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 ⓒ에이블뉴스

현행 장애등급제도의 폐지 논의에 앞서 중증과 경증장애로 구분,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정비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2일 열린 '장애인등급제 대안 마련 토론회에서 "현행 서비스는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장애등급의 기준을 잣대로 하고 있으나 대부분 경증과 중증의 구분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완전한 장애등급 폐지를 논하기 전에 우선 중증과 경증장애인으로만 구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은 "장애인 등급은 서비스를 등급에 따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가 1급에서 6급까지 세분화돼 있진 않다"며 "굳이 등급을 6등급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총장은 "중증을 2급까지 인정하거나 4급까지 인정하는 등의 제도가 있지만 이것들은 서비스 조정을 통해 중증과 경증으로 판정하면 6가지 등급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며 "오직 활동보조서비스만이 1급 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있어 과도한 재심사 비용 부담이나 등급 하향으로 인한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는데, 이는 별도 서비스 판정도구에 의한 서비스 판정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 총장은 "장애판정기준이 급격히 변해 서비스가 조정되면 장애인의 서비스가 축소돼 생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새로운 판정도구의 개발이나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용할 때 추가적 요소로 서비스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장애인 개인이 원하는 서비스가 각각 틀린 부분이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장애 유형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환경적 요인에 대한 변수도 어디까지 할지 정해야 한다"며 "장애인등록제를 유지하며 등급제를 중증과 경증으로만 구분, 서비스를 정비한다면 아주 간단하게 무리 없이 서비스 대상을 정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한국DPI 김대성 사무총장은 "장애등급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법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동조했다.

하지만 김 사무총장은 "궁극적으론 현재의 전 장애인을 등록하게 만드는 장애인등록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교통이나 소득수준 등의 개별적 장애판정센터를 통해 대상자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지원한다면 장애인이 적합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 사무총장은 서비스에 따른 판정센터로 △특별교통수단 판정센터 △장애인활동보조인지원 판정센터 △장애인수당 및 기초연금 판정센터 △장애인교육 판정센터 △장애인노동 판정센터를 제시했다.

중증·경증으로의 장애등급제보단 환경적 요소에 기인한 정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애여성네트워크 이호선 운영위원은 "장애등급제는 장애정의와 접근방법의 개인·의료·재활패러다임에서 사회·자립생활패러다임 전환에 중요한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애등급이 6등급이 아닌 중증·경증 체제로 변한다 해도 몸의 손상에 기인한 등급체제로 둔다면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어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은 "장애등급제는 장애범주와 다르게 그 자체로 반인권적이며 생물학적인 몸 손상을 장애원인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몸이 변하지 않는 이상 장애가 불변한 것처럼 만들어 버리며 사회책임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환경에 따라 장애는 변화할 수 있다"며 "편의시설 향상 등을 통한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대한 사회 책임이 주가 되고 환경이 변하는 정책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계 의견들에 대해 보건복지부 정충현 장애인정책과장은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에게 보다 많은 서비스를 드리기 위해 만든 도구"라며 "하지만 그것이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인격을 손상시켰다면 이 등급제가 만들어진 본연의 목적으로만 등급제가 운영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정 과장은 "이 등급제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등급제는 매우 객관적인 존재다. 이것이 장애인의 자존감을 손상하지 않도록 단계별로 세심하게 이를 지켜보고 고쳐나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 상황에서 바로 등급제 폐지는 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과장은 "정부 예산이 10명이 서비스가 필요해도 3명밖에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10명 중 누가 제일 먼저 필요할까 고민하고 그 대상을 찾는 방법으로 이 등급제를 만든 것이고 3명을 먼저준 뒤 매년 대상을 늘려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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