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활동지원 시간이 대폭 하락한 사지마비 중증장애인이 담당구청과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종합조사표 항목별 점수를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끝에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는 12일 중증장애인 서기현 씨가 도봉구청장과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사건에서 “원고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등급제 폐지 후 월 110시간↓, 세부 점수 ‘비공개’
소송 당사자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 서기현 씨는 사지마비 중증장애인으로, 복지부로부터 받은 월 440시간과 서울시 추가 95시간을 포함해 총 535시간을 판정받아 하루 약 17시간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 후, 기존 인정조사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로 바뀌며 수급 갱신 재판정을 받은 결과, 복지부 시간 기준 월 440시간에서 330시간으로 ‘뚝’ 떨어졌다. 등급제 폐지 전과 비교해 4구간이나 하락한 6구간이었다.
기존 시간보다 월 110시간, 하루로 따지면 약 4시간 정도 줄어든 것. 그는 “하루 3끼 중 1끼를 챙겨 먹지 못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 시간이 하락한 장애인들에게 기존과 같은 시간을 주는 3년간의 산정특례를 적용했지만, 이제 내년이면 끝이 난다.
서 씨는 어떤 항목에서 점수를 낮게 받았는지 종합조사표상 항목별 점수가 궁금했다. 이에 도봉구청과 국민연금공단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구청은 올해 3월 10일 ‘비공개’ 처분을 내리며 거부했다. 국민연금공단도 같은 달 19일 같은 처분을 내렸다.
정보공개법상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구청·국민연금 상대로 승소 “알 권리 필요성 인정”
서 씨는 4월말, 법무법인(유한)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의 도움을 받아 도봉구청과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리인은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점 ▲종합조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점 ▲다른 지자체의 경우 동일한 정보를 이미 공개하고 있는 점 ▲행정의 투명성 제고 및 알 권리 보장이 필요한 점을 들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들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와 대구 달서구는 지난해 9월 각각 지역 장애인이 정보공개를 요청한 종합조사표 항목별 점수를 공개한 바 있다.
결국 12일 재판부 또한 원고인 중증장애인 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 씨가 청구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 또한 피고들이 부담토록 한 것.
재판을 참관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는 에이블뉴스와 만나 재판 결과에 ‘환영’ 입장을 표했다.
나 변호사는 “종합조사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활동지원 급여량이 줄어들게 되면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일상적인 기본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협에 처한다”면서 “자신이 어떠한 평가를 받았는지 알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 변호사는 “재판 결과에 환영하며, 앞으로 이 판결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가 당사자들이 자신의 욕구에 부합하는 복지서비스를 지원받기 위해 최소한 알아야할 정보를 확보하는 것조차 방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