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1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장애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이용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내년 1월 장애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보장이 담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장애계가 또다시 ‘찬밥’ 우려를 표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을 준비 중인 보건복지부가 단계적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며, “단계적 적용은 장애인에게 폭력” “또다시 100년을 기다려야 한다”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복지부는 구체적인 내용은 내부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1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장애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이용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는 비대면 경제가 가속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지만, 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에게는 오히려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오히려 재화·용역에서 배제와 차별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다.

휠체어 이용자는 화면의 높이가 맞지 않고, 시각장애인은 점자·음성안내가 제공되지 않으며, 모바일 화면의 어려운 용어나 빠른 화면 넘김으로 인해 이용이 어려운 점 등이 대표적 예다.

이에 최혜영 의원은 2020년 무인정보단말기와 모바일 응용 소프트웨어 등에 대해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명시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본회의 통과 후 내년 1월 23일 시행될 예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에이블뉴스

■접근부터 끙끙, 1002개 중 1개만 편리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지역사회 내 26개 업종 총 1002개(공공, 생활편의, 무인시스템 등)의 키오스크를 모니터링한 결과, 장애유형별 편의를 모두 갖추고 있는 기기는 1개(인천세종병원) 뿐이었다.

먼저 전체 15%가 기기가 출입구에서 보이지 않는 매장 안쪽에 있었으며, 실제로 휠체어사용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도 12.3%인 123개나 됐다. 접근 어려운 이유로는 장애물이 있거나 공간이 좁아 지나가기 어려운 등이었다. 또한 91.5%가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기기 조작 시 장애인 편의 또한 엉망이었다. 52.8%가 휠체어 접근할 여유공간이 없었으며, 기기의 높낮이나 화면의 높낮이가 조절되는 기기는 전체 3%밖에 되지 않았다. 조작이 필요한 부분들의 높이도 투입구와 발행구 등 기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70% 이상이 손이 닿기 어려웠다, 전혀 손이 닿지 않는 기기도 127개나 됐다.

전체 87.7%가 터치스크린을 사용한 터치방식으로만 운영되고 있었지만,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편의장치가 전혀 없는 기기도 46.8%, 648개나 됐다. 청각장애인에게 수어가 제공되는 기기는 인천세종병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기기 하나만 유일했다.

키오스크 이용 시 사용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바로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방법인데, 모니터링 대상 키오스크 63.5%는 연락방법 자체가 없었다.

인천세종병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기기. 청각장애인에게 수어가 제공되는 유일한 키오스크였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 사무국장은 키오스크 접근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사업주의 의무 강화가 담긴 법 개정을 제언했다. 현재 키오스크 설치와 관련한 법이나 지침이 거의 권고수준에 머물러, 접근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

김 사무국장은 “키오스크의 보급이 확대되고, 무인점포가 늘어가는 현재 상황에 사업주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강력한 법 규정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사업주 스스로 장애인이 기기 접근성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사무국장은 “내년 시행을 앞둔 키오스크 장애인접근성 보장이 담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을 두고, ”시행령 개정을 준비 중인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단계적 접근을 고려 중”이라고 지적하며, 단계적이 아닌 즉시 적용되는 방안, 그리고 민간사업자에 대한 국가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김 사무국장은 “일반적 키오스크 가격은 200~500만원인데 비해 배리어프리가 갖춰진 키오스크는 약 2000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민간사업자가 구입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일정 정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장애인이동권연대 임경미 이사.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권혁일 사무관.ⓒ에이블뉴스

■키오스크 접근 보장, “단계적 적용 안 된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도 장애인 접근성 보장이 담긴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시행을 두고, ‘단계적 적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변호사는 “복지부가 구체적 내용이 담긴 시행령 개정을 올 하반기에 입법예고할 예정인데, ‘단계적 적용’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유일하다”면서 “사업 등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15년이나 지금 시점에서 다시 도입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역행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차라리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임경미 이사는 “시골에도 무인점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턱이 있어서 키오스크 접근 자체가 되지 않는다. 휠체어 접근이 되지 않는 곳에는 무인점포를 설치 못 하게 하도록 법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1층 접근도 안 되고 키오스크 접근이 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이 밖에서 어떤 것들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임 이사는 “단계적 적용은 약자나 장애인들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면서 “즉시 적용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장애계 우려에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권혁일 사무관은 “하반기 시행령을 통해 세부적인 무인정보단말기 유형, 종류, 정당한 편의제공 기준 등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공청회와 연구용역 등을 통해 상반기 중에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1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장애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 이용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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