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독 도우미 지원을 받아 시각장애인이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행정안전부가 내년부터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장애인의 시험시간 연장배율을 확대키로 했지만 관련 장애인단체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행정안전부 담당자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공무원 시험 응시 장애인에 대한 편의지원이 변경된다. 현행과 달라지는 것은 시각·뇌병변(중증·경증 포함), 상지 지체장애인의 시험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전맹 시각장애인에게는 현행 1.5배에서 1.7배의 시험시간이 주어진다. 약시·기타 시각장애인, 뇌병변장애인(1~6급), 상지 지체장애인(1~3급)의 시험시간은 현행 1.2배에서 1.5배로 확대된다.

이외 편의지원 내용은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전맹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문제지·음성지원컴퓨터와 점자답안지, 약시 시각장애인과 시각 중복장애 및 안과질환을 가진 자 등에게는 확대 문제지·답안지가 제공되고 있다.

청각·언어·뇌병변 중복(언어)장애인에게는 수화통역사 등 의사전달보조요원, 응시요령 등이 담긴 인쇄물만 제공되며 보청기를 지참할 수 있다.

중증 뇌병변장애인(1~3급)과 중증 상지지체장애인(1~3급)의 경우에는 확대문제지·답안지, 대필(객관식 희망자), 노트북(주관식)을 제공받고 보조공학기기의 사용이 가능하다.

경증 상지지체장애인(4~6급)과 경증 뇌병변장애인(4~6급)은 확대문제지·답안지, 노트북(주관식)을 제공받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관련 장애인단체의 입장은 단호하다. ‘시간 확대’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시험을 치를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임경억 직업재활팀장은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우 음성지원컴퓨터를 이용해 시험을 치르는데 컴퓨터 발음 부정확이나 용어 등이 헷갈릴 때 점자문제지를 통해 다시 파악한다”면서 “점자를 모르는 중도 시각장애인을 위해 확대답안지도 같이 지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또한 “약시도 단순히 약시로 나뉘는 게 아니라 ‘약시 중증’, ‘약시 경증’으로 나뉘어야 한다. 약시 중증에게는 음성지원컴퓨터로 듣고 확대문제지를 통해 추후 확인할 수 있도록 (음성지원컴퓨터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박홍구 서울지부장은 “단순히 시간만 확대하는 것은 미온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며 “전체적인 자격시험이나 국가시험 자체가 전체적으로 (재정비를 통해) 변화되어야 한다. 장애유형별 (응시)시험장 요건,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시설 등이 함께 갖춰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시간 연장 확대에서 배제된 청각장애인 관련 단체는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총장은 “시간 연장 부분에 있어 청각장애인을 배제한 것은 ‘청각장애’를 이해하지 못했고, 무관심에 대한 반증”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청각장애’는 단순히 들리지 않으니까 글로만 제공해도 되고, 시간을 더 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다는 지적인 것.

이 총장은 “문해력이 부족한 청각장애를 이해하고, 다른 장애유형과 동등하게 (새로 바뀐) 1.5배의 시간 연장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행안부 담당자는 “공무원 시험의 시간 연장 확대는 수능을 참고했고, 이 부분에 대해 여러 장애인단체들과 간담회, 자문회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시간 연장 외 나머지 부분들은 현재 지원내용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담당자는 “앞으로 장애인단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 지 의견을 제시하면 관계자들과의 자리를 통해 의견청취 단계를 갖고, 타당하면 (편의)내용에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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