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안락사 시켜주세요’ 피켓이 걸린 침대에 누운 근육장애인 모습(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에이블뉴스DB

근육장애인 10명 중 7명이 근육장애인 거주시설 입소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은 마음과 가족의 오랜 돌봄으로 인한 갈등이 이유로, 단순한 시설이 아닌 근육장애인에 특화된 전문적이고 자립을 준비하기 위한 단기 주거 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는 24일 온라인을 통해 ‘근육장애인의 생활실태에 따른 제도적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중앙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진진주 전문연구원과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권진 교수는 ‘2021 신경·근육장애인 욕구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남성 297명, 여성 223명 총 5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연령대는 20대와 30대가 55.8%다.

‘2021 신경·근육장애인 욕구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중앙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진진주 전문연구원(위)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권진 교수(아래).ⓒ유튜브 캡쳐

■대부분 일상생활 도움, “돌봄 가족도 끙끙”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응답자 56.5%가 일상생활 대부분 도움이 필요하며, 이들을 돕기 위해 가족 중 27% 정도가 직장을 그만두고 근육장애인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간병을 도맡은 가족 절반 정도는 근골격계 손상 등의 건강상 어려움도 있었다.

또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당사자가 43%였으며, 절반 이상인 53.2%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권진 교수는 "근육장애인의 돌봄 지원은 일상생활에 밀착된 지원이 이뤄져야 함과 동시에, 어머니에 대한 케어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직장생활 및 경제’ 부분을 보면, 응답자의 45.6%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월평균 수입은 100~200만원대가 30.1%였다. 대부분 직장생활에 만족하나, 근육장애 특성상 ‘재택근무’, ‘접근성’, ‘유연근무제’ 등이 필요한 점으로 꼽았다. 의료비를 포함한 근육장애로 인한 연지출은 ‘200만원 이하’가 49.8%를 차지했다.

응답자 89.3%가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유튜브 캡쳐

■활동지원사 2인 지원, 가족 활보 허용도

서비스 관련 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 73.9%가 활동지원사 2인 지원을 원했으며, 이유로는 ‘혼자서는 어려움’, ‘지원사의 신체적 부담 감소’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현재 받고 있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은 하루 5~10시간 정도가 가장 많았고, 희망 돌봄 시간으로는 20시간 이상을 원했다. 활동지원서비스 만족도는 긍정이 38.6%, 부정 38.1%로 팽팽했으며, 이는 서비스 시간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현행 제도에서는 종합점수에 따라 시간을 산정하는데 기능제약이 매우 심한 장애인이 도움을 줄 가구원도 없는 상황에서 직업생활까지 해야 조건에 충족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신체적 장애가 최고구간 수준에 포함됨에도 인지능력영역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근육장애인들은 생명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애 유형별 동등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종합조사표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또한 응답자 89.3%가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이는 진단 5년 이후 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부터로 나타났다.

근육장애인 당사자인 서울다누림관광센터 정영만 센터장은 "가족에게 굉장히 활동보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상체계가 없다 보니 약자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면서 "가족이 경제활동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을 못 하니 의료비 지출, 자부담 지출이 높은데, 가족에게 일부 지급한다면 충분히 안정시킬 수 있지 않나. 제한적으로나마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진 또한 “근육장애인들 평균적으로 5~10시간 정도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는데, 나머지는 가족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중증도를 고려해 서비스 제공에 차등을 둬야 한다. 활동지원사 인센티브와 가족지원이 함께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위)중앙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진진주 전문연구원(아래)서울다누림관광센터 정영만 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거주시설 입소 희망하는 근육장애인, 왜?

조사 응답자 68.5%가 신경·근육장애인 거주시설에 거주를 희망했다. 탈시설이라는 시대적 패러다임과는 정반대의 응답인 것. 이에 대해 연구진은 해당 이유를 ▲진행성 질환의 결과로 결국 와상생활을 하게된다는 점 ▲활동지원 시간 부족으로 인한 고립 불안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를 맡은 진진주 전문연구원은 "탈시설이 국정과제로 채택되서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 패러다임과는 반대로 근육장애인은 시설 거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다"면서 "시설 거주의 한계인 획일적 서비스 제공, 사회적 단절, 인권침해, 선택권 제한 문제로 탈시설 정책이 대두되고 있는데, 최중증의 생존 관점을 반영해달라. 의료 집중 전문서비스 기관을 운영하겠다고 하는데, 그 부분이 얼마나 수요에 맞게 이뤄질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다누림관광센터 정영만 센터장도 "저도 그렇지만, 가족에게 짐만 된다는 빚지는 마음과 가족 트러블로 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부모도 사람인지라 많은 것들을 서포터 해주다보니 지친다. 케어는 능숙하게 잘하는데 감정적인 것들이 부딪히니 스트레스가 많다"고 공감을 표했다.

실제 협회 회원들이 부모와의 갈등으로 하소연해 시설 입소 또는 독립을 시도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막상 독립을 시도하려고 해도 활동지원이 부족하고, 거주시설 입소를 알아보면, 중증근육장애인은 힘들다는 이유로 100% 거절 당한다는 것.

이에 정 센터장은 “자립생활 준비와 가족 간의 누적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일시적 또는 단기적인 임시 거주시설은 필요하다. 단순히 시설 입소가 아닌, 전문적이고 단기, 체험, 자립을 위한 임시 주거 시설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해당 시설에서는 활동지원제도와 필요한 보조기기들을 갖춰 체험과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운영방안이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의료서비스와 활동지원을 연속해서 받을 수 있는 일본의 병원 내 근육장애인 전문시설을 예로 들었다.

한편, 응답자들은 정부에게 가장 원하는 점으로 ‘치료비 관련 예산지원 확대’와 ‘장애수당 확대’ 즉, 의료비 지원과 경제적 어려움 완화를 꼽았다. 또한 고기능전동휠체어 등 보장구 지원이 필요함에도 보유율은 3.8%밖에 되지 않아 보장구 지원의 필요성도 함께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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