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발달·중증장애인 가정의 비극의 사슬을 끊기 위한 투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에 사는 40대 어머니는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두 사람 모두 숨을 거뒀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도 대장암을 진단받은 60대 어머니는 30대 발달장애와 뇌병변장애 중복장애가 있는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장애계는 속속 성명서를 발표, 추모와 함께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 자녀를 둔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 부족 현실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등 장애계는 26일 안타깝게 사망한 발달·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을 애도하기 위해 추모제를 치르고 서울 4호선 삼각지역사 내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 4호선 삼각지역사 내에 설치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에이블뉴스

추모의 물결은 사건이 발생한 서울과 인천뿐 아니라 충북, 경남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비극적 사건이 매년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어 사슬을 끊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다.

2020년 3월 제주에서 한 어머니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4월 서울에서는 어머니가 4개월 된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6월 광주에서는 발달장애 자녀와 그 어머니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1년 2월과 4월 서울, 5월 충북에서는 지원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들이 벌어졌으며, 11월 전남에서는 한 아버지가 발달장애 자녀와 노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올해 3월에도 경기에서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충청북도장애인회관에 설치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충북장애인부모연대

현재 고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는 서울, 경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전남, 경북, 경남, 충북 등 총 19곳에 설치돼 있다. 분향소를 설치에 앞서 지역 장애인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반복되는 장애인가정 비극을 끊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 마련의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분향소를 설치한 경남장애인부모연대는 “정부는 또 한발 늦었다. 윤석열 정부는 죽음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 출범하면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희망을 줄 수 있었지만, 정부 출범 인수위부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희망이 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충북장애인부모연대 또한 같은 날 분향소를 설치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중증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있다”면서 “계속되는 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을 멈추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장애인 지원과 의무가 단지 선언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권리보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49재 기간 집중 투쟁’을 선포했다.ⓒ전국장애인부모연대

특히 부모연대는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49재 기간 집중 투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고인들의 49재인 7월 10일까지 매주 화요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의 책임을 촉구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장애인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모연대 김수정 서울지부장은 “연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 언론이 보도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 일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없는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발달·중증장애인은 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는가. 가족이 돌보지 않아 그런 것인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장애인이 살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가족의 손에 죽어가는 장애인을 방치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날 현장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정치권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할말이 없고 죄송하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사람은 그 자체로 동등하고 기본적 인권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 이번 사건은 장애인의 가족들이 대한민국의 책임의 무게마저 모두 짊어졌기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장애인분들이 앞장서서 투쟁을 해주고 있기에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졌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법적, 제정적, 행정적으로 24시간 지원체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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