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고등학교 홈페이지.ⓒ화면 캡쳐

“당장 다음주 입학식과 함께 수업이 시작되는데, 농아인들은 하루 종일 멀뚱멀뚱 책상에 앉아있어야 하나요? 학습권을 보장해주세요.”

오는 3월 5일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 예정인 농아인 만학도 7명이 학습권 침해 위기에 처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전남협회 김경남 이사 등 입학생 7명은 만 54세부터 만 31세까지로, 현행 특수교육법에 따라 17세 미만만 입학 가능한 농학교에 진학이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국립 서울농학교의 경우 만학도의 입학을 허용하지만 지방에 거주하고, 직업이 있는 이들이 학교 수업을 온전히 듣기란 쉽지 않다.

이에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1년에 격주로 총 20회 출석하고 대부분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방송통신고등학교’ 였다. 3년제 공립 인문계고인 방송통신고는 전국 42개 공립고등학교 부설로 설치돼 운영되고 있으며, 나이에 상관없이 입학 가능하다. 한 달 격주 일요일만 출석하면 되니 직장을 다니면서도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과정에 농아인들을 위한 자막이나 수어(手語)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다. 온라인교육의 경우 약간의 자막으로 학습할 수는 있지만, 출석 수업의 경우 아무런 지원이 없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야말로 ‘멀뚱멀뚱’ 책상에만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인 것.

인천농아인협회 연수구지부 정택진 사무국장은 “의무교육을 놓친 농아인들이 검정고시를 보고 싶어도 문장력이 되지 않아 힘들어 방송통신고를 선택했다. 이전에도 방송통신고에 진학한 농아인들이 있지만 지원방법도 몰라서 그저 출석수업에 앉아만 있었다”며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학습지원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 관련 법률이 있지만, ‘만학도’의 경우,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만 3세부터 만 17세까지가 대상이며, 고등교육법 대학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공립고인 방송통신고 학생들은 혜택 받지 못한다. 평생교육법 또한 정규과정 이외에 학습에 해당된다.

다만 장애인차별금지법, 한국화언어법에는 수어 통역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14조에는 ‘교육책임자는 수화통역 등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담겨있으며, 지난해 8월 시행된 한국수화언어법 제2조 ‘농인 등은 한국수어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제16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어통역을 필요로 하는 농인등에게 수어 통역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정 사무국장은 “학습지원은 다양한 요구로 일단 단기적으로는 수어 통역 또는 대필을 지원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강의 영상 자막 삽입 또는 수어통역 영상을 지원해야 한다”며 “당장 3월5일 입학식인데 해당 학교장들은 편의 지원조차도 모르고 있다. 정부에서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담당자는 “교육부는 당연히 학습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책임자인 학교장이 지원이 어렵다면 관할 교육청과 지원방법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당장 입학이 다음주인데 입학생들의 교육권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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