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축포를 터트리며 올해 문을 연 장애인표준사업장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이대로 좋은가

올해 초 각각 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장애인 표준사업장 세 곳이 준공돼 영업에 들어갔다. 표준사업장은 장애인이 근로하기에 적합한 생산시설을 갖추고, 일정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 그 설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새로운 형태의 장애인 다수고용 사업장이다.

이렇게 중증장애인의 고용기회 확대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의 장애인고용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인상(민주당) 의원은 6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표준사업장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복지공장보다 떨어지는 고용률

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복지공장은 융자형식으로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데 비해, 표준사업장은 예산을 무상으로 지원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고용률은 표준사업장이 오히려 뒤처졌다.

현재 운영중인 복지공장은 1996년 20억원을 융자받은 정립전자(서울 광진구)외 1998년 27억원을 용자받은 우일음료(경북 예천) 등 2곳이다. 정립전자는 현재 296명의 직원 중 176명을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우일음료는 102명 가운데 58명이 장애인 직원이다. 이들 두 회사의 장애인고용률은 평균 59%에 이른다.

반면 현재 운영중인 표준사업장은 대성ICD, 바이오제네시스, 비클시스템 등 3곳으로 모두 정부로부터 50억원을 무상 지원받아 올해 문을 열었다. 현재 이들 회사의 장애인 고용률 평균은 48%로 복지공장보다 11%P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측에서는 표준사업장은 세 곳 모두 준공 후 일년 이내에 장애인 고용을 완료하도록 돼 있는데 아직 일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의원은 “표준사업장 선정 당시 제출했던 고용계획서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곳은 현재 대성ICD 정도”라고 꼬집었다.

중증장애인 고용 지향성 퇴색

장애인공단은 2000년 용역의뢰한 표준사업장 건립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표준사업장의 운영원칙은 중증장애인 지향성을 꼽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경증장애인은 일반고용을 지향해야하나, 중증장애인의 경우 보호고용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작업장을 마련해야한다”며 표준사업장 건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실제 표준사업장의 장애인의무고용 규정을 보면 복지공장과 똑같이 상시근로자의 50% 이상, 중증장애인은 장애인 근로자의 3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융자금으로 운영하는 복지공장과 무상지원을 받는 표준사업장의 장애인 고용한도가 똑같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박 의원은 “표준사업장의 운영원칙은 중증장애인 고용 지향성이나 그 지향성이 이미 퇴색돼 있다”며 “이 사업은 사업주에게 수십억원의 국고를 무상지원하는 파격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복지공장 수준의 장애인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소극적인 태도이므로 지양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심사위원들의 안이한 판단

▲ 장애인표준사업장의 문제점을 제기한 민주당 박인상 의원. <에이블뉴스>
박 의원은 표준사업장의 문제점과 관련해 지난해 1월 진행된 표준사업장 선정 심사결과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안이함에 대한 지적도 제기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총 46개 업체가 신청을 했고, 전문평가업체의 평가를 거쳐 상위 7개 업체가 2차 심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1차 평가에서 1위를 했던 ‘P2P 정보기술’이 낙마하고, 6위였던 서울치과의원이 선정됐다.

당시 심사위원은 연구용역을 담당했던 이모교수, 전문평가기관을 대표해 1인, 공단의 박모이사, 노동부의 서모씨와 지모씨 등 총 5명이었는데, 이모교수와 전문평가기관 대표는 ‘P2P’가 적합하다는 의견이었지만 나머지 3명은 서울치과의원을 지지했다.

이때 이 교수등 2인은 서울치과의원의 사업계획에 대해 “향후 성장가능성과 사업주에 대한 신뢰성은 높지만, 모험적인 사업분야로서 안정적인 경영을 요구하는 표준사업장과는 거리가 있으며 경영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으나 박 이사등 3명은 “사업주가 장애인이라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회의록에서는 “치과의료용기기를 생산하는 것이 현재 국내 사정에서는 모험적이라 할만하지만 성공한다면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서울치과의원의 ‘바이오제네시스’는 현재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약정서대로라면 이 업체는 6개월 이내에 40명의 장애인을 고용해야하지만 현재 12명을 고용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지난 3월에 고용했던 장애인 9명을 경영상 이유를 들어 5월에 집단해고 했다. 장애인공단은 현재 바이오제네시스의 사업부진에 대해 ‘사업초기의 일시적인 경영난’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 의원은 “생산품이 만약 생필품 같은 것이라면 판매처를 개척하는데 공단과 국가의 지원이 용이할 수도 있겠지만 이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것은 치과용 의료기기라서 공단이나 국가의 도움이 어려운 분야”라며 “심사위원들이 조금만 심혈을 기울였더라면 오늘의 상황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차기 표준사업장 선정시 과제

현재 정부는 장애인다수고용사업장 육성을 명목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50억원을 편성해 놓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앞으로 만들어질 표준사업장이 지켜야할 몇 가지의 과제를 제시했다.

이는 ▲복지공장과의 차별성이 있는 적극적인 장애인고용, 특히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이 관철돼야할 것 ▲심사과정의 투명성과 전문성이 확보돼야할 것 ▲경영과 관련해 국가의 전략적인 개입과 지원방안이 마련돼야할 것 등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