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계의 ‘개인예산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10일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의 핵심 장애인 정책으로 설정된 만큼 도입이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선택과 통제의 강화, 장기적인 돌봄 비용의 절감 등의 찬성과 확장된 효율성 논리에 희생된 급여의 축소와 민영화가 가져올 공공성 약화 등 반대의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

이에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제사회보장리뷰에 게재된 ‘호주 국가장애보험의 현황과 이슈’를 소개한다.

호주의 국가장애보험은 다양한 사회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대상에게 예산을 할당하는 개인예산제도의 한 형태다.

호주의 개인예산제도 ‘국가장애보험(NDIS)’

호주의 국가장애보험(NDIS)는 돌봄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대상에 대해 개인별로 욕구를 사정하고 예산을 할당하는 개인예산제도(personal budget scheme)의 한 형태다.

개인예산제도의 원리는 정부가 할당한 현금 또는 바우처로 이용자가 직접 유사 시장에서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으로, 공공재정의 효율성과 서비스 이용자의 선택권 강화를 명분으로 1990년대부터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호주에서 국가장애보험은 2013년 3월 NDIS법이 제정된 후 같은 해 7월 시범사업 형태로 도입됐다. 2016년 본사업으로 전환됐고, 2020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해 2021년 기준 50만 명이 넘는 장애인이 국가장애보험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대략 440만 명으로 추산되는 호주 장애인의 11%가 넘는 규모다.

국가장애보험은 동일한 사정 절차에 기반한 개별 맞춤형 지원, 욕구에 기반한 개인예산 확보, 서비스 제공자를 포함한 욕구 충족 방식에 대한 선택의 보장, 지역 코디네이터와 장애인 단체의 풀뿌리 지원 제공, 비용효과적인 조기 개입 등 원칙 하에 운영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1인당 할당 예산 약 4,764만 원

국가장애보험은 65세 미만으로 호주 시민권이나 영주권, 이에 준하는 비자를 보유한 영구적이고 중대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장애 유형이나 소득 수준에 따른 제한은 없으며, 65세 이전에 NDIS에 진입한 사람은 65세가 지난 이후에도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21~2022년 회계연도 중 2022년 1월 기준으로 소요된 예산은 152억 9천만 호주달러(약 13조 6,691억 원)로 추산되며, 이용자 1인당 할당 예산은 연 5만 3,300호주달러(약 4,764만 원)로 나타났다.

예산은 이용자의 자립과 통합, 사회 참여를 목표로 하고, 가격에 합당한 가치가 있으며, 이용자의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고 유익한 지원에 한해 지출된다.

구체적으로 일상생활을 위한 이동, 소모품, 사회 참여 및 경제활동 참여 지원과 자산 지원을 위한 보조공학, 주택 개조 및 장애인 전문 특별주택,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조정, 주거 상황 개선, 사회 및 공동체 참여 증진, 구직 및 직업 유지, 관계 증진, 건강, 학습 증진 등에 지원된다.

호주 개인예산제도 지원의 목적, 성과 영역과 지원 범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용자 선택 극대화’ vs ‘서비스 축소 등 부작용’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의 선택을 극대화하는 개인예산제도는 사람 중심, 이용자 주권 등 근래의 사회서비스에서 강조되는 가치를 구현하는 데 유리한 제도다.

또한 수요자 중심의 개별적 지원 실현을 위해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지역사회통합돌봄과 탈시설화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고려할 만한 정책적 대안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하지만 급여의 오남용, 가격 경쟁으로 인한 서비스·일자리 질 저하, 공공의 책임 회피와 같은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낳고 있다. 또한 개인예산제도보다 장애인에게 배분되는 서비스의 총량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는 주장과 개인예산제도 도입이 서비스를 축소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근심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호주의 국가장애보험 또한 긍정적인 성과에 대한 보고가 이어지고 있으나 긴 대기 시간, 이용의 복잡성, 특정 집단 배제나 편익 감소 등 초기부터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특히 이용자 규모 확대와 급여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급권 탈락에 대한 재심 신청이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제도 이용에 장벽이 높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장애인 지원 예산 확보·공공의 책무 강화 방안 마련’ 제언

보고서는 “개인예산제도에 대한 한국 장애계의 태도는 양분돼 있다. 이용자의 선택과 통제의 강화, 장기적인 돌봄 비용의 절감 등으로 찬성하는 입장과 확장된 민영화가 가져올 공공성 약화와 효율성 논리에 희생된 급여의 축소를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주는 국가장애보험 도입 이후 장애인 지원 예산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이용자 1인당 예산도 증가했으나, 공공인력 부족으로 인한 긴 대기시간과 불충분한 급여 수준 등으로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이 개인예산제도를 도입할 경우 취지는 살리고 우려되는 부작용은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히 활동 지원 등 장애인 서비스 급여의 불충분성, 낮은 공공의 책무성이 지속적으로 문제로 제기되어 온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개인예산제도 도입을 위해 장애인 지원 예산 확보와 공공의 책무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이 외에도 호주가 직면해 온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공급의 불균형, 소수 집단에 대한 체계적 배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지원조직, 급여 범위에 대한 이견 등 문제들에 대해 제도의 구체적인 면면이 한국에서 제도를 설계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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