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3일 서강대학교 법과대학 1층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3개 주요대학의 장애학생지원체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에이블뉴스

23개 주요 대학의 장애인학생지원체계가 장애인단체가 실시한 평가조사에서 매우 낮은 평가점수를 받았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이하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3일 서강대학교 법과대학 1층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 대학의 장애인학생지원체계를 모니터링한 결과, 23개 대학의 평균 점수가 38점으로 대학의 장애인학생 지원수준이 절대 미흡하다”고 발표했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 센터는 이와 함께 교과부 및 대학측에 ▲장애인학생지원센터의 모범적 운영 모델 개발 ▲장애인학생지원 전문 인력 양성 ▲교과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정책 마련 ▲장애인학생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을 요구했다.

▲고려대·홍익대가 각각 최고·최저점, 교과부 조사결과와 격차 커=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와 함께 장애인학생지원센터 및 부서·학습도우미·입학전형·장애유형별 지원·접근권보장·편의시설 등 6개 영역에 걸친 224개의 문항을 개발해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말까지 전국의 주요 대학 23개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장애인 및 비장애인 대학생 18명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이 참여했다.

조사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은 고려대학교(62.9점)였고, 홍익대학교는 총점 8.1점으로 최하위 점수를 기록했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다른 대학교에서 장애인특별 전형 대상을 1~3급에 한정하고 있는 것에 반해 1~6급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경증장애인 입학률이 높았다. 그러나 기숙사를 포함한 몇몇 건물에 휠체어 장애인 등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대학교는 장애인 학생을 위한 학습도우미 제도 및 유형별 지원제도 등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학교는 총점 60.3점으로 다른 대학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는 장애인학생지원센터 운영 및 장애인을 위한 휴게 공간 운영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주요 접근로와 차도 등에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월 27일 발표한 '장애학생 복지지원 수준' 조사 결과와 큰 격차를 보였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23개 대학은 교육부가 실시한 조사에서 평균 79.4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측은 "교과부가 실시한 조사는 각 대학이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일관된 기준이 적용됐다고 보기 어렵고, 평가위원 중에 장애인 당사자가 없어 장애인 학생의 의견이나 입장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학측, “조사결과 수긍하기 어려워”=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대학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총점 36.2점을 받은 이화여자대학교의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우선 이 조사의 평가 방법이나 응답 형식 등이 모두 일반적인 조사 방법과는 다르다. 한 학교를 한명의 학생이 담당해 조사를 실시했는데, 담당 학생의 주관적 의견이 많이 반영됐을 텐데도 자문단이나 크로스체크 등의 검증절차가 없다. 이밖에도 응답을 하지 않은 부분은 모두 0점 처리하는 등 조사 결과의 많은 부분을 수긍할 수 없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또한 “인권포럼측 조사 결과에서는 장애인 학생이 우리 학교 도서관에 올라올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우리는 장애인학생에게 이동 도우미를 지원하고 있고, 도서관에도 장애인 학생이 벨을 눌렀을 때 즉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주 직원을 배치했다. 전화나 이메일로 도서대여 및 반납을 신청하면 이를 대행해주는 도서대출배달 도우미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점을 반영하지 않고 ‘절대 도서관에 올라갈 수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잘 하는 대학이 있으면 칭찬해주고 좋은 모범 사례로 삼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해주면 얼마든지 수용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데 이렇게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해 점수화하니 불합리한 부분이 많아 수용하기 어렵고, 피해를 보는 학교도 있다”고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다음은 모니터링에 참여한 정아영(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3학년, 시각1급)씨와의 짧은 인터뷰.

정아영(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3학년, 시각1급)씨. ⓒ에이블뉴스

- 현재 주로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학생지원 서비스는 어떤 것인지?

"학습도우미 지원을 받고 있다. 한양대, 서강대, 서울대, 고려대 등이 학습도우미 지원제도가 잘 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화여자대학교도 과목별로 도우미를 지원하고 있어서 필기도움 등을 받고 있다. 현재 여섯 과목을 듣고 있고, 과목별로 각각 다른 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있다."

- 수업 외의 학교생활에서도 도우미 지원을 받고 있나?

"수업도우미 외에 다른 도우미 지원은 받고 있지 않다. 기숙사의 경우에는 식사도우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학교 측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장애인학생을 위한 좀 더 섬세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산 문제도 있겠지만, 학교가 일정부분 이상 지원을 늘리지 않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지금 전공서적의 경우 도우미가 워드로 입력해 전자도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데, 그 외의 책도 읽을 수 있도록 점역사 지원 등의 도움이 확대됐으면 좋겠다.

특히 도서관 이용이 가장 불편하다. 전자도서나 점자도서가 없기 때문이다. 레포트를 쓸 때 자료를 많이 찾아야 하는데 자료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학습도우미가 전공서적을 전자도서로 바꿔주는 것도 시험기간 직전에 받아보는 일이 있어서 불편할 때가 있다.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보고 싶다.

그리고 장애인 학생을 위한 인식개선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장애인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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