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가 최근 공공임대주택에 장애인 피난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대구도시공사 사장에게 음성점멸유도등, 승강기 및 계단 점형블록 등 장애인을 위한 설비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대구도시공사에서 임대하는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중증시각장애인 강창식 씨는 앞서 “해당 아파트는 2층 이상에 승강기 전면 점형블록 및 음성점멸유도등이 설치되지 않아 화재 시 대피가 어렵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승강기가 직접적인 화재 피난 설비는 아니지만, 승강기 전면에 설치된 점형블록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현재 위치를 가늠하기 용이하며, 선형블록까지 함께 설치돼 계단으로 연결된다면 더욱 수월하게 대피할 수 있으므로 1층에 설치된 점자블록과 유사한 방식으로 각 층에 설치돼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피진정인인 대구도시공사는 “아파트는 1993년 준공된 이후 증·개축이 없었으므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승강기 전면 점형블록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시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 아파트 출입구 및 1층 승강기 전면에 점형블록을 설치했으나 소음·분진으로 인한 민원 발생과 노후된 건물의 안정성 우려, 예산 부족 등 단기간 내 전 층에 블록을 설치하기는 어렵다”며 “음성점멸유도등 설치의 경우도 전원배관을 별도로 신설하려면 기존 배관과 바닥의 방수층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4월 28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주거시설 등의 이용과 관련하여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하며, 음성점멸유도등, 승강기 및 계단 점형블록 등 장애인을 위한 설비를 설치할 것을 주문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대구도시공사는 건물의 안전과 소음, 분진 등으로 인한 민원 발생이 우려된다고 주장하지만, 점자블록은 매립식으로 설치해야 하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부착식으로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1층 이상에는 전원을 필요로 하는 피난구유도등이 이미 설치돼 있는 점, 일부 장애인 세대에라도 우선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고려도 없는 점 등을 같이 볼 때, 공사로 인한 건물 안전 위험은 피진정인의 막연한 우려로 판단돼 차별행위에 대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아파트에 장애인 피난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행위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규정 취지에 반하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규정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주거시설 등의 이용과 관련하여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대구도시공사는 시민 생활의 안정과 지역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대구광역시에서 전액 출자해 설립된 지방공기업이며, 해당 아파트는 비록 장애인전용주택은 아니지만, 사회복지적 성격의 임대주택단지로 입주자 중 1/3 이상이 장애인 세대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에 공공임대주택의 입주 및 사용에서 장애인이 제한·배제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고, 화재 피난설비는 장애인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장애인의 주거권 및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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