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장애 아동들의 사회와의 단절이 계속되고 있다. 비장애인도 코로나로 인해 하루 종일 집에 있게 되면 답답하고 우울해지기 쉬운데, 사회적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장애 학생들은 그런 기회가 줄어들어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의 경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행동적 문제를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등교하는 학교에서도 장애 학생들의 도전행동 표출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많다. 장애 학생들의 등교 횟수와 사회적 상호작용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예전보다 도전행동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와 교사가 많아졌다.

발달장애 아동은 관찰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행동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 그런 기회 자체가 줄어들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보이는 도전행동의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한번 습관화된 행동은 고착화되어 아동은 그러한 도전행동 패턴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기존의 긍정적 행동지원 등 행동수정 기법들은 문제행동의 기능(원인)을 파악하여 환경 수정과 대체행동 교수라는 중재 계획을 세우지만, 이를 통해 한번 고착화된 행동 또는 습관을 바꾸기란 대단히 어렵다.

이것은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내면의 심리적 프로세스를 무시한 채 겉으로 드러난 행동과 환경만 바꾸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긍정적 행동지원을 포함한 행동수정 기법들은 오랜 기간의 노력을 통하여 단기적인 효과를 얻을 수는 있어도 결코 장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의 긍정적 행동지원으로 아동의 문제 행동이 감소하고 부적절한 습관이 개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아동이 진급하여 교실 환경이 바뀌고 선생님이 바뀌면 아동의 문제 행동은 다시 시작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을 강화 등을 통해 개선시켰기 때문이다.

그럼 진정한 행동 개선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동이 도전행동을 하는 것은 그러한 행동 패턴이 습관화되어 겉으로 드러난 것이므로, 먼저 도전행동과 관련한 일련의 고착화된 흐름을 끊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도전행동과 관련된 고착화된 흐름을 끊는다는 것은 마음, 즉 잠재의식을 긍정적인 프로그램으로 다시 세팅한다는 의미이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프로그래밍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먼저 문제 행동 및 부정적 습관을 유지시키는 패턴을 파괴하는 데 있다. 충동적 행동, 과잉 행동, 자해 행동, 폭력적인 행동, 자기 충족적 행위, 소리내기 등 모든 문제행동이나 고착화된 습관을 유지시키는 패턴을 먼저 파괴하여야 하는 것이다.

행동을 유지시키는 기존의 패턴을 파괴하기 위해 가정에서 또는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동의 ’트랜스 상태‘를 활용하여 원하는 메시지를 주입하는 것이다.

사람의 정신은 의식과 잠재의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 트랜스 상태란 쉽게 말해 의식을 조금 밀어내고 잠재의식이 활성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트랜스 상태는 의식의 변형 상태로 잠이 들기 전, 또는 깨기 전에 약간 몽롱한 상태와 비슷하다. 또는 몸과 마음이 최대한 이완되어 편안한 상태도 트랜스 상태이다.

잠재의식이 조금이라도 활성화되는 트랜스 상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명상을 할 때, 어떤 활동에 깊이 몰입해 있을 때, 비몽사몽 할 때, 갑자기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졌을 때 등이 모두 트랜스 상태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있을 때가 잠재의식이 조금이라도 활성화되는 때이므로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입력하면 언젠가는 아이의 진정한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럼 이제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는 아동이 어떤 활동에 몰입해 있을 때 옆에서 툭툭 원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이다. 상동행동을 하거나 특정 활동에 심취해 있을 때는 주변 일들에 무감각해지므로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바로 이때 원하는 치료적 제안, 예를 들어 주의집중력이 짧은 아동에게는 “~잘 하고 있어”, “~잘 할 수 있어”, “OO가 많이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식으로 은연중에 툭툭 던지듯이 말하면 아동의 내면속에서는 겉으로 의식하지(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메시지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두 번째는 잠들기 직전이나 잠에서 깨기 직전의 자연스러운 트랜스 상태를 이용해 원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방법이다. 잠들기 전에는 “오늘 참 잘 했어”,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어” 등으로 조용하게 속삭여주고, 깨기 직전에는 “오늘 하루도 차분하게 잘 할 수 있어”, “자리에 잘 앉아있을 수 있어” 등으로 속삭여주면 아동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내용을 잠재의식에 각인시킬 수 있다.

세 번째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하여 메시지를 입력하는 방법이다. 상대방이 예상되는 행동에서 벗어나 갑자기 특이한 행동을 하면, 보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내적 패턴이 붕괴되어 트랜스 상태에 들어간다. TV에서 순간최면 시 활용하는 패턴을 예로 들면, 치료자가 “자, 우리 처음 만났는데 악수합시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다가오다가 악수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허리를 숙여 신발 끈을 맨다든지 이상한 행동을 한다. 그러면 내담자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스럽게 되고 바로 이때 치료자의 말을 받아들이기 쉬운 상태, 즉 트랜스 상태가 된다. 이 순간 치료자가 빠르게 “마음이 편안합니다라고” 말하면 내담자는 실제로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아동의 사고방식에 혼란을 일으켜 부적절한 행동 패턴을 깨부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교사나 부모가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럼 아동은 일시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고 잠깐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게 되므로 이때를 놓치지 않고 꾸준하게 원하는 메시지를 말하면 언젠가는 아이의 궁극적인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하는 것은 인지 수준이 낮고 상동행동이 있는 중증 자폐성장애 아동에게도 효과가 있다. 제한적 분야에 관심이 있고 눈맞춤이 안 되는 자폐 학생도 비록 겉으로는 주위 일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지라도, 잠재의식은 언제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하므로 주변 상황과 일들을 다 주시하고 인지하고 있다.

중재 사례를 들어보면 영수(가명)는 지적능력이 떨어지고, 손을 바르르 떨며 혼자서 흥얼흥얼 거리는 상동행동을 자주 한다. 같이 길을 걷는 중에도 영수는 교사와 상호작용을 하지는 못하지만 특정한 풀이나 꽃에 관심을 보이며 잠시 머물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 영수는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손을 바르르 떨면서 소리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때 교사가 슬며시 다가가 “우리 영수가 갈수록 손을 안 떠는 구나. 갈수록 소리를 안 내는 구나.”라고 귀에 가까이 대고 조용히 말해 준다(밑줄은 조금 더 강조하며 말함).

다음 시간에 영수는 선생님과 같이 산책을 하고 있다. 교사가 불러도 쳐다보진 않지만, 혼자서 소리내며 자기 속도대로 걷고 있다. 살짝 앞에서 교사도 같은 페이스로 걸어가 준다. 그러다 갑자기 교사는 영수를 뒤돌아보며 (예를 들어) ‘악’ 소리내며 쓰러진다. 영수가 흠짓 놀랄 때, 교사는 ‘영수는 엄청 차분한 사람이 될 수 있어.“라고 큰 소리로 재빠르게 말한다(밑줄은 조금 더 강조하며 말함).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교사나 부모가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동의 잠재의식으로 하여금 이것의 의미를 탐색하고 기존의 사고 패턴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아동이 특정한 분야에 관심을 보일 때나 상동행동을 하고 있을 때에는 이 자체가 일종의 트랜스 상태에 있는 것이므로 이때를 놓치지 않고 치료적 제안이 되는 말을 꾸준히 한다면 아동의 잠재의식에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 언젠가는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의 의식과 행동은 잠재의식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나타나게 되므로 한번 잠재의식에 각인된 메시지는 그대로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 효과는 영구적이다.

*이 글은 특수교사(교육학박사, 교육심리・상담 전공) 이진식(https://blog.naver.com/harammail75)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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