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취업 벽이 사회로 나가고 싶어하는 중증장애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장애계가 중증장애인의 고용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8일 국회도서관에서 ‘중증장애인의 고용활성화를 위한 대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노동시장에 진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위한 모델을 제안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 중증장애인 고용활성화를 위해 더블카운트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증장애인의 실업률은 높고, 취업문은 좁아 실질적인 고용확대에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중증장애인의 취업률은 16.3%로 경증장애인의 취업률(41.4%)에 비해 2배 이상 낮으며, 고용률 또한 2005년 18.8%에서 2010년 18.2%로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 것.

토론회 책자에 담긴 '중증장애인 아웃소싱형 유연고용 모델'.ⓒ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 아웃소싱형 유연고용 모델’이란?=발제를 맡은 종로장애인복지관 김성태 사무국장은 ‘중증장애인 아웃소싱형 유연고용 모델(이하 유연고용 모델)’을 발표하며, 중증장애인이 경증장애인이나 비장애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자고 제시했다.

유연고용 모델은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은 수행기관에게 필요한 용역서비스를 제공 받으면, 수행기관을 통해 용역을 제공하는 중증장애인 수의 0.5배를 채용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모델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수행기관은 중증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고용지원과 직업재활서비스를 병행하면서 용역서비스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인적자원과 기관역량을 가지고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복지부가 인증하고 지정할 수 있다.

복지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수행기관은 3년에 한 번씩 재인증 절차를 통해 지속적으로 중증장애인 용역서비스 사업을 충실히 수행하는지를 점검받고 수시로 관리 감독을 받도록 한다.

의무고용부담금 감면을 위한 0.5카운트 방안도 적용된다. 의무고용사업주가 수행기관에게 용역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적 용역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장애인이 수행한 서비스의 양(서비스제공 중증장애인 수) 만큼 의무고용사업주에게 할당된 장애인 고용률을 0.5배를 절감해주는 것.

김 사무국장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나 자립작업장이 수행기관으로 지정받아 시설의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이 용역서비스로 고용돼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유연고용 모델은 1,2차로 나눠 단계적으로 시범사업을 거친 뒤 실시된다. 우선 직업적 중증장애인에 대한 개념 정의와 대상의 범위에 대한 장애판정 체계 개편이 이뤄지는 동안 대상 범위를 발달장애인으로 한정한 1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2차로는 발달장애인, 시각장애인, 정신장애인, 뇌병변 장애인으로 점차 확대해 각 장애영역에 적절한 용역서비스를 개발하고 각 장애영역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해 줄 수 있는 수행기관의 폭을 확대한다.

이후 1,2차 시범사업을 통해 파악된 문제점으로 보완해 구체적인 유연고용 모델을 확립해 진행한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의 연계고용제도를 통해서는 장애인 의무고용사업장에게 주는 혜택이 미비해 실효적인 중증장애인 고용 유인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기업의 홍보효과를 이루기 위한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며 “이번 모델은 중증장애인의 직업적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직업재활시설 등이 수행기관으로 참여하면서 경영적 성과와 매출 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지는 인정…신중하게 다가가야"=이에 토론자로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유연고용 모델의 참신함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현실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마포구립장애인직업재활센터 하강택 원장은 “중증 중심의 장애인 고용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의 취지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민간기업의 수행기관 참여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 원장은 “1,2차 시범사업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해나가는데 이어 그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방안도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시범사업을 추진할 TF를 구성해 수행기관의 자격이나 방법, 평가를 담당해야 할 것”이라며 “용역 및 파견업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중증장애인이 해당업무를 원할히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수행능력 향상에 필요한 부가 서비스도 함께 제공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심진예 연구원은 “중증장애인 고용확대를 위한 틈새직종과 다양한 취업경로 및 모델을 모색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모델이 일자리 양적확대 이상의 논리가 결핍된 상태다.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장애인계 스스로가 저임금 단순직종 일자리 모델을 전면 내세우는 것이 합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심 연구원은 “아직까지 대기업이 장애인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장애인계가 간접고용을 중증장애인 고용모델로 제시하는 것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 회피의 길을 터주는 것과 동일하다. 의무고용사업체의 장애인 직업고용을 통한 고용의무 이행에 대한 적극적 노력이 먼저 전제돼야 한다”며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은 대기업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일자리 등 장애인의 안정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개발하고 확대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진화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상철 팀장은 “중증장애인 고용활성화를 위한 아웃소싱형 모델은 참신하고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면서도 “현재 파견법에 허용되는 업체가 32개 업종만 한정돼 있다. 장애인들이 수행할 수 있는 단순 조립공정 수준이 아닌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에, 장애인을 파견시킬 업무가 없을뿐더러 수행기관에 장애인을 요청할 기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중증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도입된 더블카운트 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채용직무에 적합한 장애 인력의 부족에 있다. 기업 수요에 맞는 장애인 양성이 우선시 되야 한다”며 “자회자형 표준사업장 등 간접고용제도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를 두는 것은 실질적 고용효과없이 중복적 제도 도입에 따른 비용과 정책적 혼선이 초래한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8일 국회도서관에서 ‘중증장애인의 고용활성화를 위한 대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노동시장에 진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위한 모델을 제안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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