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NGO대학원 손혁재 교수. <에이블뉴스>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비례대표 1번에 여성장애인을 배치했다. 이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그렇게 하니까 한나라당도 시각장애인을 공천했다.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약자 가운데 하나인 장애인이 비례대표로 국회 진출한 것이다.

장애인을 1번으로 준 것만으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참여가 일어나야 한다. 더 많은 장애인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

지난 20일 ‘시민운동과 정치참여’를 주제로 한국보이스카웃빌딩에서 열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기강좌에 초빙된 성공회대 NGO대학원 손혁재 교수는 강연 첫 머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날 강좌는 한국장총이 주최하고, 에이블뉴스가 후원하는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주제로 한 정기 강좌의 두 번째 시간이었다.

이날 손 교수는 교수, 언론인,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대해 회의적으로 평가한 반면 노동자, 장애인, 여성 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장애인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해야한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손 교수는 “장애인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직접 나서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서도 손 교수는 “예전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은 많은 단체들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장애인 스스로 권리를 얻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손 교수는 “먼저 걸어갔던 시민단체의 활동을 눈여겨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장애인단체가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담보해야할 덕목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시민단체의 덕목과 관련해 손 교수는 ▲단체의 활동이 사회전체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고 ▲자기헌신성을 갖고 열심히 활동해야하며 ▲도덕성을 갖고 있어야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손 교수는 도덕성과 관련해서, “도덕성은 정치적 중립성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진정한 정치적 중립성은 기계적인 중립성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정당은 지지하고, 그른 일을 하는 정당은 비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장애인단체가 취해야할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손 교수가 제시한 사업은 ▲국회 속기록 분석 ▲국회 방청 ▲국정감사 모니터 ▲입법 청원 등 총 네 가지로 요약된다.

마지막으로 손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했지만, 정치의 질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장애인단체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단체들은 앞으로 정치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첫 번째로 장애인 등 시민들이 주권자로서의 주체적인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좌에는 총 50여명의 장애인들이 참여해 손 교수의 강좌에 귀를 기울였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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