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전용주차구역 모습.ⓒ에이블뉴스DB

지난해 말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활동지원사를 택한 A(62세,남, 가명)씨. 6개월차 신입 활동지원사인 A씨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장애학생의 일상생활을 돕고 있지만,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활동지원사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가 가능한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받을 수 없어, 매일같이 주차 전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A씨가 거주하는 충남 천안시는 대중교통이 불편해 다른 교통수단 이용이 어려워, 동료 활동지원사들도 모두 자차를 이용해 활동지원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활동지원 이용자인 지체장애학생은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며, 주로 집, 학교, 복지관 등을 이동하는데, 눈 앞에 보이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그림의 떡’ 입니다.

휠체어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 장애인주차구역과 달리 일반구역은 너무 비좁아 일부러 옆 칸이 비어있는 곳을 찾아 주차장을 몇 번이고 돌고 돕니다.

“옆 칸이 빈 곳이 있으면 휠체어를 내릴 공간이 있는데, 아파트는 꽉 차있어서 그런 공간이 없어요. 그럴 땐 업어서 날라야 하는 것이죠. 저는 그나마 남자니까 가능한데, 여성분들은 난감할 수밖에요.”

현재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제17조에 따르면, ‘시설주 등은 주차장 관계 법령과 제8조에 따른 편의시설의 설치기준에 따라 해당 대상시설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일반적인 주차장은 주차대수 규모 50대 이상인 경우 2~4% 범위 안에서 장애인의 주차수요를 고려해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건축물, 골프연습장 등 부설주차장의 경우 주차대수 2~4% 범위 안에서 가능합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는 장애인 자동차 표지.ⓒ보건복지부

그렇다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는 장애인 자동차 표지는 어떤 사람들에게만 발급 가능할까요?

‘장애인 본인 또는 장애인과 주소를 같이 하면서 함께 거주하는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 형제자매, 직계비속의 배우자, 형제·자매의 배우자 및 자녀 명의로 등록해 주로 장애인이 사용하는 자동차 1대’(보건복지부 2020년 장애인복지 사업안내 中)

장애유형별 보행상 장애 표준기준표‘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주차가능 표지‘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자동차 표지는 타인에게 대여할 수 없으며, 자동차의 양도·증여·교환 등 자동차 소유권의 변동, 차량등록의 말소 그리고 차량번호의 변경 등 발급자격이 당연히 상실되는 경우 장애인이나 보호자는 이를 지체 없이 반납해야 합니다.

어디를 찾아봐도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는 내용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에 A씨는 장애인 대부분 활동지원을 가족이 아닌, 활동지원사가 수행하는 만큼 활동지원사에게도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발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센터나 정부 측에 목소리를 내봤냐는 질문에 A씨는 씁쓸하게 웃으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활동지원사는 약자입니다. 어디 가서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고, 장애인이 ‘당신 싫어요’ 하면 그만 둬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디 싫은 소리도 못하죠.”

A씨가 올린 활동지원사의 장애인주차구역 주차 허용을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내용.ⓒ홈페이지 캡쳐

고민하던 그는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활동지원사의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 허용에 관한 청원을 올렸습니다.

장애인 자동차 표지가 없는 활동지원사가 일반 구역에 주차함으로 인해 장애인의 승하차 곤란, 이동거리가 길어지는 문제 등을 짚으며,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발급하고, 장애인을 동반했을 경우에만 사용 가능하도록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텔레비전을 보는데, 국회의장이 나와서 문제점이 있으면 국회 홈페이지에 청원을 올리라고 하덥니다. 그래서 한 번 올려본 겁니다. 주변을 봐도 필요한 활동지원사 분들이 있습니다. 꼭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하지만 활동지원사에게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허용한다고 하면, 이를 악용할 우려도 있습니다. 최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발간한 장애인정책리포트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누군가의 하루’에 따르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채 구역을 이용하는 부정사용 문제이기도 합니다.

활동지원사 허용도 ‘장애인을 동반했을 때’라고 명시해도 일일이 확인이 불가능하니, 개인 양심에만 의지해야 하는 현실인 것이죠.

2019년 7월 에이블뉴스가 제보받은 서울지역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장애인주차구역에 부착된 협박 게시글.ⓒ에이블뉴스DB

결국 장애인 주차장 표지 문제는 ‘차량’에 기준할 것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에게 맞춰야 합니다.

차량에 발급하는 형식이다 보니, 장애인 차량이 사고 등 등록된 차량의 운행이 힘든 경우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없는 허점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여행지나 타 지역 이동시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를 한다면 위반사항이 되기도 하죠.

‘이 주차구역은 누군가의 하루이다’ 호주에서 시작된 캠페인의 문구처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장애인에게 하루를 결정하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하지만 제도적 한계로 그 공간 자체가 '그림의 떡'이 되는 사각지대에 놓은 장애인도 있습니다. 단순 활동지원사의 '차량'이 아닌, 그 차량으로 이용해야만 하는 '장애인'에 맞춰, 임시표지를 지급하는 등의 방안도 더불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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