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군은 지난 여름 호남제주 지적장애인 기능경진대회 기기조립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등 누구 못지 않은 성실한 모습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영송학교

내년부터 공공기관들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상향 조정되지만 지적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냉담하다. 제주CBS는 24일부터 3차례에 걸쳐 지적장애인들의 취업의 꿈을 기획보도한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한 자폐아의 취업을 향한 발걸음'을 보도한다.

자폐 증세로 지적장애 3급인 19살 김동우 군은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제주우당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코끝 바람이 매섭지만 어김없이 같은 시각 같은 버스에 오른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목적은 단 하나. 이곳을 찾는 여느 사람들처럼 취업을 하기 위해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동우군에게 도서관은 취업 실습장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기증된 책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분류한 뒤 찾기 쉽게 컴퓨터 작업까지 병행한다.

제주영송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9명과 함께 시작된 실습이지만 현재는 동우 혼자만이 실습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지난 달 중순부터 이뤄져온 실습은 다음 달 19일까지 두 달간 이뤄진다.

지난 한 달간 동우군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우당도서관 직원들은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의 열정을 높이 사고 있다. 직원들은 "동우의 집중도가 매우 높다"며 “비장애인이라면 안 볼 때 요령도 피우고 때론 쉬기도 할 텐데 한번 시작한 일은 계속하니까 오히려 그걸 조절해줘야 한다”며 성실함에 손을 치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동우 군의 일에 대한 열정과 달리 취업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년부터 정부나 자치단체의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이 현재 소속 공무원 정원의 2%에서 3%로 상향되지만 지적장애인에게 취업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제주우당도서관 김성홍 관장은 “공무원 감축이 정해진 현 상황 속에서 자신이 혼자 알아서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수동적으로 일일이 시켜야 하기 때문에 공직에서 일을 계속하기에는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단순 보조 업무에 공무원 1명을 새로 채용하기도 힘들뿐더러 아직껏 도내에서 지적장애인을 공무원으로 채용한 사례도 없다는 게 동우의 취업의 꿈을 막아서고 있다.

더욱이 제주도가 내년에 공무원 130명을 추가로 감축할 방침이어서 동우 군에게 취업은 더욱 멀기만 한 현실이다.

서울 지하철 모든 노선 외우기로 실습장 분위기를 띄운다는 동우군.

그는 오늘도 이 사회가 취업이라는 선물로 자신에게 손을 내밀 것을 꿈꾸며 우당도서관을 향해 활기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제주CBS 박정섭 기자 pjs0117@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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