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서 수어통역을 하는 모습(기사와 무관).ⓒ에이블뉴스DB

청각장애인들 10명 중 6명 이상이 고용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수어를 제1의 언어로 인식하고 있으며, 주로 의사소통 방법은 수어이지만, 구인과정부터 ‘수어공고문’이 없어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해서도 주로 청각 중심 필담(문자)를 사용, ‘수어통역 전문인력 배치’를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청각장애인 고용차별 및 고용개선방안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준우 교수가 맡았다.

실태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청각장애인 32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10일부터 10월 9일(수)까지 총 30일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평균연령은 41.27세이며, 농학교만 다닌 경우가 56.6%로 가장 많았고, 6.6%의 응답자가 부모가 농인이고, 배우자가 농인이 38.8%, 자녀가 농인인 경우가 1.7%, 형제자매가 농인은 17.2%였다.

장애관련 특성은 청각장애가 72.5%,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경우가 69.4%였고, 장애가 발생한 평균연령은 만 3.98세였다.

■59.4%가 “수어 잘한다”, 의사소통 시 수어 사용

수어습득환경을 살펴보면, 응답자의 59.4%가 수어를 잘하며, 어느 정도 하는 수준은 35%였고, 수어를 습득한 평균연령은 12.3세였다. 응답자의 76%가 의사소통에서 수어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도움 평균은 4.15점이었다.

수어사용 환경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는 수어를 가장 많이 사용(75.9%)하지만 가족들과의 의사소통에서는 구어와 필담(문자) 중심(43.8%)의 의사소통을 가장 많이 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66.9%가 가족 중 수어를 할 수 있는 가족구성원이 있으며, 수어사용에 대한 가족인식은 긍정이라는 응답이 49.4%였다.

전체 응답자 중 93.1%(298명)가 수어통역서비스를 지원받은 경험이 있고, 이 중 82.5%가 수어통역센터의 수어통역사에게 지원받았고, 수어통역을 받은 횟수는 월 평균 6.9회로 일상생활영역 45%, 의료영역 26.5%, 교육영역 12.4%, 직업관련 10.7%의 순이었다.

수어통역을 받을 때 불편한 점은 34.6%가 순서를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것이며, 18.8%의 경우 수어통역사의 수어통역 수준이 낮아서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취업준비과정에서 사용한 의사소통 방법은 1순위가 수어 48%(109명)였다.ⓒ국가인권위원회

■취업준비과정서 ‘수어’ 1순위, "수어통역 전문인력 배치"

고용환경에 대한 분석결과, 취업준비과정에서 사용한 의사소통 방법은 1순위가 수어 48%(109명), 필담(문자)의 순이었고, 2순위는 필담(문자) 37.5%(85명), 몸짓, 구어 순이었다.

취업준비과정에서 91.3%가 수어통역이나 필담지원이 이루어질 때 대화내용을 어느 정도 이상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수어통역이나 필담지원이 없을 때 응답자의 63.4%가 대화내용을 거의 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과정 프로그램 이해정도는 27.3%가 거의 또는 모두 이해했으며, 47.1%가 어느 정도 이해했고, 수어통역을 지원받은 경우 86.4%가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었으며, 문자(속기)통역은 74%, 요약정리(대필)지원은 65.2%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95.6%가 직장생활을 경험했으며, 유경험자 중 업무와 관련한 의사소통 지원에서 필담(문자)의 비중이 40.8%, 수어사용이 23.9%였으며, 조직원과의 의사소통에서는 1순위 필담(문자) 37.9%, 수어의 경우 26.8%로 나타났다.

업무와 관련한 대화내용 이해정도는 거의 또는 모두이해가 33.7%로 나타났다. 응답자 306명이 직장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지원받은 내용은 1순위로 ‘수어통역 지원’(38.2%), ‘지원받은 적 없음’(26.5%), ‘문자(속기)통역 지원’(19.3%)의 순이었다.

직장에서 업무수행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지원으로 1순위는 ‘수어통역 전문인력 배치’(43.1%), ‘수어가 가능한 직원채용’(25.6%), ‘농문화에 대한 인식개선 확대’(14.7%)의 순이었다.

응답자의 68.1%는 고용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으며, ‘모집과정에서의 차별’이 가장 많았다.ⓒ국가인권위원회

■68.1% “고용과정에서 차별 겪어”

응답자의 68.1%는 고용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으며, ‘모집과정에서의 차별’이 가장 많았다.

구체적인 고용차별 영역을 살펴보면, ‘모집과정에서의 차별’ 영역에서 ‘그렇다’ 이상이 66.5%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보통이 21.6%로 나타났다.

‘직무교육에서의 차별’영역의 경우 ‘그렇다’ 이상이 57.7%, 보통이 23.4%로 나타났다. ‘승진에서의 차별’정도는 53.3%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보통이 25.7%였다.

‘정당한 편의 제공에서의 차별’ 정도도 응답자의 48.6%가 그렇다, 보통이 19.3%였으며, ‘임금 및 복리후생에서의 차별’정도는 46.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취업과정 및 직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에 따른 고용차별 경험을 확인한 결과, 취업과정에서 수어를 주로 사용하는 경우 고용차별 경험이 37.2%로 나타났으며, 필담(문자)사용 시 26.1%, 구어사용 시 8.3%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업무와 관련해 주로 사용하는 자신만의 의사소통 방법 중 필담(문자)을 사용하는 경우 고용차별을 경험한 218명 중 43.6%가 고용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수어사용 시 22.5%, 구어사용 시 18.6%가 고용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취업과정에서는 수어를 사용할 때 고용차별 경험이 높았고, 직장에서 업무와 관련해 필담(문자)을 사용할 때 고용차별 경험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수어가 농인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응답자의 85.6%가 ‘제1의 언어’라고 응답했고, 한국사회에서 수어사용에 대헤 허용적인지에 대해서는 39.1%만이 긍정적이었으며, 우리나라의 수어에 대한 인식은 27.8%만 좋다고 응답했다.

또한 ‘한국수화언어법’이 시행된 이후에 수어사용 환경이 확대되었는지에 대해서는 34.4%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순회수어통역사 지정제도“, ”구인과정서 수어공고물“

이에 보고서는 청각장애인 고용환경 개선과 관련 ▲청각장애인 고용과 관련한 의사소통 지원을 위한 순회수어통역사 지정제도 실시 ▲구인공고 과정에서 장애특성 반영 법적 근거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취업준비과정에 참여한 응답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은 수어이지만, 직장생활에서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은 청각 중심 필담(문자)의 비율이 높았다. 이로 인해 업무와 관련한 대화내용 이해 정도는 거의 또는 모두 이해가 33.7%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서 “청각장애인의 고용과 관련된 의사소통 지원을 위한 순회수어통역사 지정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인력구성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훈련된 순회수어통역사를 채용하고 지역별로 배치해 지역 내 청각장애인을 고용할 계획이 있거나 고용한 몇 개의 기업을 연계해 수어통역 순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인력양성의 경우 수어통역사 자격을 소지하고 있는 자로써 고용관련 교육과 수어전문성 향상을 위한 보수교육 등을 통해 취업준비과정 및 취업중인 청각장애인들에게 전문적인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식을 제안했다.

또한 장애인 구인공고과정에서 장애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사용자는 모집, 채용과정에서 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수어공고문, 점자 안내문 등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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