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근육장애인들이 부양의무제와 인공호흡기 대여료 자부담 문제 등으로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경·근육장애는 온몸의 근육이 점점 약화함에 따라 나중에는 전신 마비뿐만 아니라 호흡근육과 심폐기능마저도 약해지는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나, 부양의무제도로 인해 충분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고 인공호흡기 대여료로 인해 숨을 쉬는 것조차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

한국근육장애인협회는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고 국회의원회관에서 ‘희귀질환 근육장애인 보건·복지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고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희귀질환 근육장애인 보건·복지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중앙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진진주 연구원. ⓒ유튜브 캡쳐

‘진행성 질환’ 가능했던 일을 점차 하지 못하게 되는 불안·우울

중앙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진진주 연구원은 근육장애인 10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통해 근육장애인의 어려움과 욕구를 파악했고, 이를 발제를 통해 발표했다.

진진주 연구원은 “근육장애가 진행성 질환이다 보니 점점 할 수 있는 것들을 점차 하지 못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지고 고립·불안감을 느끼는 등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일자리나 대필 지원, 홈스쿨링 학습지원 등 좋은 정책도 있지만, 일을 하면 생계비가 감소하는 딜레마, 인공호흡기 대여료 자부담, 표준화되지 않은 서비스로 인해 복잡한 행정절차 등 부정적인 장애인복지정책에 대해 토로했다”고 밝혔다.

이에 진 연구원은 “근육장애인이 충분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먼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에서 가구 특성 점수 부여 확대해 돌봄의 질을 제고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경제적 안정을 위해 공공일자리를 통한 소득에 대해서 소득공제율을 상향조정해 생계비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또한 장애인 일자리사업을 확대하고 근육장애 특성에 맞는 재택업무와 직무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고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희귀질환 근육장애인 보건·복지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한국근육장애인생명권보장연대 장익선 집행위원장. ⓒ유튜브 캡쳐

최중증 근육장애인 생명권 위협하는 ‘부양의무제’

한국근육장애인생명권보장연대 장익선 집행위원장은 “2014년, 24시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근육장애인이 혼자 남겨져 있다가 인공호흡기 호스가 빠지는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안타까운 사망 사고의 원인은 부양의무제 때문에 가족과 함께 산다는 이유로 활동 지원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정책상 근육장애인은 독거가 아니면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조금밖에 받지 못해, 이는 결국 최중증장애인을 독거로 유도하고 가족과 분리시키거나 별거 등 가정 해체를 조장하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

아울러 “정부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2017년부터 매년 단계적으로 완화해 왔고 2021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자립을 해도 만 30세 미만에 미혼인 경우, 주거를 달리해도 세대 분리를 인정받지 못해 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를 신청할 수 없는 등 정부 발표와 다르게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장익선 집행위원장은 “따로 노는 장애인 정책과 희귀질환 정책에 근육장애인을 끼워 맞추는 소극적 개입이 아닌 국가 정책 수준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며, “국가 및 지자체 수준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환자와 가족,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통합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기본적인 지원 체계가 수립될 때까지는 부양의무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고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희귀질환 근육장애인 보건·복지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바이탈에어코리아(주) 이경숙 이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대학생위원회 조연우 정책국원(오른쪽). ⓒ유튜브 캡쳐

“돈 내고 숨 쉬는 나라”…인공호흡기 대여료 자부담 문제

바이탈에어코리아(주) 이경숙 이사는 “의학기술의 진보로 기능이 뛰어난 가정용 인공호흡기가 개발됨에 따라 가정에서도 장기간 기계 환기가 필요한 만성호흡부전시 인공호흡기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정용 인공호흡기의 사용은 치료를 위한 입원 기간을 단축시키고, 가정으로의 빠른 복귀를 가능하게 하면서, 병원감염을 감소시키고, 기동성을 증가시키며, 영양 상태 개선,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 개선, 신체 및 생리적 기능을 개선하는 장점이 있어 병원에서의 치료보다 더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대학생위원회 조연우 정책국원은 “근육병은 온몸의 근육이 점점 약화함에 따라 나중에는 전신 마비뿐만 아니라 호흡근육과 심폐기능마저도 약해져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라며 “근육장애인은 인공호흡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인공호흡기는 곧 생명”이라고 피력했다.

2016년 이전까지는 정부에서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인공호흡기 대여료 전액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2016년 정부가 인공호흡기 대여료 지원대상을 기존 희귀난치성 질환에서 척수 장애, 뇌척수질환, 심장·폐질환 등까지 확대하면서 인공호흡기 대여료의 10% 자부담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조연우 정책국원은 “인공호흡기 대여료 자부담 금액은 인공호흡기만 대여하는 경우 소모품과 마스크 등을 포함해서 월 6~8만 원, 기침유발기와 함께 대여하는 경우 월 8~12만 원의 지출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큰 금액이 아닌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근로활동이 어려운 근육장애인에게는 부담스러운 비용”이라며 “근육장애인에게 국가가 인공호흡기 대여료와 소모품 구입 비용만이라도 전액을 지원해 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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