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학자 존로크(Locke, John)는 백지상태의 인간이 사회적 경험을 통해서 상식, 개념, 예절, 관습, 법, 유행, 농담 등의 지식을 습득한다고 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백지상태이나 가정교육을 받고 학교 교육을 시키고 사회적 경험을 함으로써 인간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면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교육을 통해서나 체험에 의해서 습득되고 발달될 수 있기 때문에 교실에서의 교육뿐 아니라 교실 외의 현장 체험도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견학안내. ⓒ르노삼성자동차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의 방법들을 모색해왔고, 현재는 유치원부터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이나 사회단체에서까지 학교 밖의 현장체험을 중요시하고 있다. 현장체험으로 역사나 자연을 탐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회의 선배들이 경영하는 회사나 공장을 견학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경험주의 체험학습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장애인이기 때문에 현장 체험학습이 더 절실할 수도 있다. 장애인들이 교실에서 교육 받은 내용들을 현장에 나가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무엇을 어떻게 수정보완 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서는 여러 가지 현장체험학습을 하고 싶어 하지만 아직도 업체 측에서 장애인을 거부하고 있다. 얼마 전 A고등학교와 B고등학교 특수학급 학생 20여명은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 체험학습을 하러 갔다. 견학을 신청할 때에는 담당 직원이 부품 공장 등을 모두 둘러보면 2시간가량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견학 당일에 가보니 장애인은 안전이 우려된다며 갤러리만 볼 수 있다고 제한했다는 것이다. 체험학습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물론이고 인솔교사들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전에 내부견학은 안 된다는 공지가 없었기 때문에 예상 견학시간보다 1시간이나 남아서 다음 일정을 조정해야 했던 것이다.

그 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농심이었다. 농심은 홈페이지에서도 견학 안내를 하고 있기에 부산공장 견학을 신청했는데 장애인은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농심 부산공장 견학안내. ⓒ농심

세상에,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장애인을 거부하다니……. 필자는 특수학급 및 특수학교의 인솔교사들의 얘기를 듣고 르노삼성자동차와 농심에 전화를 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장애인은 다른 곳은 안 되고 갤러리만 개방을 한다는 것이었다. 장애학생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던 갤러리 견학은 유치부의 견학코스인데 고등학생들을 장애인이라고 해서 유치원 아이들과 같은 취급을 했던 것이다.

농심에서는 장애인은 아예 못 오게 했다고 했었다. 필자의 전화에 농심의 담당자는 충분히 설명을 했다는데, 그 ‘충분히’라는 것은 역시 장애인들의 안전이었다.

기업체에서는 장애인의 견학이 있을 때는 사회 공익차원에서라도 더 많은 인원을 배치해서라도 장애인들을 견학시켜야 했거늘 안전이 염려되어 오지도 말라고 하다니, 갤러리라도 보여준 르노삼성자동차가 아예 오지도 못하게 한 농심보다는 그래도 낫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지만 헌법에서 말하는 ‘국민’속에 장애인은 예외인 모양이었다.

1981년에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되고 그 후 많은 논란을 거쳐 1997년에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그 보다 더 많은 토론과 논란을 거쳐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법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세월이 흘러 2010년에 들어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니, 장애인을 거부하는 곳이 어디 르노삼성자동차나 농심뿐이랴.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장애인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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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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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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