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화장실을 창고로 쓰고 있는 서울의 한 동사무소. <현애자 의원 국감 자료>

보건복지부가 올해 3월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편의시설 설치율은 75.8%로, 이는 1998년 실시된 조사에서보다 28.4%로 높은 수치다.

지난 9월 30일 복지부가 민관합동으로 전국 철도, 지하철, 도시철도 역사 81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 편의시설 설치율은 72.3%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수치가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수치상으로만 보면 어느 정도 편의시설이 갖춰진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복지부가 발표한 편의시설 설치율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나서 지난 4일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 의원은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와 민주노동당 인천 부평갑지구당 장애인복지위원회에서 현장 실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김근태 복지부 장관에게 직접 보여주며, 형식적으로 설치돼 있는 편의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한 동사무소의 장애인용 화장실은 청소도구함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며, 변기 옆 손잡이도 위로 향해야하는데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휠체어사용자의 경우 변기 좌측에 공간이 확보돼야하는데, 공간 확보도 돼 있지 않았다. 현 의원은 “이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팔 힘만으로 점프를 해 반 바퀴 회전하는 곡예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인천시내의 한 국철 역사앞 장애인전용 주차장은 분리 기둥이 주차장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무용지물이었으며, 환승구 바닥에 있는 시각장애인 유도 점자블록은 휠체어리프트 승강구역으로 유도하고 있어 휠체어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충돌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인천시내의 한 국철 역사앞 장애인전용 주차장은 분리 기둥이 주차장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무용지물이었다. <현애자 의원 국감자료>

매표소로 인도하고 있는 점자유도블록은 실제 운영되지 않고 있는 매표소로 시각장애인을 유도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의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휠체어리프트 스위치는 있지만 실제 리프트는 설치돼 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외에 장애인전용 화장실에 남녀구분이 없어 심각한 인권침해 요소가 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이어 현 의원은 정부 관리감독 부실로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했다.

현 의원이 제시한 전라남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단속 내역 자료에 따르면 전라남도는 99년 1건, 2000년 187건, 2001년 21건, 2002년 71건, 2003년 177건, 2004년 27건 등 단속을 매우 불규칙적으로 하고 있었다. 시정명령의 경우도 2000년 2만5천47건, 2004년 2만1천936건이었던 반면, 2001년, 2002년, 2003년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정부 통계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25%의 시설에 대한 이행강제금은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단 2건 3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의원은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장애인 체감설치율을 반영할 수 있는 조사방법으로 편의시설 실태를 재조사하라”고 김근태 복지부장관에게 촉구하며, “편의시설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 의원이 이날 제시한 조치는 ▲편의시설 설치의 오류점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실태조사 재실시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정기적이고, 책임있는 교육 ▲관리감독의 정례화 ▲시정명령에 따른 이행결과의 철저한 사후 확인 ▲이행강제금, 벌금, 과태료 등 부과기준의 엄격한 적용 등이다.

환승구 바닥에 있는 시각장애인 유도 점자블록이 휠체어리프트 승강구역으로 유도하고 있어 위험성이 높다. <현애자 의원 국감자료>

변기 옆 손잡이가 위로 향해야하는데 아래로 향하고 있어 휠체어사용자의 불편이 불보듯 뻔하다. <현애자 의원 국감자료>

매표소로 인도하고 있는 점자유도블록은 실제 운영되지 않고 있는 매표소로 시각장애인을 유도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의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현애자 의원 국감자료>

휠체어리프트 스위치는 있지만 실제 리프트는 설치돼 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현애자 의원 국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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