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하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주축이 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은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며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규정하고 21년째 정부를 향해 투쟁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올해 4월 20일 제42회 장애인의 날에도 420공투단의 하루는 숨 가쁘게 흘러갔다.

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16차 삭발 투쟁 결의식 모습.ⓒ에이블뉴스DB

420공투단의 첫 일정은 오전 8시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7-1)에서 시작됐다. 16차 삭발 투쟁에 나선 6명의 장애인들은 세상 모든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외쳤다.

특히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진석 활동가는 어머니의 헌신 속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또한 현재 늦은 나이에 대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 끝에 쟁취한 장애인의 권리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하며, 모든 장애인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했다.

4월 20일 ‘제42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시작 전 단상 점거 투쟁을 펼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이를 지적하는 장애인의날행사추진협의회 김락환 회장.ⓒ에이블뉴스DB

오전 11시, 420공투단이 향한 곳은 오후 2시 보건복지부 주최 ‘제42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예정돼 있던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이었다.

단상을 점거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20여명의 활동가들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로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라”고 외쳤다.

기념식 주최 측의 항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탈시설 용어는 장애인단체끼리의 입장이 아닌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부분이다. 그 입장을 잘 발표해 주십사 복지부에 요청한 것”이라면서 “권리보장법 제정도 노력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렇게 왔다. 죄송하다”면서 약 2시간만인 오후 1시 쫓기듯 내려왔다.

‘장애인 가족지원을 위한 지원체계 마련하라!’ 피켓.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오후 1시에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 대회’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출범식’이 개최됐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발달장애인 공보물을 쉬운 말로 만들어 달라’, ‘발달자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제공하라’, ‘발달장애인 가족을 위한 지원체계 마련하라’고 외치며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들은 거주 장애인들이 억압받고 고통받는 장애인거주시설을 비판하고 ‘장애인탈시설 지원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외치며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를 출범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제21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마침내 오후 2시 ‘제21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가 개최됐다. 현장에 모인 약 2000여 명의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는 “국회는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20공투단에 따르면 장애인권리보장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국정과제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최혜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법안의 제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 또한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을 비롯한 68명의 국회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법 제정이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장애인의 교육권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임에도 전체 인구 대학 진학률 72.5%에 비해 장애인의 중학교 졸업 이하 학력이 전체 장애인의 54.4%에 불과한 등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교육권 보장은 미흡하기만 하다.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여의도역까지 행진하는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들. ⓒ에이블뉴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이원교 회장은 “오늘 21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다. 시혜와 동정의 날인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 싸운 지 20년이 넘었다. 우리는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싸워왔고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은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교육받지 못하고, 일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시설에서 나오지 못해 고통 받으며 살고 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특수교육법 재·개정해 장애인의 생명권 쟁취하자”고 피력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이들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부터 여의도역까지 행진하며 ‘장애인차별 철폐하라’, ‘장애인의 권리 보장하라’, ‘장애인권리·민생 4대 법안 재·개정하라’고 외치며 정부와 국회를 압박했다.

한편 420공투단의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오후 9시에는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420공투단 심야 영화제’가 예정돼 있다.

21일 오전 7시에는 경복궁역(3호선)과 시청역(2호선), 광화문역(5호선) 3군데에서 동시 투쟁을 펼친다. 이후 오전 10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투쟁결의대회 마무리 보고대회’로 결의 대회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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