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더이상 중증장애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방역 사각지대를 방치하지 마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하 한뇌협) 등 6개 장애인단체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호소했다.

한뇌협에 따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한 코로나19 4차 유행 정점에 이르고 있다. 이 와중에 수급 정체로 잠시 주춤했던 백신 접종도 50대를 시작으로 다시 접종이 재개되고 있지만, ‘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백신 접종에 ‘계획에 없던’ 황당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한뇌협의 회원 A씨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씨는 55~59세 모더나 백신 접종 대상이었다. 해당 백신의 사전 예약은 신청자가 폭증해 이틀 만에 마감될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던 만큼 A씨는 어렵게 사전 예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예약된 병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A씨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이라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2층에 있는 해당 병원에서 접종을 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에 A씨는 예약 병원을 변경하기 위해 질병관리청과 마포구 보건소 등에 연락을 취해보았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해당 병원에서는 예약을 변경하려다 예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또한 뒤늦게 연락이 닿은 보건소로부터는 할당받은 백신을 위탁병원에 모두 배분해 보건소에조차 여분이 없다며 이번에 변경하면 11월에나 다시 예약할 수 있다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

올해 1월에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에는 위탁의료기관의 지정기준으로 장애인 등의 접근성이 규정돼 있지 않고 사전 예약 과정에서 접종 병원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으나 해당 병원들이 장애인 접근이 가능한지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뇌협은 “사전 예약 이전에 예약할 병원에 장애인 접근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위와 같은 사례는 계속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방접종센터 및 위탁의료기관의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기본적인 점검과 더불어 위탁의료기관의 장애인 이용 가능 여부에 관한 정보를 취합해 사전예약시스템에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현해 장애인들이 어렵게 백신 예약을 하고도 접종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지난 2일 한뇌협이 부설로 운영 중인 활동지원서비스 중개기관의 이용자 B씨가 폐렴 증상으로 병원에 갔다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격리상태로 대기하다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자세 유지, 체위 변경 등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던 B씨는 규정에 의해 보호자 1인만을 동행한 채 격리병동에 격리됐다.

병원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치료를 개시할 수 없기에 처치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결국 B씨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한뇌협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B씨의 유족 또한 이러한 이유로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중증장애인들은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있어 이런 경우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 할지라도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무런 처치 없이 방치하는 것은 의료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들, 특히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중증뇌병변장애인들에게 있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비장애인들이 느끼는 두려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감염병이 일상화된 시대에, 장애인 등의 감염병 취약계층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정부에 ▲백신 접종 예약과 관련해 예방접종센터 및 위탁의료기관의 장애인 접근성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해 예약 시 이를 확인하고 접종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즉각 개편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의 미비로 인해 예약 취소 등의 부당한 처우를 겪은 장애인들에 대해 방문 접종이나 접종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의 구제대책을 마련하라 ▲중증장애인 등의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코로나19 의심 증상 발생 시, 검사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의료적 처치를 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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