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지원인 왕정은 씨가 서비스 이용자인 굿잡자립생활센터 강현욱 부소장이 출근하자 겉옷 정리를 도와주고 있다.ⓒ에이블뉴스

AM 9:00 근로지원인 왕정은 씨(23세, 여)가 굿잡자립생활센터에 출근을 완료했다. 왕 씨는 이용자인 강현욱 씨(46세, 뇌병변2급)가 출근하기 전까지 에이블뉴스, 서울시청,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장애인개발원 홈페이지 등을 모니터링해 새로운 정보를 수집해 프린트해놓는다.

AM 10:30 전동스쿠터를 사용하는 이용자 강 씨가 도착했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강 씨는 이동의 불편함으로 출근 시간이 늦은 편. 매일 전동스쿠터를 탄 채 1시간 30분가량 걸려, 부소장으로 근무하는 강남구 굿잡센터에 도착!

“부소장님, 겉옷 벗겨 드릴게요.”

“물 드실래요?”

근로지원인 정은 씨의 본격 업무가 시작됐다. 지난 2월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2개월여째 손발을 맞춰나가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 동안 현욱 씨의 업무를 도와가고 있다.

정은 씨는 근로지원 업무를 시작한 지 1년 조금 넘었으며. 현재 서울시의회 김소영 시의원이 한국척수장애인협회로 재직할 당시 그의 업무를 도운 적이 있다. 아직 20대 초반 앳된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 업무를 알고 시작하게 됐나요?”

“현재 척수협회 장애인식개선센터장이자 강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혜영 교수님의 제자예요. 교수님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근로지원인서비스는 장애인근로자가 핵심적인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2011년 본격 제도화됐다.

현욱 씨와 같은 지체․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업무 수행과 관련된 컴퓨터 활용 등 부수적 직원, 서류 관리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단, 장애인근로자의 핵심직무를 직접 수행하면 안 된다.

장애인근로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컴퓨터 활용으로, 자신의 보조적인 업무를 원활하게 해주기 위해 젊은 근로지원인들을 원하고 있다. 굿잡센터는 2~3년 전부터 최혜영 교수의 도움을 받아 강동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근로지원인서비스를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정은 씨 또한 이 같은 인연으로 근로지원인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서류 작업을 도와주고 있는 왕정은 씨와 서비스 이용자인 강현욱 씨.ⓒ에이블뉴스

센터 부소장으로 일하는 현욱 씨는 정은 씨에게 주로 행정 서식 작성 등 컴퓨터 활용 업무와 지역 간담회나 자조모임에서의 중증장애인과의 의사소통 등에 도움을 받는다. 그로 인해 업무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뇌병변장애로 인해 타자 치는 데 불편함이 있는 현욱 씨는 근로지원인이 없었을 때의 일상은 ‘월화수목금금금’ 이었다.

“손이 불편해서 1분에 30타 정도 쳐요. 컴퓨터를 통해 보고서를 쓰고, 회계 정산도 해야 하는데 모든 걸 혼자 하려고 하니까, 죽겠더라고요. 상시 야근이었고, 밤샘 작업도 많았죠. 정은 씨가 제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도 두루두루 챙겨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근로지원인서비스는 2006년 굿잡자립생활센터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안기획사업으로 첫 실시됐으며, 다음 해 중증장애인 고용 안정화를 위해 정부를 상대로 제도화 투쟁을 실시했고, 오랜 노력 끝에 2011년 제도화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근로지원인 수는 올해 3000명. 예산 또한 55여억원으로 확대된 상태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지만, 곳곳에서 잡음도 존재한다.

해냄복지회가 2016년 11월 근로지원인서비스 10년을 맞아 ‘근로지원인서비스 정책모니터 및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강현욱 부소장 모습.ⓒ에이블뉴스DB

“저희는 장애인근로자들의 보조를 하는 업무인데, 다른 직원들이 일을 시키는 경우가 있어요. 그 직원의 일을 해주느라, 정작 장애인 이용자의 일을 못 도와주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근로지원인 정은 씨)

장애인근로자의 부수적 업무를 도와야 하는 업무임에도, 근로지원인이 장애인근로자의 중요 업무를 맡게 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나오고 있는 것. 굿잡센터가 근로지원인서비스 중개기관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역기능도 우려스럽다.

“제도 취지가 장애인근로자가 장애로 인해 어려운 보조적인 부분을 지원해주는 겁니다. 장애인 근로자가 모든 업무의 본질적인 기능이나 핵심적 사항을 알고, 두 분이 상호 이해를 통해 업무를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죠. 근로지원인 자체가 자립생활모델의 한 부분인 만큼 장애인을 호구화시키고 근로지원인에게 일을 시키는 형태가 양산되면 안 됩니다.”(이용자 현욱 씨)

현재 근로지원인의 시급은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인 8350원이며, 수화통역 및 점역의 경우 시간당 9980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장애인의 근로기간과 근로 일시에 종속되다 보니, 장애인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여름휴가 등을 떠나면 그들의 급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그로 인해 직업이라기보다는 ‘알바’ 수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

“장애인 이용자가 직장에 출근하지 않을 경우, 덩달아 출근을 안 하니까 급여가 일정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직장으로 생각하기 힘들죠.”(근로지원인 정은 씨)

“컴퓨터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젊은 근로지원인을 원하지만, 그분들은 오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바뀔 때마다 내 업무를 다시 알려줘야 하니까 상당히 불만스럽죠. 처우가 개선되면 오래 일할 수 있는 분들도 생길 텐데, 현재로서는 아쉽습니다.”(이용자 현욱 씨)

근로지원인 왕정은 씨와 서비스 이용자 강현욱 씨 모습.ⓒ에이블뉴스

무엇보다 현욱 씨는 장애인근로자가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원하고 있지만, 근로지원인을 구할 수 없어 제도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각 구에 있는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방문해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제도 홍보를 하고 있다.

“최저시급 수준에 불과하니까 구하기가 힘들어요. 처우 개선과 동시에 홍보까지 겸해 많은 분이 장애인근로자들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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