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장애학회가 개최한 ‘장애 혐오범죄와 차별’ 월례세미나에서 ‘장애(인) 혐오범죄의 개념화와 현황-영국을 중심으로’를 발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한나 부연구위원. ⓒZOOM 영상캡쳐

최근 장애인 혐오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가중처벌은 이뤄지고 있지만, 장애 혐오범죄는 법제화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장애 혐오범죄가 법제화된 영국은 어떤 상황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한나 부연구위원은 15일 한국장애학회가 개최한 ‘장애 혐오범죄와 차별’ 월례세미나에서 ‘장애(인) 혐오범죄의 개념화와 현황-영국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한나 부연구위원은 먼저 혐오범죄의 성격에 대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실제로 혐오해서 일어나는 범죄는 드물고, 사회의 주류가 대체로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집단을 향한 폭력”이라며 “장애인 혐오범죄는 장애나 인지된 장애에 기반한 적개심, 편견에 의해 동기가 부여된 피해자 또는 제3자가 지각한 모든 형사범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의 혐오범죄 범주는 인종, 종교, 성적 지향성, 성 정체성, 장애로 구분되며, 장애 혐오범죄는 2005년 혐오범죄로 인정됐다. 다른 혐오범죄에 비해 더디게 인정된 이유는 장애개념의 모호성과 상대적으로 희소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는 정말로 희소하기 때문이 아닌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심각하게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동기별 혐오범죄 발생 건수. ⓒ한국장애학회

영국의 동기별 혐오범죄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장애 혐오범죄는 2012년 1676건에서 2021년 9,208건으로 약 5배가 증가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장애 혐오범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경찰, 형사사법체계와 장애학 연구자 간에는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경찰은 범죄가 명백한 혐오, 뚜렷한 적의에 일어난 범죄만 장애 혐오범죄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장애학 연구자들은 범죄의 동기가 직접적인 혐오가 아니더라도 장애로 인한 취약성으로 인해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도 혐오범죄라고 주장한다.

이한나 부연구위원은 “경찰의 입장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근저에 깔린 적의와 편견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 혐오범죄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다만 장애로 인한 취약성은 장애인 개인의 취약성이 아닌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와 환경, 상황의 취약함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찰 및 형사사법체계에서 장애 혐오범죄를 인정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 피해자의 위계를 뽑았다.

이 부연구위원은 “장애혐오범죄의 피해자는 다른 혐오범죄 범주의 피해자보다 의존성이 뚜렷하다”면서 “그루밍 범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학대 등은 혐오범죄로 인정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 관계는 장애 혐오범죄의 인지와 처리를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체계 내의 피해자나 증인으로서의 장애인에 대한 불신과 스스로를 보호자지 못한 피해자에 대한 비난 등으로 장애 혐오범죄는 인종차별이나 동성애 혐오범죄 피해자에 비해 사법적 구제의 필요가 높지 않다는 견해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