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와 천주교가 정부가 발표한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두고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 사회복지위원회(이하 사회복지위)는 6일 오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이하 탈시설 로드맵)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회복지위는 “지역 내 특수학교, 주간보호시설, 장애인 자립홈 설치 등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나 구체적 대응 방안 없이 장애인 탈시설화라는 정책으로 상시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과 가족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며, “정부는 장애인 탈시설화 이전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 사회복지위원회는 6일 오전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

이어 “중증발달장애인 중 도전적 행동 정도가 심해 부모가 통제할 수 없거나 부모의 건강 악화, 사망 등으로 장애인 자녀를 돌볼 수 없는 경우 등 장애인 거주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 가족들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권리”라며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는 그룹홈, 공동 시설 등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장애 유형과 특성에 따라 적합한 생활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이러한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없애고 오로지 온전한 자립만을 강조하는 비현실적 정책”이라며 “정부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새로운 방향의 탈시설 로드맵을 구축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3개 단체는 6일 오후 2시 명동성당 앞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탈시설 권리보장을 기원하는 ‘탈시설 수요 미사’를 개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에 장애계는 천주교에 장애인 탈시설권리를 부정하지 말라며, 6일 오후 2시 명동성당 앞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탈시설 권리 보장을 기원하는 미사를 열었다. 미사는 이날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규식 대표는 “역사적으로 장애인들은 그들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 선택권과 결정권을 부정당했다. 많은 장애인은 그 자신이 선택한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아예 없거나 수용시설 같은 특정 삶의 방식과 연계돼 있었고 지역사회의 기반 시설은 모두를 포용하는 형태로 고안되지 않았다. 자원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투자되기보다는 시설에 투자됐다. 결국 장애인들은 가족들에게 의존하거나 버려지거나 시설에 수용되고 고립되고 분리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가? 누가 통제하고 가두는 것인?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의지가 있다. 어떤 시설은 장애인을 꽃으로 비유하는데, 장애인이 꽃인가? 꽃이 아니다. 사람이다”고 외쳤다.

율리아나 천주교 신자는 “오늘 입장문을 통해 정부에 장애인인식개선 강구를 요구했는데, 그동안 천주교회에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입장문에는 부모나 가족이 통제 불가능한 도전적 행동이 시설에서는 통제 가능하다고 읽히는 부분이 있었다. 묻고 싶다. 거주 시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가능하다는 것인가?”라며 꼬집었다.

이어 “항상 평가 1위를 하던 거주시설에서 종사를 한 적이 있지만, 통제는 항상 폭력적으로 이뤄졌다. 신체적 압박을 가하거나 별도 독립공간, 창고에 가둬두는 것이 반복됐다. 시설에서 통제는 가능하지 않다”면서 “천주교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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