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자립의 꿈을 꾸고 있는 이정화(여, 28세, 뇌병변1급)씨가 발가락만으로 긴 시간동안 편지를 작성, 지난 8일 김범일 대구시장에게 전달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편지에는 자립을 위해 도무지 풀리지 않는 주거문제 해결을 호소하는 간절한 사연이 담겨져 있어, 자립을 희망하는 전국 장애인들의 ‘자화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그는 2008년 5월 ‘자립생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북 청도에서 혈혈단신으로 대구로 왔다. 자립생활체험 홈에서 자립생활프로그램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다.

2년 동안의 교육훈련 과정을 끝냈지만 소득이라곤 월 14만원의 장애연금과 장애인복지일자리를 통한 20만원이 전부여서 주거지를 구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다시 청도로 돌아가 부모·형제에게 짐이 될 수는 없다”고 마음을 다잡고, 하루도 빠짐없이 부동산 등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자립공간을 찾아왔었다.

하지만 현실은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차상위계층이고, 연령이 20대란 점 때문에 영구임대주택 선정에서도 2번이나 탈락했다. 취약계층긴급주거지원에 선정돼 5000만원의 지원금으로 기존주택 전세임대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장애를 이유로 거절당하거나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그가 접근할 수 없는 곳뿐이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다가구매입임대주택 대상자로 선정됐다. 결과는 똑 같았다. 구청 및 주택공사로부터 중구의 경우 물량이 적으며, 현재 공가인 주택의 경우 3층으로 휠체어 접근이 어려워 실제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것.

이 같은 현실에 처한 그는 편지에서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라고 반문한 뒤 “너무 막막하고 답답하다. 부모님과 형제들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힘들게 결심해서 바깥으로 나왔는데, 지금의 현실은 다시 집으로 가라고 하며 힘들게 한다. 정말 가슴이 찢어 질 듯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주거제도는 나와 같은 장애인에게는 부족함이 많다. 중증장애인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에게 맞는 주거제도와 집이 절실하다”면서 “힘들게 이뤄온 자립생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할 수 있는 주거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현재 장애인 주거지원 현실 및 문제해결을 위해 이정화씨는 주택공사에 정식면담을 요청하고 있으나 상담 불가 입장”이라며 “편지를 읽었던 김범일 시장과 시청 측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답변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정화씨의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대구시장님.

저는 대구에서 자립(독립)생활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는 뇌병변1급 장애인 이정화입니다. 집이 없어 자립생활을 포기해야하는 저의 상황이 너무나 답답해서 문제를 해결해 주시길 바라며 이렇게 시장님께 직접 글을 올립니다.

저는 경북 청도에서 자랐습니다. 양손을 사용하지 못하고, 언어장애가 심함 중증장애인이다보니 남들이 다니는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자유로운 외출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더 이상 부모님께 짐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당당하게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생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인터넷에서 자립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찾았습니다.

대구에는 2년 정도 거주하며 자립생활을 준비하는 집(체험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곳 자립생활 체험홈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2년 동안 장애인야학에 다니며 검정고시에 합격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자립생활을 준비해 나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체험홈은 자립생활 기술을 익히는 곳이기에 자립생활 준비가 완료되는 2년이 지나면 퇴거해야 합니다. 저에게도 2년이란 시간이 지나 체험홈을 퇴거하여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차상위계층에 속한 저는 소득이 전혀 없고, 부모님 역시 농사일로 생계를 겨우 이어나가시기에 자립생활을 할 집을 구하는 것이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제가 모은 저축금으로는 일반가구의 월세를 감당 할 수 없었고, 전세금으로도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이 후 주택공사에서 실시하는 ‘취약계층 긴급주거지원’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신청을 하여 전세임대주택 대상자에 선정되었습니다. 5천만원정도의 전제자금을 지원받게 되었고 비용문제가 해결되어 이제 다행이구나라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주택공사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맞는 집을 알아보기 위해 매일매일 부동산을 방문하고 전봇대에 붙여진 전단지를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집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집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저는 일반 주택, 빌라, 원룸의 높은 턱과 계단 때문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1층 집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의 경우 주택공사에서 제시한 15평이하(1인가구)의 전세의 물량은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부동산에서도 요즘 아파트 전세는 32평 이상 밖에 없고, 5천만원의 15평 아파트 구하기 어렵다고 이야기 할 정도니 말입니다. 간혹 있다고 하더라도 까다로운 주거기준 때문에 계약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2010년 7월부터 집을 알아보았습니다. 주택공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야기 하였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담당자의 대답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났습니다. 집을 구하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사업기간이 완료되었다며 원한다면 다시 신청해야 한다며 말하더군요. 사업 안내문에는 그런 내용조차 없었는데 말이죠.

전세임대주택의 경우 장애인의 주거조건을 고려하였을 때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에 긴급주거지원을 다시 신청하되 이번엔 다가구매입주택을 신청했습니다. 다행히 대상자로 재선정되었지만 문제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중구에서 신청하였기 때문에 중구에 있는 다가구 주택만 임대가 가능한데 중구는 집이 많지 않고 있는 물량은 3층이라 접근이 어려우니 포기하라는 식의 담당자의 이야기가 전부였습니다.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너무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부모님과 형제들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힘들게 결심해서 바깥으로 나왔는데, 지금 현실은 다시 집으로 가라고 하며 저를 힘들게 하네요. 정말 가슴이 찢어 질 듯이 아픕니다.

시장님!

현재 시행하고 있는 주거제도는 저와 같은 장애인에게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에게 맞는 주거제도와 집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제가 힘들게 이뤄온 자립생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할 수 있는 주거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1년 4월 7일

자립생활 체험홈 입주자 이정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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