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했으나 인륜지대사가 안 된 지 오래다. 미혼도 많고 비혼도 많아서 혼인도 하나의 선택사항이다.

그런데 비혼주의자가 아니고 결혼하고 싶은데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결혼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고민이고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한 쌍이 되는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는 많은데 한 쌍을 이룰 수 있는 여자가 없어서 동남아 등 외국에서 여자를 데려오기도 한다. 장애인도 결혼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합동결혼식 축하공연. ⓒ이복남

그래서 부산장애인총연합회에서는 1992년부터 ‘내 마음의 보석 찾기’라는 결혼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내 마음의 보석 찾기’라는 결혼강좌를 통해서 이루어진 성혼커플 중에서 11월 23일 118쌍 119쌍이 합동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내 마음의 보석 찾기’ 합동결혼식은 제12회였는데 부산장애인총연합회에는 결혼상담소 후원회가 있어서 합동결혼식은 후원회에서 주관하였다.

이번에 결혼하는 부부는 신랑 정0호(비장애인) 신부 김0숙(지체장애인), 신랑 강0진(지적장애인) 신부 김0진(지적장애인)이다.

결혼식은 23일 낮 12시 금정체육공원로에 있는 야외예식장에서 한다고 했다. 거기가 어디지.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결혼상담소 후원회는 박순정 후원회장, 장숙희 수석부회장 그리고 10여 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야외결혼식장은 장숙희 부회장의 별장이란다.

신랑 신부 맞절. ⓒ이복남

필자가 결혼식장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맑고 쾌청했으나 이미 가을은 가고 초겨울의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코로나 시대라 2차 백신까지 접종한 사람만 입장한다고 했다. 필자도 2차 접종은 했기에 입구에서 쿠브를 보여 주었다.주최 측에서 결혼식장을 준비해 놨는데 바람이 자꾸만 꽃 길 등을 쓸고 지나갔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레드카펫이지만, 신랑 신부가 입장 하는 길은 화이트카펫인데 바람이 자꾸만 몰고 다녔다.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피로연으로 잔치국수를 대접한다고 했다. 뒤뜰로 돌아가 보니 ‘사랑의 열매 봉사단’에서 장작불을 지펴 굵은 멸치로 다시를 내고 국수를 삶고, 한쪽에서는 ‘행복나눔위원회’에서 숯불로 돼지목살을 굽는 등 잔치 준비에 바빴다.

12시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하객은 가족이나 친지보다 내빈들이 더 많았다. 1부는 기념식이고 결혼식은 2부인데 사회는 손계정 시나래 대표가 했고, 수어 통역은 농아인협회 김경대 회장 옆에서 박영옥 통역사가 통역했다.

축사는 강혜영 부산시 장애인복지과장, 박순정 장애인결혼상담소 후원회장, 조창용 부산장애인총연합회 회장의 격려사가 있었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을 대신해서 서현영 4기 후원회장과 장숙희 수석부회장이 화촉점화를 하고 주례는 박호국 부산시설공단 전 이사장이 맡았다.

단체사진. ⓒ이복남

신랑·신부 두 쌍이 입장하고, 신랑·신부가 맞절했다. 박호국 주례는 이번 주례가 서른 번째 주례인데 절반은 장애인 주례였고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은 백두산에서 장애인 주례를 한 것이라고 했다. 몇 해 전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에서 백두산에서 장애인 합동결혼식을 했었는데 그때 주례를 한 모양이다. 주례는 신랑·신부가 서로 참고 서로 존대하고 서로 배려하라고 했다.

신랑·신부를 자리에 앉게 하고 축시 낭송이 있었다. 축시는 서랑화 부산시낭송협회 회장이 낭송했다. 이어서 하랑무용단에서 축하공연을 했다. 첫 곡은 ‘꽃을 사세요’였는데 무용수는 꽃바구니에 장미꽃을 담아서 신랑·신부 그리고 내빈들에게 꽃을 선물했다. 두 번째 곡은 ‘아모르파티’였는데 신랑·신부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빈들에게는 즐겁고 흥겨운 시간이라 무용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어디선가 꽃내음이 바람결에 실려 왔다. 결혼식장의 꽃들은 전부 조화였는데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아하, 결혼식장 근처 정원에 라벤더 장미 등 여러 가지 꽃이 피어 있었다.

잔치국수 피로연. ⓒ이복남

신랑·신부 그리고 주례와 참석 내빈들이 사진을 찍는데, 신랑·신부 외에는 마스크를 벗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사회자가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웃어 보라면서 자신이 “멸치”라고 하면 “대가리”를 외치라고 했다. “멸치 대가리” 그러고 보니 단체 사진에서 사회자가 빠졌네.

신랑·신부가 사진을 찍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하객들은 뒤뜰에 마련된 피로연에서 잔치국수를 먹었다. ‘사랑의 열매 봉사단’에서 국수에 여러 가지 고명을 얹어 따뜻하고 맛있게 말아 주었다. 감 밀감 사과 등 과일과 떡도 있었고 오뎅국에다 숯불구이도 있었다.

급하고 일찍 간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남아서 잔치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하객들이 잔치국수를 다 먹어갈 즈음 옷을 갈아입은 신랑·신부가 인사를 하러 왔다. 김O숙 신부는 여러 가지 노래자랑에서 우승한 실력이라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잔치국수를 준비하는 사람들. ⓒ이복남

결혼식장에서 음향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노래방 기기를 뒤뜰로 옮겨왔다. 조창용 회장도 한 실력하는 사람이라 먼저 노래를 불렀고 시각장애인연합회 김복명 회장, 박호국 주례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김0숙 신부가 노래를 했다. 하객들은 남편도 나오라고 했고 남편은 노래를 못 부른다고 하자 신부가 대신 부르라고 했다. 다른 한 쌍은 노래를 피해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합동결혼식은 두 쌍의 결혼식을 위해서 결혼상담소 후원회는 물론이고 자원봉사자 등이 진심으로 축하하는 자리였다. 하객들은 잔치국수를 맛있게 먹고 자리를 떠나고 남은 봉사자들이 설거지 등 뒤처리를 했다.

두 쌍의 신랑·신부는 거제도로 1박 2일 신혼여행도 간다고 했다. ‘내 마음의 보석 찾기’를 통해서 결혼하게 되면 결혼에 관한 모든 것을 결혼상담소에서 지원해 준다. 그런데도 장애인이 결혼하기는 쉽지 않다. 서로의 눈높이가 다르므로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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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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