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중증장애인이 승강장 아래로 추락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3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승강기안전관리원이 이 사고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이날 현장점검에는 사고 당사자인 김모(44)씨의 가족도 참석했다. 가족들의 주장에 의하면, 전동스쿠터를 사용하는 김씨는 주차장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다 3미터 아래의 지하 2층까지 떨어졌다. 승강기가 내려오지 않은 채 문이 열린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당시 김씨가 태우고 있던 10살 난 아들도 함께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추락하면서 아들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았고, 그 결과 아들은 갈비뼈에 금이 가는 비교적 경상을 입었으나, 김씨는 뇌를 다치고 콩팥·신장 등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현재 김씨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독한 상태로 전해졌다.
이날 현장점검은 사고 당시, 김씨의 과실이 있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씨측은 승강기의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했으나, 승강기 안전관리원에서는 승강기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이 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김씨의 전동스쿠터가 엘리베이터에 부딪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난 승강장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적확한 판단은 어려웠다. 이에 보다 철저한 조사를 위해 승강기 도어문을 떼어내어 부딪힌 흔적이 없는가를 찾아보고, 가이드슈의 상태도 조사했다.
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엘리베이터에는 '가이드 슈'라는 부품이 승강기 문 아랫부분을 받치고 있지만, 조그만 충격에도 부품이 휘어져 승강기 문이 떨어져 나가기 쉽기 때문에 승객들의 부주의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는 종종 있다.
하지만 이날 점검결과, 엘리베이터와 전동스쿠터가 충돌한 흔적은 없었다. 또한 엘리베이터 입구가 좁고 기억자형 구조라 전동스쿠터가 속력을 낼 수 있는 공간도 아니었다. 결국 엘리베이터 고장에 의한 사고였다.
이 엘리베이터는 2002년 설치된 후 매년 정기점검을 받아왔고, 매달 실시하는 정기점검은 사고 나기 5일전인 2월 16일 실시됐다. 그런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5일 만에 사고가 날수 있을까?
정기 점검 일지를 살펴보았다. 이 엘리베이터는 잔고장이 많았으며, 심지어 점검의견에는 사고원인을 알 수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결국 안전기준에 허점이 있음이 다시 한번 증명된 것이다.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나면 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는 항상 이용자 과실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현행 법규도 문제다. 부품하나에 사람의 생명이 달렸다. 승강기 안전에 대해 보다 철저한 규제와 관리감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