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등 7개 단체는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탈시설권리를 담은 장애인 탈시설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참가자.ⓒ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이동권’에 이어 ‘탈시설’ 카드를 꺼내 들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를 연내 제정하겠다는 계획이 거주시설 부모들의 반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약속을 지켜라”고 외친 것.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등 7개 단체는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탈시설권리를 담은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3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탈시설을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로 명문화하는 가칭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를 연내 전국 최초로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는 구체적으로 ‘제2차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 2021년 시행계획’과 4대 주요 정책 방향을 통해 ▲전국 최초 장애인 탈시설 조례 제정 ▲장애인 거주시설의 탈시설 지원 확대‧강화 ▲탈시설 욕구조사 등 프로세스 보완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주거관리 효율성 개선 등을 담았다. 2018년 ’탈시설권리 선언문‘ 발표에 이어 탈시설을 권리로써 명문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3월 29일 발표한 탈시설 지원 조례 연내 제정 약속이 담긴 보도자료 내용.ⓒ서울시

장애계 또한 서울시의 탈시설 추진 의지를 기대했지만, 현재까지는 ‘먹구름’이다. 서울시가 5년간 추진하는 ‘제2차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 개요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장애인거주시설 41개소(2137명)를 대상으로 총 800명을 탈시설 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장차연이 파악한 결과, 2021년 8월 기준 45%인 345명만 탈시설에 성공했다.

언론을 통해 약속한 ‘전국 최초’ 탈시설 지원 조례 역시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이미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5개년 계획을 마련해 시행 중이며, 부산시 또한 2019년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등 7개 단체는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탈시설권리를 담은 장애인 탈시설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

이날 서울장차연 등은 다시금 “탈시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9조, 일반논평 5호에 근거한 장애인의 보편적인 권리”라면서, 서울시 관할 거주시설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위한 조례 제정을 압박했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은 “지난해 11월 어떤 언론에서 오세훈 시장이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들을 만나 ‘탈시설 안 하겠다’고 한 기사를 내자, 오 시장은 잘못된 보도라며 탈시설 반드시 하고 지원 조례를 만들겠다고 했다”면서도 “서울시가 지난해 약속한 조례는 4월이 지난 현재까지 제정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설에 2153명의 장애인이 아직 갇혀있다. 약속해놓고 왜 제정하지 않냐. 거주시설 운영자들이, 부모들이 그렇게 무섭냐”면서 “지역사회에서 개인별 지원 서비스가 제대로 지원된다면 부모들도 분명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 복지예산의 40% 이상을 거주시설에 지원할 것이냐.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고 피력했다.

(왼쪽부터)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수미 권익옹호활동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이정하 활동가.ⓒ에이블뉴스

탈시설 당사자인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수미 권익옹호활동가도 “시설에서는 자유도 선택권도 없이 먹기 싫어도 살기 위해 먹어야 했고, 차별적인 말을 들어도 갈 데가 없어 참아야 했다”면서 “모든 사람은 사람답게 지역사회에서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서울시는 약속했던 조례 제정을 이행하길 촉구한다. 모든 시설이 폐쇄되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이정하 활동가는 “서울시는 적극적인 탈시설화 정책으로 전체시설과 이용자 수가 꾸준히 감소했다고 자랑하지만, 많은 이들이 다른 시설로 전원됐고 지역으로 내몰렸다”면서 “서울시 비공급형 지원주택은 제한적인 상태고, 비수급자 자립생계비 지원은 퇴보했다. 탈시설정착금도 정치에 따라, 예산에 따라 감소될 수 있다”고 서울시 탈시설 정책의 우려를 표했다.

이에 이 활동가는 “서울시는 탈시설권리가 국가나 민간에 의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치의 자원을 즉각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UN장애인권리협약 원칙에 기반한 탈시설지원조례를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장애계 지적에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서울장차연의 지적대로)거주시설 부모들의 반대로 지난해 조례 제정 약속이 지켜지지 못했다”면서 “내부적으로 조례안을 만들어 놓은 상태며, 시장 발의다 보니 아직 검토 중이다. 조만간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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