 비수급 빈곤층 117만명 중 어느 정도를 제도권 안으로 포괄할 수 있을 것인지 구체적 계획이 부족한 것도 보완할 점으로 꼽힌다.

복지부가 급여를 총괄해 지급하던 방식에서 국토부, 교육부 등 부처별로 나뉘어 운영되면 오히려 중구난방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개별급여가 부처에 나뉘어 운영되면 제도의 통협력이 약화돼 기초법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면서 "부처에서 관장하는 개별법과의 조정수단을 마련하고 공무원 수요를 충족시켜 현장의 혼란을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같은 각종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과 공무원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

충분한 대비를 통해 헌법에 따라 최저생계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한 기초생활보장법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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