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인 박병훈씨가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애플리케이션의 사용방법을 설명듣고 있다. ⓒ에이블뉴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의 뇌병변 등 언어장애인은 40여만명. 이들의 언어소통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AAC)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AAC기기는 성인보다 아동 청소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성인 중증장애인은 사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센터(이하 센터)가 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차세대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 시연회'를 개최하고 언어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차세대 AAC에 대한 구성과 사용방법 등을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당사자 목소리 담긴 AAC= 삼성전자 임직원의 재능기부로 제작된 AAC 애플리케이션(이하 AAC앱)은 수개월에 걸쳐 전문가 인터뷰, 자문위원회, 사용자 조사, 12차 사용자검증, 사용자 심층인터뷰, 대표자회의의 검수를 거쳐 만들어 졌다.

개발자들이 AAC앱을 제작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것은 사용자 관점. 이를 위해 한국형 AAC 앱은 어떤 방향으로 만들면 좋은지 전문가 집단에 조언을 구했다.

아무리 좋은 AAC여도 의사소통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 당사자가 사용하기 어려우면 그 의미가 퇴색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12명의 장애인 당사자와 심층 인터뷰를 했고 차세대 AAC앱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

개발자들은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AAC앱을 제작했고, 제작된 앱을 갖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구했다. 인터뷰를 통해 제시된 부족한 부분은 채웠고 좋다고 의견을 낸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강화했다.

이후 장애인 당사자 100여명에게 AAC앱을 배포하고 1주일 간 사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많은 과정을 통해 글자형과 문자형, 키보드형 AAC앱의 베타버전을 개발하게 됐다.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애플리케이션 그림형(사진 왼쪽), 문자형(사진 오른쪽).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센터 홈페이지 캡쳐

궁금하다 ‘AAC앱’= 센터가 공개한 AAC앱은 문자형, 그림형, 키보드형 세가지다. 문자형은 말로 의사소통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글자로 입력하면 음성으로 출력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장문의 문서나 이야기를 미리 작성한 후 필요한 상황에서 음성으로 출력할 수 있고, 재생 일시정지 멈춤 다음문장 이전문장 등 재생네비게이션을 통해 컨트롤 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국가 1절을 음성으로 출력하는 과정에서 일시정지를 시킬 수 있고, 2절을 건너 뛰고 3절을 출력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사용한 문장을 불러와 다시 사용할 수 있고 대화 중 미리 작성해 둔 문장이나 이름을 즉시 출령해 상대방을 부르거나 집중시키는 기능도 있다.

출력되는 음성은 기본 남성/여성으로 돼 있으나 성별, 연령에 따라 나뉘는 13가지의 음색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터치 방식 이외에 셀 이동이나 스캐닝 기능을 구현, 터치가 어려운 사람들의 편의성도 고려했다.

그림형은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해당하는 상징(이미지)을 선택하면 음성으로 출력해주는 AAC앱이다.

이 AAC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초선 평가를 거쳐야 한다. 간단한 질문과 게임을 통해 화면분할, 상징구성 등 사용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제안을 원하지 않을 경우 건너 뛸 수 있으며 설정에서 테스트 다시하기를 할 수 있다.

기초선 평가를 통해 사용자는 직접 화면분할(1*1, 1*2, 2*4, 3*6, 4*8), 상징구성(기본형, 분류1형, 분류2형), 입력방식(터치, 특수마우스, 스캐닝) 등 다양하게 선택해 설정할 수 있다.

그림형 앱은 그림이나 상징을 찾아 누르면 음성으로 출력된다. 사용자는 이 AAC앱을 통해 하나 이상의 상징(이미지)을 조합해 음성으로 출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라는 상징(이미지)과 ‘안녕하세요’라는 상징(이미지)을 연달아 누르면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는 음성이 출력되는 식이다.

사용자의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사회참여를 위한 대회개시 기능, 자주 사용하는 상징(이미지)를 모아 넣을 수 있는 즐겨찾기 기능, 빠른 의사소통을 위한 끼어들기,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 등은 당사자의 의사도 포함돼 있다.

그림형 AAC앱은 직관적 화면구성으로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활용능력에 따라 어휘를 구분하고 화면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상징을 쉽게 편집해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상징을 추가하는 방법은 직접 사진을 찍거나 이미 저장된 이미지로도 가능하다. 좀 더 다양한 상징을 원한다면 전용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어휘는 국립국어원과 국내 AAC 관련 학술 연구를 참고해 수집된 고빈도 어휘이다. 개발자들은 이 어휘를 상황과 의미범주에 따라 분류해 탑재했다. 전용 홈페이지에는 1만여개의 상징을 공유해 얼마든지 추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키보드 앱은 문자형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다양한 앱의 글자 입력상황에서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메시지를 입력할 수 있다. 문자형 앱 이외의 문자를 입력하는 모든 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오는 2017년 1월 안드로이드 마켓(구글플레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배포 후 사용자들의 불편을 보완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애플(앱스토어), 윈도우 버전 출시는 계획이 없다.

9일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센터(이하 센터)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차세대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 시연회. 뇌병변 장애인 이평호씨가 차세대 AAC 기기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별 5개 중 4점, 대체로 만족’= 점자형, 그림형 AAC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관심을 보였다.

체험부스 현장에서 만난 박병훈(남 뇌병변1급)씨는 차세대 AAC앱을 사용해 본 당사자다.

박씨는 “이번에 나온 AAC앱을 사용해 봤다. 지금 쓰는 AAC기기인 마이토키보다 쓰기 편하다”고 밝힌데 이어 “삼성전자 임직원이 만든 AAC앱은 마이토키 보다 한국 사람이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점수를 주자면 5점 만점에 4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내가 생각하는 것을 테블릿PC에 입력하는 방법이 (시중에 유통되는 다른 AAC보다) 조금 더 편리하다”면서 “우리나라 언어장애인을 위한 AAC 개발의 미래가 밝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씨는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상 강직이나 경직이 올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손이 떨리기 때문에 테블릿PC 속 내가 원하는 곳을 정확히 누르기가 힘들다"면서 "뇌병변 장애인들의 특성을 반영해 AAC앱이 다소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평호(남 뇌병변1급)씨는 “차세대 AAC앱에 음성 높낮이 라든지 속도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간다면 기존의 음성TTS(문자음성 자동변환 기술)을 갖고도 자기에게 연령이나, 환경에 맞는 음성목소리를 세팅해서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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