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첫 국정감사 결산

지난 23일 총 20일간의 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17대 첫 국회가 장애인문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장애인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 현실정치로 파고드는 데뷔무대가 되기도 했다.

▲복지위-장향숙·정화원 의원 맹활약=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무엇보다 장향숙 의원과 정화원 의원의 활약이 눈부셨다. 장 의원과 정 의원은 각종 조사에서 국감 우수의원으로 잇따라 선정되는 등 이번 국감을 통해 ‘장애인 정치인’의 ‘매운 맛’을 각인시켰다.

장 의원과 정 의원은 복지부 국감에서 장애인사업 지방이양, 장애인연금제, 장애인실태조사, 공적요양보장체계, 국제장애인권리조약, 미신고시설, 지역간 복지수준 격차 등 굵직굵직한 장애인계 현안을 폭넓게 다뤘다.

특히 아테네장애인올림픽 이후 수면위로 떠오른 장애인체육 활성화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이 높았다. 장 의원과 정 의원은 물론 한나라당 곽성문, 고경화 의원는 장애인체육 문광부 이관, 장애인수련원 건립, 장애인선수 처우개선, 장애인체육시설 장애인 이용률 제고 등에 대해 파고들었다.

매년 시찰 수준에 그쳤던 국립재활원 감사에서도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과 안명옥 의원에 의해 입원대기 문제와 비장애인 환자비율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국감에서도 가입 전에 발생한 장애에 따른 장애연금 수령 문제와 중증장애인 연금 조기수령 문제가 장 의원과 정 의원에 의해 다뤄졌다.

반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장 의원과 정 의원에게 장애인문제를 떠넘기는 ‘괴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장향숙 의원과 정화원 의원이 너무 잘 하니까’라며 일부 의원실에서는 장애인문제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 현상은 한나라당보다 장 의원이 속해있는 열린우리당에서 심각하게 나타났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유일한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인 현애자 의원의 활약도 돋보였다. 현 의원은 복지부 국감에서 형식적으로 설치된 편의시설의 문제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지적한데 이어, 무용지물인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 운영실태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교육위-특수교육진흥법 지적 잇따라=국회 교육위원회는 특수교육진흥법, 성인장애인 교육차별, 예산 부족 등 다양한 현안문제를 골고루 다뤄 장애인교육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일부 의원들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크게 이슈화된 문제는 바로 특수교육진흥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이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 정봉주 의원은 이구동성으로 치료교사 배치, 특수학급 증설, 특수학교에 전공과 설치 등 특수교육진흥법에 명시돼 있지만 예산이 없어 시행되고 있지 않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냈다.

또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각 지방교육청에 대한 감사에서 지역교육예산을 편성할 때 특수교육발전5개년계획 수정안에 따라 장애인교육예산을 전체교육예산대비 6%까지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가장 활약이 돋보였던 의원은 단연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었다. 최 의원은 지난 10월초 발표된 특수교육발전5개년계획 수정안에는 포함돼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성인장애인의 교육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또한 지역 간 특수교육예산비율 격차가 큰 것을 지적한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과 장애유아들의 사교육실태를 낱낱이 밝혀낸 같은 당 조배숙 의원의 활약도 돋보였다. 반면 대부분 의원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장애인교육과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아 장애인교육에 대한 무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환노위-장애인고용 무관심 확인=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번 국감을 통해 장애인고용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냈을 뿐, 장애인들에게 의미있는 성과를 던져주지 못했다. 특히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고갈사태가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의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가운데 유일하게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만이 첫날 국감에서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안정화 대책을 김대환 노동부 장관에게 물어 눈길을 끌었다. 공 의원은 기금 고갈사태에 대한 원인을 차근차근 짚어보고, 노동부의 앞으로의 대책이 무엇인지를 캐물으며 장애인고용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반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국감에 앞서 장애인단체들과 장애인노동권 확보를 위한 국정평가 워크숍을 갖고, 장애인단체에게 용역을 줘 고용장려금 여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장려금 축소로 중증·여성장애인의 해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 있는 결과도 내놓았지만 실상 노동부 국감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의미를 퇴색시켰다.

한편 본지가 국감기간동안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공단의 부실 운영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장애인계의 요구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하 장애인공단)에 대한 국감에서도 장애인고용장려금 부정수급, 표준사업장 부실 운영, 고용개발원 정체성 문제 등 이외에는 별다른 지적 사항을 내놓지 못했다.

▲기타 상임위-장애인문제 폭넓게 다뤄져=올해 국감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으로 장애인관련 질의가 쏟아져 나오는 복지, 노동, 교육이외에 기타 상임위에서도 장애인문제가 폭넓게 다뤄졌다는 것이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인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에 대한 국감에서 장애인체육의 주무부처 이관문제를 지적했으며, 같은 당 박형준 의원은 문화관광부 국감에서 장애인전용 영화관 설치 등 장애인문화 향수권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강성종 의원,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 자민련 류근찬 의원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대한 국감에서 겉돌고 있는 중고PC 보급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대책까지 내놓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같은 상임위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주요 정부사이트의 장애인 접근성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정신지체여성 성폭행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은 반인권적 판결이라고 지적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외에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지난해 지적됐던 고속도로 할인카드 부정사용이 폭증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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