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서울시 규탄 결의대회에서 삭발하는 발달장애 부모들. ⓒ에이블뉴스

약 한달 전 삭발한 머리는 다시 자라났지만, 삭발과 단식 농성 등 투쟁에도 나아지지 않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열악한 현실에 19명의 서울 발달장애 부모들이 다시 머리를 밀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이하 서울부모연대)는 2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서울시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서울부모연대에 따르면 서울의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지난 2016년 서울시청 앞에서 42일간의 농성과 26명이 삭발을 하며 발달장애 정책수립을 위한 투쟁을 전개해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설치와 지원주택 주거 서비스를 이뤄내는 등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전국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지난달 19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전국결의대회를 갖고 삭발식을 진행, 총 555명의 발달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이 참가했다. 또한 삭발식 이후 15일 간의 단식 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과 노력에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힘은 열악하기만 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서울시 규탄 결의대회에서 삭발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수정 대표. ⓒ에이블뉴스

23일 서울 성동구에서는 40대 어머니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모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2년 동안 서울에서만 9명의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사망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투쟁을 해왔지만, 세상은 너무나도 더디게 변화합니다. 아직도 사각지대가 너무나 많습니다. 서울시는 왜 우리를 만나주지 않습니까. 우리의 요구를 듣고 있기는 한 것입니까. 최소한 사람이 죽지 않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울부모연대 김수정 대표는 서울시의 열악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로 인한 비참한 현실을 토로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것. 2020년 4월 성동구에서는 한 어머니가 4개월 된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했고, 8월 중랑구, 9월 양천구, 10월 강남구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추락사했으며, 2021년 2월에는 서대문에서 한 어머니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4월 강남구에서 한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는 2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서울시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발달장애 아이는 학령기에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온전히 부모가 책임져야 합니다. 주간활동서비스가 있지만, 최중증인 아이를 돌보기에는 부족하기만 합니다. 필요한 것은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입니다. 이를 위해서 끝까지 투쟁합시다.”

서울부모연대 박미라 성동지회장은 더 이상 안타까운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서울시 발달장애인 지역 내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이날 삭발에 참여한 발달장애 부모를 비롯한 서울부모연대는 서울시에 ▲재가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자치구당 10호씩 우선 공급 및 주거서비스 구축 ▲서울형 도전적 행동 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 일자리 지원 및 권익옹호 지원 확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24시간 지원체계 보장을 위한 주간활동 지원, 평생교육 지원체계 구축 및 지원 강화 등을 요구했다.

2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서울시 규탄 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나름 발달장애인 복지가 괜찮다는 서울시에서 이런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한숨만 나온다. 제도가 없기 때문이고, 우리가 없는 세상에 살아갈 자녀들을 위한 인력을 지원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세상에 말하고 싶다. 우리를 예비가해자로 만들지 말라고. 발달장애 부모라면 대부분 이렇게 끔찍한 생각을 한번쯤 봤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우리가 없는 세상에 우리 아이가 살아갈 수 없기에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없는 세상에 발달장애 자녀는 정신병원, 부랑인 시설에 들어가거나 다른 형제·자매에게 부모의 굴레를 물려주는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시는 이 굴레도, 죽음의 사슬도 끊어야 한다. 생존을 위한 정책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잊지 말고 발달장애인 정책, 서비스 반드시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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